메뉴 건너뛰기

close

추월산을 배경으로 한 담양호를 가로질러 놓인 수변데크. 유유자적하기에 제격이다.
 추월산을 배경으로 한 담양호를 가로질러 놓인 수변데크. 유유자적하기에 제격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영산강은 '남도의 젖줄'이다. 장장 350리를 굽이돌아 호남의 너른 평야를 적신다. 굴곡진 역사도 이를 증거한다. 손마디 굵은 남도사람들도 보듬는다. 유장한 세월을 이렇게 흐르고 있다.

지난 16일 영산강의 출발점, 담양 용면에 있는 용추산 가마골에 갔다. 발원지를 찾아간다는 생각 때문일까. 가슴이 뭉클해진다. 가로수도 꽃망울을 하나씩 머금기 시작했다. 봄기운이 묻어난다. 운 좋으면 고로쇠 약수도 한 모금 마실 수 있을 것 같다. 마음까지 설렌다.

담양의 명물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을 지나니 담양호반이다. 도로를 넓히고 공원을 만드느라 어수선하다. 그래도 호반의 풍치는 그대로다. 추월산터널을 뚫고 나가자 수변에 나무다리가 보인다.

담양호를 가로질러 놓인 수변데크. 봄마중을 나온 연인들이 데크를 걷고 있다.
 담양호를 가로질러 놓인 수변데크. 봄마중을 나온 연인들이 데크를 걷고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담양호반에 놓인 수변데크. 어른은 물론 아이들도 많이 찾고 있다.
 담양호반에 놓인 수변데크. 어른은 물론 아이들도 많이 찾고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처음 보는 수변데크다. 최근 달라진 풍경이다. 나무다리는 추월산 주차장에서 댐을 가로질러 놓여있다. 수변을 따라 2km가량 이어져 있다.

다리 위를 삼삼오오 유유자적하고 있다. 데크도 말끔하다. 기분이 상쾌하다. 얼굴에 와 닿는 바람의 감촉도 살갑다. 발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호수가 아찔하다. 그만큼 높다. 나무다리는 수변을 따라 금성산성으로 오른다.

호반에서 한참을 하늘거리다 다시 차에 올랐다. 여기서 가마골까지는 금방이다. 내장산과 강천산 가는 길로 갈리는 용치삼거리에서 순창방면으로 우회전하면 된다.

담양 용추산 자락 가마골 가는 길. 예전의 아스팔트 포장을 걷어내고 흙길로 탈바꿈했다.
 담양 용추산 자락 가마골 가는 길. 예전의 아스팔트 포장을 걷어내고 흙길로 탈바꿈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담양 용추산 숲길. 얼음을 뚫고 계곡물이 시원하게 흐르고 있다.
 담양 용추산 숲길. 얼음을 뚫고 계곡물이 시원하게 흐르고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가마골 입구에 차를 두고 왼쪽으로 계곡을 끼고 걷는다. 골짜기가 깊다. 골을 따라 단풍나무가 줄지어 있다. 얼음을 녹이며 흐르는 물소리에서 봄이 오고 있음을 직감한다.

오른편으로는 산이다. 그리 높진 않지만 숲이 울창하다. 소나무와 배롱나무, 산딸나무가 보인다. 상수리나무와 굴참나무·졸참나무·떡갈나무 등 도토리를 맺는 참나무형제도 모여 있다. 바위틈에 이름 모를 들풀도 지천이다. '가마골생태공원'이라 이름 붙인 이유를 알 것 같다.

아스팔트 길이 가마골관리사무소에서 끝난다. 여기서부터는 흙과 자갈이 섞인 흙길이다. 길은 조금 거칠다. 기존의 아스팔트 포장을 걷어내고 숲길로 변신하는 중이다.

가마골 용추사. 담양 용추산이 품고 있는 절집이다.
 가마골 용추사. 담양 용추산이 품고 있는 절집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친환경 생태길로 꾸미고 있어요. 가마골의 생태환경을 보존하기 위해서죠. 불편해도 조금만 참아주세요. 더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보고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니까요."

강준희 가마골생태공원 관리사무소장의 말이다.

숲에서 고로쇠 약수를 채취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고로쇠나무에 꽂아놓은 호스에 물통을 대놓고 있다. 수액이 모여들도록 설치해 놓은 집수정도 보인다.

"올해는 수량이 풍부해요. 날씨가 춥다가 풀리고 또 추워졌다가 풀리고를 반복하잖아요. 일교차도 크고요. 고로쇠 수액이 이럴 때 많이 나오거든요."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던 김해식(담양군 용면)씨의 얘기다.

고로쇠 수액 채취. 가마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고로쇠 수액 채취. 가마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고로쇠 약수 한 모금. 올 한 해 건강 걱정을 덜어주는 약수다.
 고로쇠 약수 한 모금. 올 한 해 건강 걱정을 덜어주는 약수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고로쇠나무는 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질 때 뿌리가 땅속의 수분을 빨아들여 줄기로 올려 보낸다. 날이 밝아 기온이 올라가면 줄기의 체온이 올라간다. 수액은 팽창해 밖으로 빠져나가려고 안간힘을 쓴다. 이때 채취하는 게 고로쇠 수액이다. 이것이 우리 몸에 좋다. 약수다.

김씨가 건네준 고로쇠 약수 한 모금을 들이켰다. 겨우내 쇠해졌던 몸이 금세 활력으로 채워진다. 한 해 건강 걱정도 덜었다. 역시 고로쇠 약수는 현지에서 마시는 게 가장 맛있다.

그 덕분일까. 출렁다리와 시원정으로 올라가는 발걸음이 한결 가뿐하다. 조망하는 풍치도 더 빼어나다. 출렁다리에서 길은 사령관계곡으로 연결된다. 한국전쟁 때 빨치산 사령부가 있었고, 장성 출신의 김병억 사령관이 지내던 굴이다. 소설과 영화로 만난 '남부군'의 배경이다.

가마골 용소. 장장 350리를 굽이돌아 흐르는 영산강의 시원지다.
 가마골 용소. 장장 350리를 굽이돌아 흐르는 영산강의 시원지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가마골 출렁다리. 용소 앞으로 놓여 있다.
 가마골 출렁다리. 용소 앞으로 놓여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출렁다리 아래로 유난히 푸른 물웅덩이가 보인다. 용소다. 영산강의 발원지다. 둘레가 20∼30m쯤 된다. 그 웅덩이로 용추산 기슭에서 내려온 물이 바위를 타고 쏟아진다. 그 자태가 흡사 전설 속 황룡의 용틀임 같다. 물줄기 옆으로 하얀 얼음꽃도 예쁘다.

전설에 의하면, 옛날 담양부사가 소문으로만 듣던 이 계곡을 보려고 행차를 준비했다. 그런데 행차 전날 밤 꿈에 백발의 신선이 나타나 '내일은 승천하는 날이니 오지 말라'고 했단다. 하지만 부사는 이를 무시하고 가마골 행차를 강행했다. 때문에 하늘로 솟아오르던 황룡은 다 오르지 못하고 떨어져 피를 토하며 죽었다. 부사도 기절해 회생하지 못했다.

그 뒤 사람들은 이 연못에서 용이 솟았다고 '용소'라고 했다. 용소가 더 애틋하게 다가서는 이유다. 이 일대엔 또 그릇을 굽는 가마터가 많았단다. '가마곡'이라 불리다가 '가마골'로 변했다.

실제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이 일대에 숯가마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 남아있는 가마터는 하나뿐이다. 용추사로 가는 길목에 있다. 형태도 잘 보존돼 있다.

가마골에 하나 남은 가마터. 용추산 가는 길목에 자리하고 있다.
 가마골에 하나 남은 가마터. 용추산 가는 길목에 자리하고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 가마골 찾아가는길 : 88고속국도 담양나들목에서 29번 국도를 타고 담양댐 호반도로를 따라 용치삼거리까지 간다. 여기서 우회전, 792번 지방도를 타고 순창 방면으로 3㎞쯤 가면 가마골 입구에 닿는다.



태그:#가마골, #용소, #담양호, #담양호 수변데크, #용추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