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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무자식 상팔자>(이하 '무자식')가 시청률 10%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MBC <아들 녀석들>의 시청률을 따라잡은 것은 물론 SBS <내 사랑 나비부인>마저 위협하는 상황이다.

공중파보다는 케이블의 성격에 더 가까운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에서 이런 결과는 고무적이다 못해 충격적이다. 종편 역사상 가장 높은 시청률이라는 결과는 드라마를 집필하며 1억에 가까운 고료를 받는 김수현 작가의 역량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것이다. 그리고 그런 성과는 '역시 김수현'이라는 찬사마저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동시에 그런 성공을 달갑게 여기지 않은 시선도 존재한다. '김수현' 이라는 거대 브랜드에 대한 반감도 작용했을 것이고, 그의 확고한 스타일에 호감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실제로 김수현의 드라마는 확고한 스타일과 개성이 있다. 물론 김수현이 모든 것을 다 잘 써야 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김수현 드라마가 모든 것을 다 지니고 있을 필요도 없다. 그러나 확실히 김수현 드라마는 일관된 법칙과 구성이 존재한다. 김수현 드라마에 없는 것을 통해 본 김수현 스타일을 분석해 본다. 

김수현 드라마엔 없다! 하나, 가난한 주인공

 SBS 새 월화드라마 <천일의 약속>(극본 김수현, 연출 정을영)이 17일 첫 방송됐다. 시청률조사회사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첫 회는 전국기준 12.8%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SBS <천일의 약속>(극본 김수현, 연출 정을영)의 한 장면 ⓒ SBS


물론 김수현의 드라마에도 가난한 주인공은 등장한다. 이를테면 <청춘의 덫>의 윤희(심은하 분)나 <천일의 약속>의 이서연(수애 분)가 그런 경우다. 그러나 이들은 말로만 가난할 뿐, 돈 때문에 궁상을 떨거나 고생을 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아무리 가난하더라도 능력 있고 재능 있는 여성들이다. 결국 김수현 드라마에서 사는 캐릭터들은 모두 다 중산층 이상이다.

<엄마가 뿔났다>의 영미(이유리 분)나 특집극 <혼수>의 승주(이현수 분), <불꽃>의 김지현(이영애 분), <완전한 사랑>의 하영애(김희애 분)처럼 재력의 차이 때문에 고생하고 힘들어하더라도 그들은 남자의 힘에 의지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는 주체적인 여성들이다. <완전한 사랑>의 하영애 조차 시댁이 반대하는 결혼으로 가난 때문에 고생한 설정이지만 첫 장면은 그들이 30평대 아파트로 이사오면서 시작된다.

김수현 드라마는 그들이 그런 자금을 어떻게 확보하고 능력을 위해 무슨 노력을 했는가에 집중하지 않는다. 대부분 그들이 어떤 금전적인 목적을 달성하고 성취한 상태에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렇기에 여자주인공은 최후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고 돈 앞에서 갈등하기는 하지만 끝내는 자유로울 수 있다. 남자의 재력이 필수요소처럼 여겨지는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은 김수현 작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김수현 드라마엔 없다! 둘, 판타지를 제공하는 남자주인공

 SBS <청춘의 덫>에 출연한 배우 전광렬

SBS <청춘의 덫>에 출연한 배우 전광렬 ⓒ SBS


이 때문에 김수현의 드라마에서는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절대적인 우위에 있다. 김수현 드라마에서는 매력적이고 현대적인 감각을 뽐내는 남성들보다는 남성보다 더 주체적인 삶을 사는 여성의 행동이 더욱 큰 관전 포인트다. 종종 남성들은 오히려 여성보다 더 치사하거나 옹졸한 모습으로 묘사된다. 김수현 드라마의 캐릭터들의 특징 중 하나는 모두 말이 많다는 것인데 이건 남자주인공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작은 일 하나까지 시시콜콜 따지고 드는 남자주인공은 종종 매력적이지 않다. 여성들의 입장과 처지, 나아가 매력이 더욱 강조되는 시점에서 남자주인공들은 지극히 현실적인 입장에 머무른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대부분 여성들이 원하는 판타지를 제공하지 못한다.

그중에서 가장 판타지를 제공하려는 노력이 있었던 인물을 꼽으라면 바로 <청춘의 덫>에서의 영국(전광렬 분)이다. 그러나 그가 윤희의 마음을 얻으려 하는 말들은 멋있기보다는 너무 올드해 보인다는 게 문제였다. 현대적이고 판타지적인 인물을 활용하는 건 김수현 드라마 안에서 어울리지 않는 일이다. 영국마저 단지 윤희의 복수를 위한 도구로 활용된 측면이 더 크게 부각되며 드라마의 긴장감을 높이는데 더없는 공헌을 한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김수현 드라마엔 없다! 셋, 젊은이의 멜로

 22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jtbc개국 1주년 주말특별기획 <무자식 상팔자>(극본 김수현 연출 정을영)제작발표회에서 안성기 역의 배우 하석진과 이영현 역의 배우 오윤아가 손을 들어 인사하며 미소짓고 있다.

JTBC <무자식 상팔자>에서 안성기 역을 맡은 배우 하석진과 이영현 역의 배우 오윤아 ⓒ 이정민


이런 이유로 김수현은 젊은이의 멜로를 그리는데 취약하다. 젊은 커플들은 다수 등장하지만 김수현 드라마 속 젊은이들은 요즘 세대를 대변하기 위해 존재하기 보다는 그저 나이든 사람들의 젊은 시절 정도로 묘사된다고 봐야 한다. 

물론 젊은 세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드라마 속 젊은이들의 말투와 스타일이 젊은이의 그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예를 들어 3년 동안 결혼하지 말라는 부모의 말에 "도망가자"는 말을 하는 남자에게 여자가 "아들 꾀어서 살림 차린 며느리 딱지 붙이고 살라고요?"는 식이다. 이야기만 들어보면 산전수전 다 겪은 연애 고수나 결혼에 한두 번 정도 실패한 경험이라도 있는 사람 정도는 되어 보인다. 하지만 이 대사를 하는 여자의 극 중 나이는 고작 18살. 연애나 결혼에 진중한 생각을 할 리 없는 인물이다.

그만큼 김수현의 젊은이들은 젊은 사고를 하지 않는다. 그나마 <무자식>안에서 젊어 보이는 커플은 성기(하석진 분)-영현(오윤아 분) 정도인데 이 커플 역시 성적으로 개방적이고 노골적일 뿐, 대사나 행동은 젊은이를 빙자한 중년처럼 보인다. 물론 젊다고 해서 특별한 데이트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도 밥 먹고 차 마시고 영화 보는 정도의 데이트를 한다. 그러나 대사와 사고방식, 행동 양상에서 김수현 드라마 속의 커플들은 개방적인 것 같으면서도 고정된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양상을 띤다.

김수현 드라마엔 없다! 넷, 불효자

그것은 김수현 드라마가 철저히 어른의 입장에서 다뤄지기 때문이다. 김수현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가끔 어른들에게 대들고 부당함을 주장하기도 하지만 결코 선을 넘기는 법이 없다. 그만큼 부모와 자식관계, 노인과 젊은이 관계의 마지노선을 확실히 하고 있는 것이다.

김수현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바로 '어른을 어른답게' 대하는 것이다. 아무리 철이 없어도 할아버지나 아버지의 말에는 심한 대거리를 하지 못한다. 그들은 항상 상식을 지키고 정도를 지킨다. 엄마와 딸의 싸움은 조금 더 극적인 측면이 있지만 결국 부각되는 것은 딸이 아닌, 엄마의 입장이다.

 SBS <내 남자의 여자>에 출연한 배우 김상중과 김희애

SBS <내 남자의 여자>에 출연한 배우 김상중과 김희애 ⓒ SBS

김수현 드라마에서 거의 모든 부모는 '자식을 위해서' 행동을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결국 결혼 문제 등으로 자식을 내쳐도 결국은 받아들이고 감싸는 것이 김수현 드라마 속 부모다. 그렇기 때문에 김수현의 드라마는 항상 대가족 구성이 등장한다. 홈드라마에는 빠지지 않고 모두 조부를 모시고 사는 주인공이 등장하고, 행여 핵가족이 주인공일지라도 그들은 부모와 보통보다 훨씬 긴밀하고 밀접한 관계를 부모와 맺으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부모들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찾아가 볼 수 있는 거리에 살고 있다.

<내 남자의 여자>에서 홍준표(김상중 분)의 부모는 그의 불륜 사실을 알고 분개하며 자식 취급도 안 하겠다는 식으로 행동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자식에의 사랑과 관심이 없으면 불가능한 설정으로 다뤄진다. 끝까지 자식에게 바른 길을 인도하려는 부모가 김수현의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다.

그런 까닭에 자식들 역시 부모의 말이라면 어쨌든 들으려 노력하는 효자, 효녀일 가능성이 높다. 그들이 속을 썩일 때는 대부분 결혼이라는 중요한 거사를 앞둔 시점이다. 맘에 들지 않는 상대를 데리고 올 때 김수현 드라마에서는 종종 "그 착하던 애가 처음으로…"라는 대사가 흘러나온다. 부모를 공경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에 그들의 반항이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김수현 드라마에서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들은 '요즘 아이들 같지 않은' 행동을 할 수밖에 없고 그것은 철저히 어른의 입장에서 본 '젊은이들의 사랑은 이래야 한다'는 메시지처럼 들릴 때도 있는 것이다.

김수현 드라마는 김수현이라는 브랜드만큼이나 그 색깔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런 분명한 색깔 덕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 색깔이 아직도 통하고 있고 앞으로도 통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김수현이라는 작가를 전무후무한 위치에 올려놓았음은 물론, 독보적인 드라마 작가라는 영예를 안겨 주었다.

어쨌든 공고해진 그의 위치처럼, 김수현의 드라마도 점점 더 공고해지고 있다. '드라마는 다수가 좋아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는 성공했고, 종편까지 살리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아직도 그렇게 그를 향한 찬사가 쏟아지고 그의 드라마를 반기는 사람이 많은 상황이라면 김수현 작가의 말처럼 '내 드라마가 불편하면 안보면 그만'이라는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지금도 채널이 그를 중심으로 돌고 있기 때문이다. 

김수현 무자식 상팔자 오윤아 수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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