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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에서 불산가스 누출사고가 발생한 이후 상주와 청주에 이어 화성 삼성공장에서도 화학물질 안전사고가 잇따랐다. 이처럼 전국에서 다양한 화학물질이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또 다른 사고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체계적인 화학물질 관리·사고대응 시스템을 갖추는 일을 더욱 강조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오마이뉴스>는 '화학물질로부터 우리는 안전할까'라는 문제의식으로 4회에 걸쳐 기획보도를 진행한다. [편집자말]
지난해 불산누출사고가 났던 구미국가산업단지의 휴브글로벌 공장. 폐허가 된 모습이다.
 지난해 불산누출사고가 났던 구미국가산업단지의 휴브글로벌 공장. 폐허가 된 모습이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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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8종 대 4만3000종. 전자는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 따라 환경부가 유독물로 분류해 관리 중인 화학물질 숫자이고, 후자는 현재 곳곳에서 쓰이는 화학물질의 숫자다. 그물이 막고 있는 화학물질이 약 15%이고, 구멍으로 빠져나가는 화확물질이 85%인 것이다.

환경부 스스로도 이미 2년 전인 2011년 3월 9일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아래 화평법) 제정을 입법예고하면서 "유해성 정보 부족으로 유통되는 화학물질에 대한 사전 예방적인 관리체계가 미흡한 실정"이라고 평가했다(화평법 입법예고 보기). 하지만 지금도 상황은 그때와 똑같다. 지난해 국회에 제출된 화평법은 아직 환경노동위원회 심사 중이다.

이 법이 통과된다 해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화평법의 핵심은 전체의 15% 정도인 화학물질 관리범위를 넓히는 것일 뿐이다. 오히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정부는 현재 화학물질을 이용목적과 특징 등에 따라 9개 부처의 27개 법률로 관리하고 있다. 환경부의 유해화학물질관리법, 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법, 행정안전부의 위험물안전관리법, 지식경제부의 고압가스 안전관리법, 보건복지부의 식품위생법, 교육과학기술부의 원자력법 등이다. 여기에 소방기본법, 대기환경보호법 등까지 포함하면 관련법은 더욱 늘어난다(관계법령 정보 보기).

관련법이 많으면 관리도 더욱 철저할까? 현실은 오히려 그 반대다.

9개 부처 27개 법률... 같은 물질 두고도 기준 제각각

부처마다 따로 운영 중인 화학물질 관련 정보 사이트. 위에서부터 국립환경과학원 화학물질정보시스템(http://ncis.nier.go.kr/), 소방방재청 국가위험물정보시스템(http://www.nema.go.kr/hazmat/), 고용노동부 유해물질관리(http://www.moel.go.kr/oneclick/work17/new_msds/harmful/index.html) 홈페이지.
 부처마다 따로 운영 중인 화학물질 관련 정보 사이트. 위에서부터 국립환경과학원 화학물질정보시스템(http://ncis.nier.go.kr/), 소방방재청 국가위험물정보시스템(http://www.nema.go.kr/hazmat/), 고용노동부 유해물질관리(http://www.moel.go.kr/oneclick/work17/new_msds/harmful/index.html) 홈페이지.
ⓒ 국립환경과학원, 소방방재청, 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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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물질을 두고도 법마다 관리방식이 다르거나 내용이 중복되다 보니, 화학물질 관련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관리체계를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고가 날 경우 신속히 처리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부처끼리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주)휴브글로벌 구미공장 불산사고를 살펴보자. '불산가스'가 누출됐으므로 지식경제부 담당으로 여겨졌다가, 불산이 유해화학물질관리법상 '유독물'이라는 이유로 환경부 업무가 됐다. 동시에 주민 피해보상과 복구 대책 전반을 총괄하는 중앙재난대책본부는 행정안전부 안에 세워졌다.

올해 1월 삼성전자 화성공장에서 일어난 불산 누출사고 때는 유해화학물질관리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의 허점이 드러났다.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은 불산을 '사고대비물질'로 지정하고 있다. 이 물질을 일정량 이상 사용하는 업체는 지방자치단체나 환경부에 자체방제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다만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유해·위험물질을 다루는 사업장은 고용노동부에 공정안전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대신하게 했다.

그런데 불산은 유해·위험물질 21종에 해당하지 않는다. 즉 삼성전자 화성공장은 다른 유해·위험물질을 다루는 공정에 대한 공정안전보고서만 제출하면 법적 의무를 다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고는 불산을 다루는 11라인에서 일어났고, 대처방안 등이 담긴 공정안전보고서는 없었다.

사고 나면 책임 회피 급급... 총괄기구 필요

공정안전보고서 문제는 구미 불산사고 때도 이미 불거졌던 문제다. 이에 따라 국무총리실은 삼성 불산사고 전인 2012년 12월 '유해화학물질 안전관리 개선대책'을 내놓으면서 모든 규모 사업장으로 공정안전관리를 확대 적용하고 대상물질도 40종 내외로 늘리겠다고 했다. 또 ▲ 환경부로 사고 대응·수습 체계를 일원화하고 ▲ 환경부에 화학사고 전담 조직을 신설하며 ▲ 부처별로 운영·관리 중인 위험물질 정보시스템을 화학사고 대응정보시스템과 연계하겠다고 밝혔다('유해화학물질 안전관리 개선대책' 자세히 보기).

그러나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은 지난 6일 '삼성전자·구미 화학물질 누출사고의 문제점과 지역주민의 알 권리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의 방향' 토론회에서 정부 대책이 '사고 대응체계' 교통정리에 그쳤음을 지적했다. 이 소장은 "사고 수습만이 아니라 대상 물질과 관리기준을 통합, (사고가 나면) 우왕좌왕하고 소관부처끼리 (책임을 떠넘겨) 다투는 것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수 시민환경연구소 소장은 '화학물질안전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그는 15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각 부처마다 (전문성 있는 분야의 화학물질을 관리하도록) 기능을 분산하는 건 맞지만 그걸 총괄하는 기구가 없으니까 (사고가 터지면) 서로 책임을 피한다"며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경계가 불분명한 업무를 조정하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태그:#화학물질, #구미 불산, #삼성 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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