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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후보는 제18대 대통령선거에서 암·희귀 난치성 질환·심혈관질환(중풍)·뇌혈관질환(치매)에 대한 '4대 중증질환 병원비 전액 국가책임제'를 복지분야 주요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됐다.
 박근혜 후보는 제18대 대통령선거에서 암·희귀 난치성 질환·심혈관질환(중풍)·뇌혈관질환(치매)에 대한 '4대 중증질환 병원비 전액 국가책임제'를 복지분야 주요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됐다.
ⓒ 안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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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당선인은 제18대 대통령선거에서 암·희귀 난치성 질환·심혈관질환(중풍)·뇌혈관질환(치매) 환자들의 가계파탄을 막기 위해 4대 중증질환 병원비를 국가가 100% 부담하는 '4대 중증질환 병원비 전액 국가책임제'를 복지 분야 주요공약으로 내세웠다.

이 공약은 최소 100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4대 중증질환 환자와 그 가족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고 박근혜 후보의 대통령 당선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박근혜 후보의 공약집과 TV토론회 내용을 요약하면 '재정 상황을 고려해 고액의 병원비가 들어가는 중증질환 환자들을 우선 선별해 단계적으로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겠다' 정도가 된다. '3대 비급여를 포함한 비급여를 전면적으로 급여화'하고 '연간 본인부담금 100만 원 상한제'를 도입해 입원 환자의 건강보험 보장률을 90%로 올리겠다는 문재인 후보의 공약에 비하면 훨씬 후퇴된 공약이다.

그럼에도 박근혜 후보는 실현 가능한 수준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하겠다는 의지와 진정성을 보였고, 이것이 국민과 환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인수위가 뒤집은 공약... 의료현장 몰라도 너무 모른다

지난 2월 6일 인수위가 낸 보도자료. 인수위는 '4대 중증질환 병원비 전액 국가책임제'에는 3대 비급여(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간병비)에는 애당초 박근혜 후보의 대선공약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지난 2월 6일 인수위가 낸 보도자료. 인수위는 '4대 중증질환 병원비 전액 국가책임제'에는 3대 비급여(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간병비)에는 애당초 박근혜 후보의 대선공약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 인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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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대통령에 당선된 지 1개월도 지나지 않아 인수위에서 '4대 중증질환 병원비 전액 국가책임제' 공약의 수정 가능성 이야기가 흘러나오더니 급기야 지난 6일, 인수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3대 비급여(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간병비)는 애당초 박근혜 후보의 대선공약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즉 '4대 중증질환 병원비 전액 국가책임제'에는 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간병비는 처음부터 제외됐고, 항암제·검사 등 의료적 비급여만을 포함했다는 것이다.

인수위는 '4대 중증질환 병원비 전액 국가책임제'에 3대 비급여가 포함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박근혜 후보의 공약 취지는 국민이 부담을 느끼는 질병 치료에 꼭 필요한 비급여 항목을 급여로 보장하는 데 있으며, 필수적인 의료서비스 이외에 환자의 선택에 의한 부분은 보험급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인수위는 의료 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다.

허울만 좋은 '4대 중증질환 병원비 전액 국가책임제'

선택 진료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지 이미 오래됐다. 또, 입원 시 1인실·2인실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 코스가 된 지도 이미 오래됐다. 한 달에 간병비 180~250만 원을 지불할 능력이 안 되면 환자 가족 중 누군가는 휴직·휴업을 하고 직접 간병을 해야 한다. 이게 의료 현실이다. 중증질환 환자는 전체 비급여 진료비의 약 40%에 해당하는 금액을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로 지불한다.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인수위의 진심이 '간병비는 의료적 비급여에 비해 건강보험 재정사용의 우선 순위에서 뒤로 밀리고, 상급병실은 어쨌든 환자가 좋은 병실 이용했으니 돈 좀 더 내라는 의미'라면 좋다.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박근혜 당선인이 선택진료비나 의료적 상급병실료까지 그대로 환자 부담으로 놓아둔 채 '4대 중증질환 병원비 전액 국가책임제' 공약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자신을 지지해준 4대 중증질환 환자와 그 가족들을 '바보'로 만드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환자들에게 '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당선된 후보의 공약 실천 여부가 중요하다. 환자들은 박근혜 당선인이 적어도 약속한 공약만은 실천할 것으로 믿었다. 그런데 대통령에 취임도 하기 전에 '4대 중증질환 병원비 전액 국가책임제'에 3대 비급여가 포함되는지 안 되는지가 사회적 논쟁거리가 된 것에 대해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

정부는 2006년 9월부터 고액 중증질환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5년간 한시적으로 줄이기 위해 '중증질환 등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중증질환으로 등록하면 2012년 현재 건강보험 적용되는 진료비 중에서 암은 5%, 심혈관질환·뇌혈관질환·희귀 난치성 질환은 각각 10%만 부담하면 되는 산정 특례를 받는다. 나머지 비용은 모두 건강보험공단이 지불한다.

문제는 이러한 '중증질환등록제도'가 비급여 진료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대로 4대 중증질환 환자의 본인부담률을 0%로 만들고 국가가 100% 전액 책임진다고 해도 3대 비급여인 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간병비를 해결하지 않으면 국민의 의료비 부담은 크게 줄지 않는다.

중증질환 환자에게 병원비 국가책임이란 '생명보장'

'4대 중증질환 병원비 전액 국가책임제'가 추진돼도 3대 비급여인 ▲ 선택진료비 ▲ 상급병실료 ▲ 간병비를 해결하지 않으면 국민의 의료비 부담은 크게 줄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4대 중증질환 병원비 전액 국가책임제'가 추진돼도 3대 비급여인 ▲ 선택진료비 ▲ 상급병실료 ▲ 간병비를 해결하지 않으면 국민의 의료비 부담은 크게 줄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한국환자단체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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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상상해보자. 박근혜 당선인은 4대 중증질환 환자들의 병원비를 국가가 전부 책임지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OECD 가입국 대한민국에는 굶어 죽는 사람은 없어도 돈이 없어 치료를 제때 제대로 못 받아 죽는 환자는 많다. 대형병원에 가면 이러한 불쌍한 환자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를 지켜보는 중증질환 환자는 '나도 언젠가 저렇게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불안감을 갖게 된다.

이들에게 '4대 중증질환 병원비 전액 국가책임제' 공약이 어떤 의미였겠는가? 이들에게는 생명을 보장받는 것과 다름없다. 그런데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다른 소리를 한다면 이들의 배신감과 분노가 얼마나 클지는 짐작이 가고 남을 것이다.

만일 3대 비급여 모두를 해결하기에는 건강보험 재정이나 국고 부담이 너무 크다고 한다면, 우선 선택진료비부터 해결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의료적 상급병실료를 해결한 뒤 간병비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단계적으로 해결하면 된다.

아니면 4대 중증질환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4대 중증질환 병원비 전액 국가책임제' 공약 수정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한 뒤 이들의 병원비 불안을 해결해줄 정책을 새롭게 발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하지만 대선기간 내내 강조해온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민생 대통령, 박근혜'라는 이미지에는 큰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4대 중증질환 병원비 전액 국가책임제'를 공약대로 실천하든가 공약을 수정해야 할 것이다. 이로써 국민과 환자들을 혼란스럽게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안기종씨는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입니다.



태그:#박근헤, #4대 중증질환, #인수위, #암 , #안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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