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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에 달걀옷을 입히고 있습니다
 새우에 달걀옷을 입히고 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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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숙모는 푹 쉬세요. 설날 음식은 저희가 할게요."
"엄마와 큰엄마는 푹 쉬세요. 설날 음식은 저희가 할게요."

"올 설은 너희들 때문에 우리가 편하겠네."

지난해 추석에 이어 올 설 음식도 아이들이 나섰습니다. 우리집 셋, 동생네 셋이니 아이들이 여섯이 동그랑땡도 만들고, 새우 튀김에 고구마 부침개에 오징어 튀김까지 이제 못하는 것이 없습니다. 아내와 제수씨는 좋아합니다. 생각보다 아이들 손맛이 제법입니다.

"동그랑땡도 만들고, 새우 튀김도 하고"
"오징어 튀김도 해야지."

"오징어 튀김까지 하면 무엇을 하지?"
"명태 부침개도 있다."
"그래 명태 부침개!"
"새우 튀김, 어떻게 하는지 알아?"
"당연히 달걀을 풀고, 부침가루로 새우옷을 입혀야지."

"그럼 달걀은 우리가 풀 테니... 너희들은 새우옷을 입혀라."

새우 옷을 입히는 막둥이와 동생네 막둥이
 새우 옷을 입히는 막둥이와 동생네 막둥이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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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음식은 내손으로... 막둥이
 모든 음식은 내손으로... 막둥이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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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막둥이와 동생네 막둥이는 새우옷을 입혔는데, 새우가 옷을 입은 건지 자신들이 옷을 입을 건지 모를 정도가 됐습니다. 그래도 열심입니다. 엄마가 해주는 것만 맛나게 먹었던 아이들이 이제는 자신들이 직접 설이나 추석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자신들이 만든 음식이 맛도 더 좋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할머니가 대뜸하시는 말씀 때문입니다.

우리가 만든 음식, 먹지 말라고? "할머니 섭섭해요!"

"너희들은 많이 먹지 마라."
"왜요? 우리가 만들었는데 왜 먹지 못해요?"
"고모부와 고모 그리고 형부가 드실 것이니까."

"그래도 우리가 만들었는데 왜 먹지 못 하게 해요?"
"그럼 한두 개는 먹어도 된다."


지난해 가을, 외조카가 결혼을 했습니다. 외손주 사위가 처음으로 오기 때문에 어머니는 정성을 다해 준비하셨습니다. 아들을 그렇게 좋아하시는 분이 외손주 사위 준다고 그 맛있는 새우튀김을 먹지 못하게 하셨습니다. 조금은 섭섭했지만 손주 사위를 위한 할머니 사랑은 한없습니다. 자식보다 손자 손녀들이 더 예쁘다고 합니다.

엄마는 푹 쉬세요. 음식은 저희가 할게요
 엄마는 푹 쉬세요. 음식은 저희가 할게요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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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튀김이 지글지글
 새우튀김이 지글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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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던지신 말씀에 조금 섭섭했지만 아이들이 아랑곳하지 않고 새우튀김을 끝내고 이제는 오징어 튀김입니다. 새우튀김처럼 댤걀을 입히고, 부침가루를 입히고 기름을 붓고 튀겨내고 시작했습니다.

"새우튀김을 끝냈으니 이제는 오징어를 튀겨야 합니다."
"달걀 풀고, 부침가루 옷 입히고."
"이제 척척이네."
"엄마와 큰엄마는 푹쉬니라고 했잖아요."

"그래도 우리가 하는 것은 있어야지."
"엄마와 큰엄마는 다른 것 하면 돼잖아요."

동그랑땡은 우리가...딸과 동생네 둘째딸
 동그랑땡은 우리가...딸과 동생네 둘째딸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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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 동그랑땡입니다. 조금 아쉬운 것은 집에서 직접 만든 동그랑땡이 아니라 마트에서 산 것입니다. 올 추석에는 마트에서 산 동그랑땡이 아니라 집에서 직접 만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문제는 아내와 제수씨 손길이 더 많이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년 설은 아이들이 음식을 모두?

아이들이 만든 동그랑땡
 아이들이 만든 동그랑땡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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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아내와 제수씨는 무엇을 했을까요? 생선 구웠습니다. 생선 굽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구워 본 사람은 압니다. 잘못 뒤집으면 살이 다 떨어버리고, 너무 오래 구우면 타버립니다. 생선은 노릇노릇 구워야 제맛입니다. 노릇노릇 구운 생선을 보면서 아직은 엄마 손길이 필요함을 알 수 있습니다.

아내와 제수씨는 생선을 노릇노릇 구웠습니다.
 아내와 제수씨는 생선을 노릇노릇 구웠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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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자신들이 만는 설음식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배가 불러 더 이상 먹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특히 올해는 다른 해보다 세뱃돈에 더 많아 받아 주머니도 두둑합니다. 이래저래 즐겁고, 기쁜 설날이었습니다. 저는 올 설날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맛있게 배불리 먹기만 했습니다. 내년쯤 되면 생선 굽는 것도 아이들이 다 할 것 같습니다. 그럼 우리집 여성들은 편안하게 쉴 수 있을까요? 어머니 마음에 달렸습니다. 올 설도 오전 2시에 일어나셨으니까요.



태그:#설날, #아이들, #음식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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