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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 흰돌리마을엔 한옥이 모두 일곱 채 있다. 그중 무려 여섯 채나 이 마을에 사는 이들이 직접 지었다. 전인식씨(65)와 정순자(60)씨의 이야기다.

한옥 직접 짓느라 '천신만고'

한옥과 된장독, 그리고 기와 담이 어우러져 정겹다. 전인식씨가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조경하고 건축한 공간이다.
▲ 한옥과 된장독 한옥과 된장독, 그리고 기와 담이 어우러져 정겹다. 전인식씨가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조경하고 건축한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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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2007년도부터 마을에 한옥을 짓기 시작했다. 4년에 걸쳐 모두 다섯 채의 한옥을 지었다. 세 채는 마을 펜션으로, 두 채는 일반주택으로. 농가소득을 위해 마을에 한옥펜션을 지은 게 시작이었다. 그 후 한옥이 좋다는 외지인 두 집이 한옥을 지어 이사를 왔다. 20여 년 전에도 한옥을 지었으니 모두 여섯 채를 지었다. 

그들은 강원도 산지에 가서 원목을 직접 구해서 지었다. 목재소에서 사면 비싸기 때문이다. 산지에서 직접 나르는 것도 일이었지만, 보관하는 건 더 어려웠다고. 원목이 비 맞지 않게 하려고 몇 해를 전전긍긍한 걸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단다.

사람을 부려가며 일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해본 사람은 다 안다. 흙집이라 비나 눈은 쥐약이다. 그럴 때면 공사 하루하루가 피 말리는 건 당연지사. 이렇게 엄두를 낸 건 농민이면서 건설면허가 있다는 것도 한몫했다. 그는 토목·조경 사업 등을 십수 년 해왔다. 그동안의 노하우가 바탕이 돼 마을에서 한옥을 짓기 시작했다.

한옥 짓기 시작한 건 토종 된장 때문

"한옥을 왜?"란 질문에 인식씨는 "된장 때문"이라고 바로 대답한다. 된장이라니? 그는 농외소득을 위해 뭔가를 해야 했다. 무얼 할까 고민하다 토종 된장 사업을 떠올렸다. 그의 말에 의하면 콩을 직접 파는 것보다 된장을 만들면 4배의 농가소득이 보장된다고 했다. 농사만 지어선 살기 힘든 농민의 고민이 묻어 있다. 

한옥이 메주 숙성이 잘 된다는 것. 한옥과 토종된장은 보기에도 어울린다는 것. 한마디로 된장을 팔기 위해 한옥을 지었다는 이야기다. 한옥을 지은 이유가 된장 때문이라니. 무슨 심오한 한옥철학이 있어서도 아니고, 멋있어서도 아니고, 건강에 좋아서도 아니란다. 진짜 이유는 이글 마지막에 가면 알게 되겠지만.

안성에선 이 마을이 한옥마을로 통한다. 멀리서 바라본 눈내린 한옥마을은 한폭의 동양화 같다.
▲ 한옥마을 전경 안성에선 이 마을이 한옥마을로 통한다. 멀리서 바라본 눈내린 한옥마을은 한폭의 동양화 같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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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마을에서 '구 이장님'이라 불린다. 그렇다. 전직 이장이다. 5년간 마을 이장을 보면서 자신도 살고 마을도 사는 길을 찾았다. 그 해답이 바로 '전통된장과 한옥'. '전라도 순창의 고추장마을처럼 조성이 되면 우리 마을도 잘 살 수 있을 것'이라 꿈꾸었다.

이런 마을이 되려면 누군가 시작의 깃발을 꽂아야 한다. 한 농가가 소득이 된다는 걸 보여주면, 다른 농가도 합세하게 된다. 이게 바이러스처럼 퍼지면 전통된장마을이 될 거라는 나름의 전략이 있었다.

그도 하다 보니 알게 되었다. 마을에 열 채의 한옥만 있으면 전통한옥마을로 지정받아 정부지원도 있다는 걸. 앞으로 3채만 더 있으면 한옥마을로 지정받을 수 있다니. 지금도 그 꿈은 놓지 않고 있단다.

10가지 이상의 농사까지... 하루가 짧다

그렇다면 이들 부부는 농사는 지을까. 그렇다. 이들의 주업은 농사다. 이들 부부가 하는 농사 항목 한 번 읊어볼까. 벼농사는 기본이고, 고추·마늘·옥수수·고구마·파·수수·콩·토란·마·들깨·미나리·흑염소 사육·유정란 생산 등 시골에서 돈 되는 것은 모조리 하는 편이다.

이 농사 저 농사 짓다보니 어떤 때는 일손이 모자라 추수 때를 넘기곤 한다. 인식씨는 다리를 다쳐도 절룩거리며 농사를 짓곤 했단다. 아내는 꿋꿋이 버티다가 한번 몸살을 하면 몇 며칠을 앓는다고. 그래도 농사는 지어야 한다. 새벽에 일어나 밤늦게까지.

시집온 지 38년. 올해로 예순이 되는 순자씨. 시집 와서 평생 일만한 아내. 인식씨는 펜션 손님 중 아내와 비슷한 연령대의 여성을 보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그 사람은 놀러 왔는데, 아내는 뼈 빠지게 일만 하는 거 같아서라고.

안성의 한옥마을 지킴이인 정순자 전인식 부부가 자신들의 한옥앞에서 오랜 만에 웃음을 짓고 있다. 이들 부부는 한옥관리하랴 농자지으랴 하루 해가 늘 짧다.
▲ 정순자 전인식 부부 안성의 한옥마을 지킴이인 정순자 전인식 부부가 자신들의 한옥앞에서 오랜 만에 웃음을 짓고 있다. 이들 부부는 한옥관리하랴 농자지으랴 하루 해가 늘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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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부부, 왜 이토록 일할까. 인식씨가 말한다. "빚을 자식들에겐 물려주지 말아야 될 거 같아서"라고. 한옥을 지은 것도, 된장사업을 하려는 것도, 농사일을 하는 것도 모두 이런 속내가 있었다. 그렇다. 소위 농가부채가 문제였다. 웬만한 대한민국 농가에 빚은 일상사다. 특히 이들 부부는 억이 넘는 농가부채가 있다. 이들 부부에겐 이 시대 농민의 진한 아픔이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지난 8일 전인식 씨가 지은 한옥에서 이들 부부와 이뤄졌다.



태그:#한옥, #한옥마을, #된장, #한옥펜션,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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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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