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서울 소공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KBS2TV 수목드라마 <아이리스2> 제작발표회에서 NSS 경호팀 요원 윤시혁 역의 배우 이준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7일 오후 서울 소공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KBS2TV 수목드라마 <아이리스2> 제작발표회에서 NSS 경호팀 요원 윤시혁 역의 배우 이준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지난 7일, KBS 2TV 드라마 <아이리스2> 제작발표회 현장은 일순간 소란스러워졌다. NSS 경호팀 요원 윤시혁 역으로 출연하는 이준에게 최근 하차를 결정한 프로그램 MBC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에 대한 질문이 나왔기 때문이다.

라운드 인터뷰 말미에 취재진이 이와 같은 질문을 하자, <아이리스2> 홍보사 직원은 "드라마에 대한 질문만 해달라"고 막아섰다. 이 같은 상황에 "어떡하지"라며 당황한 기색을 보인 이준은 "책임감을 갖고 더 열심히 연기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최선을 다 하겠다"고 에둘러 답했다.

하지만 '라운드'로 그를 둘러싼 취재진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얘기 안 해도 어차피 '묵묵부답'이라고 기사 나간다"는 협박형(?)부터 "이준 씨는 얘기할 것 같은데, 제재하지 말라" "이왕 나온 거 속 시원히 얘기해 달라"는 회유형까지, 이준에게서 해당 답변을 듣기 위한 다양한 도전이 이어졌다.

이준은 가상 결혼 버라이어티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부부로 출연해온 배우 오연서와 지난 2일 방송을 끝으로 동반 하차했다. 두 사람의 소속사는 "바쁜 스케줄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지만, 최근 불거진 오연서의 열애설로 인해 커플로서의 진정성을 잃었다는 데에 더 무게가 실린 것이 사실이다.

하차에 앞서 이준이 팬 카페 심경 글을 남기면서 <우결> 논란은 더 뜨거워졌었다. 이준은 지난달 23일 자신의 팬 카페에 "참을 만큼 참았고 나에게도 의견이라는 게 있는데, 그 누가 진심으로 사과한 적은 있나?"라며 "난 사람이니까 눈에 보이는 거짓 연기 못함"이라고 썼고, 이는 시기상 '우결' 논란에 대한 토로로 읽히기 충분했다.

"기자에게 홍보나 광고만을 하라는 것인가"

<아이리스2> 제작발표회는 논란 이후에 이준이 기자들과 대면한 첫 자리인 셈이었다. 질문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이상하고, 그 질문을 막는다고 해도 막아지지 않는 상황이다. 이미 소속사 차원의 공식입장으로 논란이 일단락됐음에도 해당 사건과 관련이 없는 행사에서 다시 발목을 잡는 취재 열기도 문제지만, 무조건적인 질문 봉쇄도 능사는 아닌 '딜레마'다.

어느새 "작품에 대한 질문만"은 제작발표회 등 공식 행사에서 단골 멘트가 됐다. 지난해에는 티아라 멤버 왕따설이 불거졌을 당시, 효민은 <천 번째 남자> 제작발표회에서 "드라마에 관련된 질문만 해달라"고 울먹였고, 같은 이유로 <다섯손가락> 제작발표회에서는 은정에 대한 질문이 제재를 받았다.

질문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거나 공익성과 관련이 있는지에 대한 판단은 사안마다 다르겠지만, 문제는 취재진의 질문을 금지하는 행위가 입맛에 맞는 취재만을 허락하겠다는 뜻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한 매체의 방송 담당 기자는 "기자에게 홍보나 광고만을 하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런가 하면, 작품 외의 질문이 오히려 '설'을 잠식 시킨 사례도 있다. 영화 <577 프로젝트> 시사회 당시 공효진은 함께 출연한 배우 하정우와의 열애설에 대한 질문을 받고, "올 것이 왔군요"라며 오히려 허심탄회하게 공개연인이었던 류승범과의 결별 그리고 하정우와의 교제가 사실이 아님을 털어놨다. 피하지 않은 깔끔한 한 수는 '역시 프로'라는 평가까지 얻어냈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근본적인 문제는 '설' 혹은 '논란'을 좇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는 어떤 사안이든 인터넷을 통해 발 빠르게 확산되고, SNS에 글 한 자만 써도 기사화가 되는 시대와 무관하지 않다. 대중과 언론이 논란을 좇고 부추기는 기형적인 환경에서 대중에게 노출된 연예인으로서는 '해명을 요하는' 논란이라는 것이 경중을 따지지 않고 거의 매일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 기저에서 등장한 "드라마에 대한 질문만 해주세요"라는 단골멘트는 문제점을 안은 문화 현상을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아이리스2 이준 우리 결혼했어요 우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