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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조(새를 관찰하는 행위)문화가 우리나라에는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과거에 비해 많은 사람들이 탐조를 하지만, 새 보는 것 자체를 어색해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유럽이나 가까운 나라 일본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10배 이상의 탐조인구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렇게 탐조인구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새들을 보호하는 활동에 적극적인 시민들도 많이 생겨났다. 지난해 11월 해외에서 탐조할 기회가 있었다.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3개국을 다니면서 물의 순환시스템, 생태농업, 습지 등을 견학하면서 해외의 조류상들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말로만 들어왔던 새를 직접 볼 수도 있었고, 각 나라별 특지에 따라서 생태적 다양성도 다르게 달랐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홍콩 3개 나라에서 본 조류 관찰기록을 간단하게 정리해봤다. 조사를 진행한 것이 아니라 단순 탐조기록이지만, 우리나라에서 다른 나라의 조류기록을 얻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나름 큰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전수 조사 등의 세부적인 데이터는 부족하지만, 종의 숫자로 판달할 수 있는 생태적 다양성을 평가하기에는 충분한 기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3개의 다른 나라에서 만난 새들은 우리나라의 조류상과는 많이 달랐다. 지역적인 특성으로 우리나라에서는 희귀한 종들도 현지에서는 쉽게 만날 수 있는 흔한 종이었다. 특히 검은목점박이비둘기는 우리나라에 3~4회 밖에 관찰 기록이 없는 희귀종이었지만,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에서는 흔하디 흔한 종으로 우리나라의 멧비둘기나 집비둘기와 다르지 않았다. 이밖에도 붉은왜가리, 검은해오라기, 흰날개해오라기, 흰배뜸부기, 검은뻐꾸기 등의 다양한 국내희귀조들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리나라 미조로 기록되어 있는 거은 뻐꾸기, 10회 내의 관찰기록만 있는 희귀조류이다.
▲ 검은뻐꾸기 우리나라 미조로 기록되어 있는 거은 뻐꾸기, 10회 내의 관찰기록만 있는 희귀조류이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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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종 새 관찰이 확인된 다음날이면 수십 명의 탐조인이 한 곳에 모이는 국내 상황을 감안하면, 국내 희귀종을 외국에서 쉽게 관찰한 것을 기록하는 일이 국내에서만 너무 오만한 일이 될지도 모르겠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종종 관찰되어지는 검은이마직박구리나, Red-Whiskered Bulbul 등도 볼 수 있었다. 오히려 너무 많아서 우리나라의 비둘기 취급도 못 받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관찰이 잦아지고 있느 검은이마직박구리
▲ 검은이마직박구리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관찰이 잦아지고 있느 검은이마직박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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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조결과를 정리하면 11월 19일~25일 5박 6일간 총 85종의 새들을 관찰하였고, 미동정 솔새류 2종을 포함되어 있다. 가장 많은 종류의 새들을 관찰한 곳은 말레이시아로 49종을 관찰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KOREF라는 유기농 농장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제된 말라카를 방문했다. 자연환경이 잘 유지되고 있고 아직 개발이 되지 않은 나라의 특성 때문인지 오히려 새들에게는 너무나 살기 좋은 땅이라고 생각되었다. 물수리, 개구리매, White bellied Sea eagle 등 맹금류들도 다양하게 서식하고 있어 말레이시아의 생태적 건강성을 확인 할 수 있었다.

3개국에서 관찰한 조류기록표
▲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에서 관찰한 조류목록 3개국에서 관찰한 조류기록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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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적은 종이 관찰된 지역은 싱가포르로 13종을 관찰하였다. 싱가포르 전 구간을 돌아다니면서 관찰한 것에 비하면 너무나 적다. 고도의 도시화가 많이 진행된 탓인지 조류의 서식환경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조경의 도시라고 해서 많은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지만, 단순한 나무들만 자라고 있고, 주변 도시로 인한 생태계를 유지하는 것에 한계가 있어 보였다. 물이 담겨있는 마리나버라지댐에도 물새들이나 다른 종류의 새들을 관찰하는 것은 어려웠다. 우리나라에서 서식하지 않는 Pacific Swallow나 Brahminy Kite를 관찰한 것에 위안을 삼아야 했다.

두 번째로 많았던 곳은 마이포 습지와 홍콩습지공원이었다. 42종이 관찰되면서, 작은 공간에서 발견한 종 치고는 상당이 높은 종 다양성을 보여주었다. 싱가포르와 마찬가지로 대규모 도시개발이 이루어진 홍콩이었지만, 보전을 진행해야 하는 곳은 철저하게 보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공원조성 시에도 새들에게 최대한 피해가 없도록 유도하면서, 도시와 생태계가 공존하는 방안을 찾은 듯해서 놀라웠다.

홍콩 마이포 습지에서는 우리나라에서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는 저어새를 관찰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서해안에서만 번식하는 저어새를 500여마리 이상 관찰할 수 있었는데, 전 세계의 저어새 개체군의 80% 이상이라고 볼 수 있다. 멸종위기종에 처한 저어새는 우리나라에서만 번식하고 홍콩 등지에서 월동하는 국제보호종이다. 이런 멸종위기종 대부분이 월동하는 홍콩의 습지공원과 마이포습지의 중요성은 다시 언급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천연기념물 205로 지정받아서 보호중인저어새와 백로떼
▲ 저어새와 백로들 천연기념물 205로 지정받아서 보호중인저어새와 백로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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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국에서 본 새들은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종들도 많았다. Pacific Swallow, Olive-backed Sunbird, Asian Glossy Starling, Javan Myna, Common Myna, Sulawesi Myna, Black-Collared Starling, Pied Crow, Zebra Dove, Pink-necked Green pigeon 등등 국내에서는 확인할 수 없는 종들을 볼 수 있었다. 위도와 경도에 따른 조류분포의 다름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서식하고 있지 않은 까치울새 / 마이포 습지에서 어렵지 않게 관찰이 가능했다.
▲ 까치울새 우리나라에서 서식하고 있지 않은 까치울새 / 마이포 습지에서 어렵지 않게 관찰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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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새들을 만날 수 있는 해외 탐조! 탐조를 위해 간 것은 아니었지만, 새를 보는 사람으로서 새로운 새들을 만나는 것은 늘 흥분되는 일이다. 홍콩의 습지공원을 찾은 외국 탐조객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미래를 꿈꿔봤다. 탐조문화가 발달한 유럽과 일본에서 철새들을 보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으면 어떨까 하는 상상해 본 것이다.

전 세계 우리나라에만 서식하는 가창오리와 금강하구에 최대 번식지를 자랑하는 검은머리물떼새 등의 희귀철새들을 잘 보전한다면,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도 아니다. 하지만, 현실은 천해의 자연을 가진 낙동강, 금강, 한강 등의 철새도래지가 4대강사업과 간척사업 하구둑건설 등의 개발로 철새들이 줄어가고 있다. 개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철새들의 서식처 보전을 통해 새로운 탐조문화가 자리 잡히는 그날을 기다려 본다.

우리나라에서만 번식하는 저어새의 거의 유일한 월동지가 홍콩이다. 천연기념물인 205호의 보전을 위해서라도 홍콩과의 적극적인 교류가 있어야 할 것이다.
▲ 저어새 우리나라에서만 번식하는 저어새의 거의 유일한 월동지가 홍콩이다. 천연기념물인 205호의 보전을 위해서라도 홍콩과의 적극적인 교류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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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탐조,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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