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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시청 앞 노숙농성 479일째를 알리는 현수막.
 강릉시청 앞 노숙농성 479일째를 알리는 현수막.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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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11시, 강원도 강릉시 구정리 주민들은 강릉시청 현관 앞에서 479일째 계속 해온 골프장 건설 반대 노숙농성을 마감하는 행사를 가졌다. 구정리 주민들은 이날 마을이 생긴 이래 가장 역사적인 날을 보냈다.

농성을 마감하기 전에 주민들은 5일 강릉시청과 '골프장 건설 중단'에 동의하는 합의서를 작성하고, 강릉시청으로부터 합의서 내용을 성실하게 이행할 것을 약속받았다(관련기사: "강릉CC 건설 중단", 5년여 끌어온 싸움에 종지부). 그리고 주민들은 합의서 내용에 따라, 이날 직접 479일을 버텨온 노숙농성장을 철거했다.

주민들과 강릉시청은 합의서에서 ▲ 강원도청 산하 '강원도 골프장 특별위원회' 활동에 협조하고 ▲ 강원CC(골프장) 사업을 중단하는 대신 대체사업으로 전환하고 ▲ 그 과정에 주민과 행정 사업자 등이 다자간 협의체를 구성해 상생의 길을 모색하기로 약속했다.

강릉시청 현판과 골프장 반대 노숙농성장. 농성장을 철거하기 전의 모습. 그 앞에 한 시민이 현수막에 자신의 의견을 적고 있다.
 강릉시청 현판과 골프장 반대 노숙농성장. 농성장을 철거하기 전의 모습. 그 앞에 한 시민이 현수막에 자신의 의견을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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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주민이 주축이 된 골프장 반대 운동

주민들은 2008년 골프장 건설 반대 운동을 시작해, 2011년 10월에는 시청 현관 앞에 비닐 천막을 치고 노숙농성을 벌여 왔다. 햇수로는 3년째, 2011년 가을에 시작한 농성을 2013년 겨울에 끝맺게 됐다. 이 기간 동안 주민들은 겨울만 두 번을 맞이했다.

시청 현관 앞에 비닐로 천막을 치고 그 안에 스티로폼을 깔고 앉아,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골프장 반대 운동을 벌여야 했던 주민들에겐 추위도 큰 시련이었다. 올해 노숙농성장에서 마지막 겨울을 보낸 주민들은 농성장을 벗어나 모처럼 환하게 웃었다.

노숙농성장 철거 직전, 농성장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주민들.
 노숙농성장 철거 직전, 농성장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주민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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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자신들이 원했던 성과를 거뒀다. 시청이라는 거대 기관을 상대로 6년째 골프장 건설 반대 운동을 벌인 끝에, 마침내 그 목적을 달성하고 마을 주변 울창한 소나무 숲을 지켜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주민들이 거둔 성과는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날 '강원도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한 범도민대책위' 반경순 공동대표는 "주민들이 주축이 돼서 골프장을 막아낸 건 구정리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그는 "구정리 주민들이 골프장 반대 운동에 새 역사를 썼다"며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행사는 '제102차 강원도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한 기도회'를 여는 것으로 시작해, '강릉CC 건설 중단을 위한 강릉시민공동대책위원회(이하 강릉대책위)' 주도로 '노숙 정리' 기자회견을 가진 다음, 주민들이 직접 노숙농성장을 철거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노숙농성장 철거 장면. 비닐 천막을 걷어내고 있다.
 노숙농성장 철거 장면. 비닐 천막을 걷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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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장 자진 철거는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

강릉대책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골프장 건설 중단은) 하루빨리 골프장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는 강릉 시민들과 주민들의 마음이 모두 모여 이뤄진 값진 승리"라고 말하고, "노숙 479일째가 되는 2월 7일 지난한 고통과 눈물의 노숙을 정리한다"고 밝혔다.

강릉시청 노숙농성장 앞, 골프장 건설 중단 환영 현수막을 들고 기자회견을 하는 주민들.
 강릉시청 노숙농성장 앞, 골프장 건설 중단 환영 현수막을 들고 기자회견을 하는 주민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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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대책위는 "노숙장 자진 철거는 또 다른 시작"임을 알렸다. 골프장 문제를 강릉시 내 일부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강원도 전체의 문제로 보고, 다른 지역 주민들과 연대해 골프장과 관련한 문제들이 모두 해결될 때까지 투쟁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다.

최명희 강릉시장.
 최명희 강릉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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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대책위는 "골프장 난개발로 촉발된 강원도 골프장 문제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며, "환경 파괴와 주민 피해로 인해 지금 이 시간에도 (강원도 내 다른 지역의) 골프장 피해 주민들은 온몸을 던져 힘든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강릉CC의 문제가 일단락되었다 하더라도 이들과의 연대 투쟁은 계속될 것"임을 약속하고, "(강원도 내) 골프장 피해 주민 모두가 마음 놓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그날까지 함께 투쟁할 것"을 다짐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노숙농성장 철거가 시작됐다. 농성장은 479일을 버텨온 것치고는 짧은 시간 아주 간단하게 정리됐다. 비닐이 걷히면서 그 안에 주민들이 가진 것들의 실체가 드러났다. 비닐과 스티로폼 등을 포함해 해체된 농성장은 1톤 트럭을 다 채우지 못했다.

농성장 철거가 끝날 무렵, 최명희 강릉시장이 현장을 방문했다. 최 시장은 주민들과 악수를 나누며 격려의 말을 전했다. 최 시장은 "주민들과 골프장 사업자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자"고 말했고, 주민들은 "(합의서 대로) 약속을 꼭 이행해줄 것"을 부탁했다.


태그:#골프장, #강릉CC, #구정리, #최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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