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감독. 한석규, 류승범, 전지현, 하정우 주연. 캐스팅만으로도 이미 관객들을 설레게 만들었던 영화 <베를린>이 지난 1월 30일 개봉했다.

영화는 5일만에 200만 관객을 끌어모으며 대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베를린>의 인기는 점점 더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각종 SNS를 통해 퍼지는 입소문을 보자면 '기대만큼 좋았다'는 평이 많다.

많은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내고, 또한 만족스러운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이 영화의 묘미는 무엇인지, 영화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살펴보자.

눈에 띄게 발전한 류승완의 연출력, 그리고 무게감 있는 출연진

 영화 <베를린>의 한 장면.

영화 <베를린>의 한 장면. ⓒ (주)외유내강


영화 <베를린>은 다양한 매력을 스크린에 쏟아내며 관객으로 하여금 잠시도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높은 몰입력을 자랑한다. 영화 초반 독일의 빼어난 경관을 담아낸 장면들과 국정원-남북 양측 공작원들의 대립이 관객을 사로잡는다면, 중반부터는 숨막히는 추격전과 액션신이 이어진다.

각 장면마다 감탄이 나올 정도로 멋진 영상미, 액션장면들에서 감독인 류승완의 연출력이 전작들에 비해서 한층 더 물오른 상태임을 느낄 수 있다. <베를린>에서도 직접 각본을 맡은 그는 주진우 기자를 통해 탈북자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했을 정도로 등장인물들을 더욱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노력했다고도 밝혔다. 각고의 노력 끝에 완성된 줄거리는 더욱 짜임새 있고, 마지막 장면까지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한다.

이를 더욱 생기있게 만들어주는 요소는 단연 걸출한 연기파 배우들의 연기력이다. 한석규와 하정우, 류승범의 연기는 오버하지 않으면서도 맡은 역할을 무게감있게 소화해냈다. 홍일점인 배우 전지현도 맡은 배역을 적절하게 연기하며 제 역할을 다 했다. 또한 미모의 여인 이미지로 '남자들만의 영화'가 되어 자칫 칙칙하게 보일 수 있던 작품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각 배우들의 역할을 잘 배분함으로써 류승완 감독은 특정인물의 비중이 너무 크거나 작지 않게 잘 조율한 듯 보인다. 전체적으로 볼 때, 전작 <부당거래>에 이어서 이야기가 더 깔끔하고 탄탄해졌다. 감독 류승완의 연출력이 한층 발전했음이 엿보이는 부분들이다.

남북 분단현실 담긴 액션대작, 해외촬영이 주는 신선함

 영화 <베를린>의 한 장면.

영화 <베를린>의 한 장면. ⓒ (주)외유내강


영화는 제목이 보여주듯, 독일 베를린을 주요 무대로 하고 있다. 북한 대사관과 한국 국정원, 국내에서도 껄끄러운 관계의 양측은 해외에서 더욱 노골적으로 서로를 경계하고 감시한다.

그러다 북한이 개입된 불법무기거래 현장을 국정원 측이 알아채고, 현장을 덮치려던 도중 총격전이 벌어진다. 한편, 북한 측에서는 해당 사건에 연루된 자금과 관련하여 커다란 음모가 있음을 알아낸다. 서로 물고 물리는 추격이 이어지면서 사건은 점점 더 꼬여만 가고, 끝내 많은 사람들이 희생된다. 과연 최후의 순간에는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

줄거리 제작에 있어 류승완 감독을 적극적으로 도왔다는 웹툰작가 강풀의 트위터 글에 따르면,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김정일 생존 당시)에서 "북한의 김정일이 죽은 뒤의 이야기라면 더 좋을 텐데"라는 의견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러던 중 갑작스럽게 김정일이 실제로 사망하고, 이에 시나리오를 통째로 수정하면서 이야기가 한결 매끄럽게 이어질 수 있었다는 후문. 영화는 불법무기거래에 사용된 계좌가 '김정일이 사후에 남긴 재산의 일부'라는 설정이고, 이를 차지하기 위한 사람들의 배신과 계략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남북을 소재로 한 첩보액션은 과거 <쉬리>를 통해서 다루어진 적이 있지만, <베를린>은 독일 현지에서 촬영함으로써 새로운 매력을 보여준다. 아름다운 건물들이 즐비한 베를린 거리에서 벌어지는 총격전, 차량추격신은 손에 땀을 쥐게 하기에 충분하다. 일출의 갈대밭을 배경으로 한 격투신은 영화의 명장면으로 손꼽힐 만하다.

깜짝 게스트들의 출연, 그리고 아쉬운 점

 영화 <베를린>의 한 장면.

영화 <베를린>의 한 장면. ⓒ (주)외유내강


주연들 뿐만 아니라, 조연과 카메오 출연도 영화 <베를린>을 보는 묘미 중 하나다. 베를린 주재 대사관 '리학수' 배역을 맡은 이경영과 북한군 장군으로 출연한 명계남, 북한군 게릴라로 등장하는 모델 배정남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외국인 배우들의 연기력도 나쁘지 않았으며, 배우 안성기의 깜짝출연은 순식간이라 자칫하면 놓칠 우려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아쉬운 점으로 꼽은 것 중 하나는 '초반 북한대사 음량이 너무 작다'는 거였는데, 이는 아마도 북한말 대사가 익숙지 않은 배우들의 억양이 어색하여 편집과정에서 조절한 것이 아닐까 싶다. 주연배우들 중 그 누구도 그렇게 적절한 음량으로 대사를 말하는 게 서투르거나 말끝을 흐리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외의 반응으로는 '내용전개가 단조롭다'가 있었는데, 기존의 다른 첩보영화들이 보여준 배신-복수의 과정과 캐릭터들의 인물묘사가 다소 유사할 뿐 전체적인 줄거리의 흐름은 초점을 유지하고 힘을 잃지 않았다고 본다. 그리고 남북한의 현실을 잘 담아낸 것이 이미 큰 차별성으로 작용하고 있으니 다른 영화와의 비교는 큰 의미를 띄지 못할 것 같다. 그보다는 차라리 '현실의 국정원 직원은 유머사이트 댓글달기가 통상업무라는데, 영화에선 너무 액션이 요란하다'는 비판이 더 그럴싸하지 않을까.

영화 <베를린>의 매력은 이처럼 깨알같이 다양하다. 국내에서도 '본 시리즈' 못지 않은 걸출한 첩보액션영화가 탄생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한층 발전된 실력의 류승완 감독과 명배우들이 함께 만든 이 작품을 기꺼이 즐길 준비가 된 관객이라면, 영화가 끝난뒤 후련한 마음으로 극장을 나설 수 있을 것이다.

베를린 류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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