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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절도 등 범죄현장에 전문과학수사요원이 출동해 정밀한 현장 감식으로 범인이 남기고 간 지문, 머리카락, 족적, 타액 등 흔적을 찾아낸다. 첨단과학수사 기법을 동원, 결국 범인 잡아내 특정사건을 해결하는 이들. 일명 CSI(Crime Scene Investigation 범죄현장수사)라고도 불리는 과학수사대다.

전국 최초로 창설된 충북경찰청 광역과학수사대(KCSI)가 지난 1월 22일로 창설 100일을 맞았다. 그동안 충북청 과수대는 도민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과학치안을 목표로 살인사건 4건을 포함해 모두 862건의 범죄 현장 감식을 진행했다. 이와 함께 450여 건에 범인의 DNA채취하는 등 전국 최초답게 모두 1600여건의 증거물을 채취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로써 광역과수대 체제 시행이후 증거물 채취율이 30%가량 상승했으며, 도시권 밖의 지역에서도 각종 사건 발생 시 즉시 현장 감식을 할 수 있는 체계도 구축했다. 그 결과 사법환경변화에 따라 과학수사의 법정증거능력확보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해 경찰서 단위로 산재되어 있던 전문가 그룹인 과학수사요원들이 지방경찰청으로 통합된 후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3개팀으로 나뉘어 있는 충북경찰청 광역과학수사대가 매일 아침 서로 교대를 할 때마다 당직을 서는 팀에게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제공 = 충북경찰청)
 3개팀으로 나뉘어 있는 충북경찰청 광역과학수사대가 매일 아침 서로 교대를 할 때마다 당직을 서는 팀에게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제공 = 충북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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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수대 창설이후 증거 채취율 상승

지난해 10월 15일 창설된 충북경찰청 광역과학수사대는 청주·진천·괴산 지역을 담당하는 청주권역 23명과 충주·음성 지역을 담당하는 중부권역 8명으로 나뉘어 있으며(북부권과 남부권은 현재 구성되어 있지 않으며 이곳에서 사건·사고 발생시 파견 나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과수대 요원 31명 모두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다.

과수대 요원들은 과학수사학, 법의검시학, 심리학, 영상분석, 법최면, 폴리그라프(거짓말 탐지기), 몽타주(합성 사진) 등 여러 분야로 나뉘어져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해당분야의 석·박사급으로 대학에서 외래교수로 활동도 하고 있다.

광역과학수사대가 발족하기 전까지만 해도 기존 경찰서 단위의 1인 근무체제는 혼자서 현장 감식, 사진촬영, 장비를 활용해야 하는 애로점이 있었다. 또 인력부족으로 대체 근무자가 없어 교육기피 현상이 초래되어 전문성 향상에도 저해 요인이 되어 왔다.

증거 재판주의 등 사법 환경의 변화에 따라 현장 증거의 증거능력 확보 중요성이 어느때 보다 높아지고 있고, 인력운영의 효율성을 기하고 지역별 치안수요에 적합한 과학수사 시스템 구축을 위해 전국 최초로 경찰서 과학수사요원을 지방청으로 통합 운영하게 됐다.

광역과학수사대가 창설되면서 이전까지 경찰서별로 운영되던 과학수사팀과 다른 점으로 사건현장에 과학수사 요원이 2인 1조로 출동하기 때문에 정밀하고 체계적인 현장 감식을 할 수 있게 되었으며 증거 채취율을 높여 많은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게 됐다.

그동안은 경찰서별로 소규모 팀제로 운영되어 왔기 때문에 과학수사 요원의 정보 공유가 미흡해서 광역, 연쇄범죄에 적절하고 신속한 대처가 어려웠기 때문에 최근 과수대의 활약은 더욱 돋보이고 있다.

이성기 광역과학수사대 1팀장은 "충북청 과수대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경찰서별로 거의 혼자서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로인해 업무과중이 생기고 제대로 일처리를 하지 못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면서 "하지만 구은수 청장님의 확고한 의지로 전국 최초로 과수대가 창설되고 2인 1조로 권역별 담당 운영을 하면서 인력이 효율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경찰청 광역 과학수사대 요원들.
 충북경찰청 광역 과학수사대 요원들.
ⓒ 신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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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분야 전문가 31명 활약

현재 충북청 광역과학수사대는 전문화·흉포화되어 가는 범죄동향에 맞춰 연쇄범죄 발생 시 조기에 이를 차단하기 위해 일일범죄발생동향을 24시간 스크린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또 전문지식과 국제학술세미나 등을 통해 수사기법의 과학화와 세계화를 추구하는 과학수사요원들은 사건현장에 도착하면 첨단 과학 수사 장비를 동원해 범인의 동선을 추적해 가며 일련의 순서에 따라 각종 증거들을 하나하나 채취해서 보관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범인에 대한 단서를 찾고 사건 분석 등이 끝나면 이에 끝나지 않고 감식과정에서 분말 등이 묻어 오염된 현장을 자체 제작한 전용 물티슈를 이용해 깨끗이 제거해 주며 주민들을 안정시키는 등 진정한 치안편의를 실천해 가고 있다.

실제로 최근 과수대의 활동상을 살펴보면, 지난 1월 5일 새벽 충주시 소재 병원 출입문을 파손하고 침입하는 등 인근지역 상가에 침입해 절도행각을 벌인 피의자의 범행 직전 이동경로를 영상분석기법으로 파악해 유전자를 채취하고 신원을 확인했다. 이후 과수대는 범죄분석을 통해 인근지역에서 발생했던 절도사건의 증거물 중 범인이 착용했던 장갑흔적이 여타 사건현장에서 채취한 증거물과 동일한 것으로 발견하고 해당경찰서 강력팀에 동일범죄현황 및 범죄분석 자료를 제공해 수사 중이다.

또 지난해 12월 10일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소재 등산복 매장에서 등산복을 대량 구매하겠다며 환심을 사는 방법으로 500만 원을 편취하는 등 전국의 상인을 상대로 총 1억 7000여 만원을 편취한 피의자를 지문 및 유전자, 영상분석 등 다양한 과학수사기법을 이용해 신원을 확인 한 후, 다수의 동일범죄를 밝혀내어 검거하기도 했다.

같은해 9월부터 11월까지 부산·포항·충주 등 전국의 고급 아파트 중 저녁시간대 불이 꺼져 있는 집을 골라 베란다와 가스배관을 타고 올라가 현관문을 부수고 침입해 현금과 귀금속 등 80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절취한 전국무대 아파트 절도단도 DNA 및 수법분석을 통하여 검거하는 등 값진 활약을 보이고 있다.

최용규 충북경찰청 과학수사대장은 "앞으로 충북청 과학수사대는 더욱 과학수사 역량을 강화하고 전문성을 향상시켜 지역민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과학수사를 만들어 나가도록 노력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뛰는 범인 위에 나는 과학수사요원들의 활약상   

# 1. 음성 모 부대원 총상사건

지난해 10월 26일, 음성군 금왕읍 호산리 산돌석재 뒷산. 호국 훈련으로 매복 중이던 육군 모 부대 김정현(가명, 21) 상병이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이 쏜 3발의 총알 중 1발을 왼쪽 가슴 부위에 맞고 쓰러졌고, 가해자는 그대로 도주했다.

사건 다음날 27일 오전 8시경 과학수사요원들이 현장에 출동해 범인 것으로 보이는 담배꽁초를 확보했다. 1시간 후인 9시에는 사건 현장에서 150여 미터 떨어진 산돌석재 사무실에서 사건 시간대에 피의자 소유로 보이는 흰색코란도 차량의 CCTV 동영상을 확보했다.

이날 오후 2시 10분, 과학수사요원들은 음성군 관내 흰색 코란도 차량 소유자 152명의 명단을 확보해 공기총 소지자 474명과 대조했다. 또 피해자의 몸에 박힌 공기총 탄환(5.5mm 단탄) 1개를 대전 국군통합병원에서 넘겨받았다.

과학수사대는 검거한 피의자가 소지하고 있던 공기총과 탄환 2점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의뢰했다. 사건 발생 24시간 만인 27일 피해자의 몸에 박힌 탄환이 피의자가 소지한 공기총으로 발사하였다는 것을 확인해 공소유지를 확보해 줬다.

과학수사요원들의 증거확보와 현미경 감식활동으로 사건이 발생한 지 62시간 만에 피의자로부터 범죄사실 일체를 자백받아 구속했다. 이들은 육군 7군단장으로부터 표창을 받았다.

몇년 전, 청주 우암산에서 불교화장식인 다비식을 치르며 기름으로 몸에 불을 지르고 사망한 사람의 DNA를 체취하고 있는 과학수사대 요원들.(사진제공 = 충북경찰청)
 몇년 전, 청주 우암산에서 불교화장식인 다비식을 치르며 기름으로 몸에 불을 지르고 사망한 사람의 DNA를 체취하고 있는 과학수사대 요원들.(사진제공 = 충북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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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충주 문구점 강도 사건

지난해 10월 29일 오전 2시 30분, 충주시 한 문구점에 강도가 들어 방화한 사건이 112에 접수됐다. 신고자는 이 문구점 주인으로 낯선 남자 2명이 출입문을 두드리며 '조카 선물을 사줘야 한다'며 문을 열어 줄 것을 수차례 요구했다고 증언했다.

신고자에 따르면 주인이 마지못해 문을 열어주자 범인들은 미리 준비한 칼로 주인의 머리를 1회 내려치고 목 부위에 칼을 들이대며 폭행했다.

이를 뿌리치고 문구점 안쪽 화장실로 도망가 문을 잠그고 있다가 문을 박차고 나와 문구점 뒷문 쪽으로 도망가면서 돌아보니 범인들이 문구점에 방화했고 불길이 일어 신고했다는 것이 주인이 밝힌 사건의 경위다.

과학수사요원 6명은 이날 화재현장에 출동해 최초 발화지점과 발화원(휘발류가 들어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통 확보), 화재 진행상황 등에 대해 감식했다. 또 오전 인근 병원으로 후송된 피해자를 화재현장에 불러 사건 당시 상황 진술을 청취하고 동영상을 촬영했다.

과학수사대는 조사과정에서 수상한 점 몇 가지를 발견했다. 문구점 주인은 화장실에 숨었다가 도망가면서 불길을 목격했다고 진술했으나 머리털과 오른손가락 털이 타 있었다. 과학수사대는 오른손잡이인 주인이 휘발유를 뿌린 뒤 불을 지르는 과정에서 폭발 때문에 발생한 결과로 의심했다.

주인은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있다가 뛰쳐나오며 뒷문으로 도망을 갔다고 진술했으나 화재현장 감식 당시 화장실은 자물쇠로 잠긴 상태였다. 또 화장실에 숨은 뒤 별다른 일을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으나 피묻은 수건이 발견됐다. 수사요원들은 주인이 방화전 화장실 안에서 자해하고 피가 나자 수건에 닦았던 것으로 판단했다.

주인이 최근 화재보험에 가입한 점도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과학수사대는 보험금을 노린 방화로 결론짓고 수사망을 좁혀 나갔다. 과학수사대는 주인과의 일대일 면담을 통해 '자신이 보험금을 노려 문구점에 불을 질렀다'는 범죄사실을 자백받아 사건 발생 9시간 만인 오전 11시 50분 충주경찰서에 신병을 넘겨 구속했다.

# 3. 청주 음식점 여종업원 살해 사건

지난해 10월 17일 발생한 청주 음식점 여종업원 살해 사건도 최첨단 과학수사와 경찰의 탐문 수사가 용의자 검거에 큰 몫을 했다. 경찰이 밝힌 A씨의 혐의는 지난 17일 오전 5시50분께 청주시 분평동 한 음식점에 흉기를 들고 들어가 여종업원 B(62)씨를 흉기로 두 차례 찔러 살해한 뒤 현금 18만원을 훔쳐 달아난 것이다.

조사 결과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인터넷 게임에 빠져 있던 A씨는 최근 생활이 어려워지자 금품을 노리고 손님을 가장해 음식점에 들어간 뒤 이 같은 짓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특히 최근 몇 달 동안 집세도 밀리고 전기도 끊긴 상태에서 먹을 것마저 떨어지자 범행을 결심하고 사건 당일 흉기를 들고 집을 나선 것으로 밝혀졌다. 자칫 뚜렷한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장기화될 뻔했던 이번 사건이 발생 10일 만에 용의자가 검거될 수 있었던 것은 최첨단 과학수사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사건 발생 직후 경찰은 음식점 내부에 설치된 4대의 CCTV와 사건 현장 주변에 주차된 차량의 블랙박스 등에서 확보한 A씨의 모습을 공개 수배했다. CCTV 분석을 통해 A씨가 범행 뒤 자전거를 타고 달아나는 모습에 비춰 금품을 노린 인근 주민의 범행에 무게를 두고 수사망을 좁혔다.

또 현장에 남았던 A씨가 먹은 음식물 찌꺼기와 소주병을 딸 때 남긴 DNA 등도 확보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분석을 의뢰하는 등 용의자 신원 파악에 애썼다. 음식물 찌꺼기에서 나온 용의자의 DNA를 바탕으로 한 국립과수의 최첨단 과학수사 기법인 성(姓)씨 분석(Y-STR기법) 결과, 희귀 성(姓)일 가능성이 높다는 통보에 따라 용의자의 범위를 좁힐 수 있었고, 범행 인근에서 두 가지 DNA가 모두 일치한 범인 A를 검거할 수 있었다.

한 과학수사요원이 사건 현장에 남아 있는 족적(신발 문양)을 체취하고 있다.
 한 과학수사요원이 사건 현장에 남아 있는 족적(신발 문양)을 체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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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청주 원룸 강간 사건

지난 1월 14일 오후 19시경, 청주시 흥덕구 비하동 모 식당 앞 노상에서 폭력 등 전과 4범인 임모(36·노동)씨가 검거됐다. 임씨는 다른 형사 건으로 검거됐으나 면봉으로 구강을 체취, DNA를 검사해 본 결과 장기미제사건이었던 원룸침입강간 피의자였던 것.

임씨는 지난 2008년 7월 9일 23시경 청주시 흥덕구 OO동 OO빌라에서 피해자가 출입문을 잠그지 않고 속옷만 입은 상태로 자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침입, 이불을 뒤집어 씌우고 위협한 후 강간하고 피해자의 가방 속에서 현금 10만원 강취한 주거침입 강간범이었다.

사건 발생 직후 과학수사요원은 피해자 김모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 여성수사요원을 통해 피해자의 몸에서 피의자 임씨의 정액 DNA를 떠서 이를 계속보관하고 있다가 잡게 된 것.

이성기 과수대 1팀장은 "성범죄 사건이 발생하면 과수대 여성수사요원과 함께 사건현장으로 이동해서 여성요원이 피해자와 상담을 통해 범죄 상황을 듣고 난 후, 병원과 협약이 되어 있는 원스탑센터에서 의사를 통해 피해 여성의 DNA를 체취한다"며 "이 밖에도 사건 현장 바닥을 샅샅이 검색해서 음모, 모발, 체취, 정액, 타액 등을 찾아내어 감정한다"고 말했다.

과수대에서 최고참으로, 경찰생활 25년 가운데 23년을 과수대에 몸을 바친 이 팀장은 이 밖에 기억에 남는 과수대 사건으로 몇 년 전 제천에서 의붓아버지로부터 추행 당한 뒤 살해 당한 여성의 사건을 회고 했다. 

이 팀장은 "현장에 감식을 가면 시체를 검안하는데, 제일 힘든 것이 같은 공간에서 살았던 범죄자를 잡기가 힘들다. 왜냐하면 방 구석구석 모발과 체취 등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행히도 죽은 딸의 유두에서 타액을 체취하고 의붓아버지에게 대입해 본 결과 DNA가 일치해서 사건을 해결 할 수 있었다. 자칫하면 놓칠 수 있는 사건이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지역시사주간지 <충청리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충북경찰청, #과학수사대, #충청리뷰, #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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