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신경민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 28일 인터뷰에서 대선 패배의 원인을 '단 하나도 이뤄지지 않은 신화'에서 찾았다.
 신경민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 28일 인터뷰에서 대선 패배의 원인을 '단 하나도 이뤄지지 않은 신화'에서 찾았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단일화만 되면, 투표율만 높으면, 민주 대 반민주 구도로만 가면 이긴다.' 민주당은 신화에 빠져 있었다."

신경민 민주통합당 의원은 대선 패배의 원인을 '단 하나도 이뤄지지 않은 신화'에서 찾았다. 28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한 신 의원은 "신화 속에서 선거를 치른 것은 민주당이라는 배를 이끌 선장이 공식화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주요 사항을 결정하는 데 비선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미디어 단장으로 문 전 후보의 토론을 담당했던 신 의원은 "토론과 관련해 주요 결정을 누구와 얘기할지 모를 때가 많았다"고 토로했다.

더불어 그는 민주당이 타성에 젖어 있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선거는 이렇게 하는 거다' 타성에 젖어 버려 세대 분석, 지역 분석 등도 표피적으로 했다"며 "'바람'으로 선거를 띄우는 게 습관화 됐고 현장과의 소통도 문재인 후보가 시장 가서 악수만 하고 끝이 났다"고 비판했다.

이렇게 각종 문제로 점철된 당의 고착화된 상황을 깨기 위해 그는 "초선의 지도부 도전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는 4월께로 예정된 지도부 선출 전당대회에 '젊은 피'의 도전이 요구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당의 주축에 있던 분들이 당을 끌어 왔는데 선거에서 내리 5연패를 했다, 그렇다면 새로 봐야 할 때가 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아직 구체화 되지 않았지만 탈계파모임을 함께 하고 있는 의원들 내에서 뜻을 모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언론환경 더 나빠질 텐데, 공영방송 종사자들의 눈물 닦아줄 역량이 될지..."

신 의원의 고민은 당 안의 문제 뿐 아니라 당 밖의 문제도 포함돼 있었다. 그는 "어떻게 더 나빠질지 짐작조차 안 가지만, 박근혜 정권에서 언론환경이 나빠질 것이라는 건 분명하다"며 "미국은 폭스 뉴스 하나 때문에 언론 환경이 나빠졌다고 난리인데 우리나라에는 폭스 뉴스가 신문·방송 통틀어서 몇 개인지 도대체 알 수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더 큰 문제는 언론환경의 역행을 막는 것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그는 "이명박 정부 5년 동안에도 못 막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에 127명 의원이 있는데 뭐하냐고 하겠지만 집권세력의 대응방법이라는 것이 악랄하고 졸렬하다, 공영 언론 종사자들이 앞으로도 눈물 흘릴 일이 많을 텐데 닦아줄 역량이 될지…"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MBC 앵커 시절 '촌철살인'의 클로징 멘트로 인기를 모았던 신 의원의 인터뷰 클로징 멘트는 박근혜 당선인을 향해 있었다.

"박근혜 당선자의 행보는 예측 가능했다. 사회화 과정을 봤을 때 이렇게 할 것으로 예상이 됐다는 것이다. 이동흡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내세운 것도 그렇고 김용준 인수위원장을 총리 후보자로 내정한 것 역시 그렇다. 박 당선인이 사람 보는 눈을 키워야 하는 게 아닐까. MB를 그리워 할 때가 예상보다 빨리 올 수 있을 것 같아 우려스럽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

다음은 신경민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 전문이다.

신경민 민주통합당 의원.
 신경민 민주통합당 의원.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 초·재선 의원 10명이 함께하는 '대선 평가와 전망' 토론회를 주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다, 대선 평가에 나선 이유가 무엇인가.
"대선이 끝난 후 외부 학자나 전문가들 위주로 한 평가가 엄청나게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근거가 있고 현실적이어야 하며, 당을 개혁하고 쇄신해 가는 데 도움이 되는 방안이 나와야 하는데 그러지 않을 수 있지 않나. 평가를 제대로 하려면 대선을 직접 치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평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기획했다. 평가 진행하면서 대선에 대한 의원들의 솔직한 얘기가 많이 나오길 바랐는데 생각만큼 잘 안 됐다. 이제는 '평가'를 평가 좀 해봐야 할 거 같다. 이번에도 평가를 제대로 못한다면 당이 어려워진다고 봐야할 것이다."

- 그런데 정작, 대선에 직을 맡았던 중진들의 평가는 제대로 안 나오고 있다.
"각자 나름의 어려운 사정이 있다. 2월 1일에 민주당 워크숍을 하는데, 거기에서 정말 솔직한 얘기가 나오길 기대해 본다."

- 이번 대선, 어땠다고 보나. 왜 패배했나.
"우리는 신화만 가지고 선거를 치렀다. 단일화만 하면 무조건 이긴다, 투표율만 높으면 무조건 이긴다, 민주 vs. 반민주 구도니 반드시 이긴다. 그런데 이게 다 맞지 않았다. 단일화는 아름답고 멋진 단일화였어야 했다. 단일화에 실패한 순간 상당한 타격이 왔다. 투표율도 2030, 부산 40% 득표에 집착했다. 다른 연령대와 지역에 대한 전략이 없었다. 또, SNS에 집착했다. 그러나 SNS에서도 '댓글 알바' 등 직간접적 왜곡이 많아 SNS 상에서도 문 후보가 크게 이기지 못했다. 민주 대 반민주 구도도 정교하게 작업했어야 했는데 노무현 대 박정희 구도로 굳혀졌고, 박근혜를 향한 국민들의 짠한 마음을 극복하지 못했다.

신화로만 선거를 치른 것은 어디엔가 (민주당 호를 이끌) 선장이 있었지만 그 선장이 공식화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선장이 거대한 캠프를 이끌면서 나타난 부작용들이 많았다. 충분한 분석과 토론이 없었고 경험을 공유하지도 못했다. 그러다 보니 배가 제대로 못 갔다."

- 신화에 빠지게 된 근본 원인이 무엇인가.
"'선거는 이렇게 하는 거다' 타성에 젖어 버렸다. 세대 분석, 지역 분석 등도 표피적으로만 하고, '바람'으로 선거를 띄우는 게 습관화 됐다. 정책도 학자들에게만 의지했는데, 정당의 정책 형성 베이스는 현장이다. 현장과 소통하는 방법도 합리적, 현대적으로 바꿔야 하는데 시장 가서 악수만 하고 끝이 났다. 문재인 후보가 정치를 시작한 시기가 나와 비슷해 대통령 후보로 지내는 것만 해도 정신 없었을 것이다. 현장에서 제대로 된 소통을 하도록 당이 잘 보완해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동료 의원들도 문 후보를 제대로 못 본 사람들이 허다했다. 아쉬운 대목이다."

- 보이지 않는 선장이 있었다는 건, 결국 비선이 있었다는 거 아닌가.
"중요한 결정이 하루에도 몇 번씩 있었는데 누가 어떻게 결정 내리는지 아무도 몰랐다. 내가 담당한 토론 분야도 중요 결정 사항들을 누구와 얘기할지 모르겠어서 어떤 건 내가 결정하기도 했다. 이런 사례들이 한두 개가 아니다. 일례로, 난 단일화 토론에서 안철수 교수를 코너로 몰아넣는 건 좋지 않다는 생각을 가졌었다. 그런데 문 후보는 안 교수가 격앙될 정도로 몰아붙였다. 잘못된 토론전략이 충분한 교감없이 짜여졌다. 내 뜻을 전달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

"바람으로 선거를 띄우는 게 습관화 됐다, 세대·지역 분석 모두 표피적"

신경민 의원은 "현재 보이고 있는 박근혜 당선자의 행보는 예측 가능했다, 사회화 과정을 봤을 때 이렇게 할 것으로 예상이 됐다는 것"이라면서 "우려되는 건 MB를 그리워 할 때가 예상보다 빨리 올 수 있을 것 같아서다"라고 말했다.
 신경민 의원은 "현재 보이고 있는 박근혜 당선자의 행보는 예측 가능했다, 사회화 과정을 봤을 때 이렇게 할 것으로 예상이 됐다는 것"이라면서 "우려되는 건 MB를 그리워 할 때가 예상보다 빨리 올 수 있을 것 같아서다"라고 말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 탈계파 모임에 가입한 것도 그 연장선인가.
"당의 계파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그 계파로 인해 탈계파가 배척당하고 당 역량을 최대화하는 데 방해된다면 계파의 존재 의의가 없다. 지금 민주당은 지난 몇 번의 선거를 통해 계파에 의해 공천이 되고, 선거운동을 하는 부작용이 생겼다. 이번에는 평가를 제대로 해서 이런 부작용을 극소화하든지 없애야 한다는 데 모두 공감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선거 끝난 후 계파 색깔이 옅은 의원들이 모이자, 해서 모임들이 생겨난 것이다. 선거 패인을 놓고 누구의 잘못이냐고 다들 얘기하는데, 패인에 대해서는 다들 공감하리라고 생각한다."

- 4월께 진행될 전당대회에서 계파 싸움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계파 수장 내지는 대리인들이 나와 표 계산하면 안 된다. 그러면 민주당 미래가 불투명해진다. 미래와 정책을 놓고 논의할 장이 돼야하지 않겠나. 이런 걸 얘기할 스타가 등장하면 그 사람을 밀어줘야 한다. 세대 교체도 필요하다. 탈계파 모임에서 한 명을 세워서 선거에 임할 가능성은 있다. 아직 거기까진 논의를 해본 적이 없다."

- 지난 대선에서 미디어 단장을 맡았다. 미디어 환경에 대해서는 가장 민감하게 파악하고 있었을 것 같은데 어땠나.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토론은 지상파 3사에 철저하게 우롱 당했다. 방송 시간이 밀리고 밀려 결국 오후 11시 15분에 열악한 백범 기념관에서 토론 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박근혜 후보는 근사하게 면접 시험 처럼 토론하지 않았나. 박근혜 당선자는 선관위 토론 외의 토론을 끝까지 거부했는데 이걸 제대로 지적하는 언론이 몇 없었다. 언론 환경이 그만큼 나빴던 것이다. 앞으로 언론환경이 더 나빠질 것이 분명하다. 어떻게 더 나빠질지는 짐작조차 안 간다. 미국은 폭스 뉴스 하나 때문에 언론 환경이 나빠졌다고 난리인데 우리나라에는 폭스 뉴스가 신문·방송 통틀어서 도대체 몇 개인지 알 수 없다."

- 언론 환경 역행, 막을 수는 없나.
"지난 5년 동안에도 못 막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다. MBC, YTN, 연합 등 모든 공영 언론이 망가졌지만 하나도 막지 못했다. 청문회 한 번 못했다. 민주당에 127명 의원이 있는데 뭐하냐고 하겠지만 집권세력의 대응방법이라는 게 이렇게 악랄하고 졸렬하다. 12월 19일 밤에 MBC나 YTN 직원들이 눈물 흘렸다고 하는데 그 심정이 이해 간다. 앞으로도 눈물 흘릴 일이 많을 텐데… 닦아줄 역량이 될지 회의적이다."

- 당 내에서 종편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종편에 출연, 어떻게 보나.
"종편에 출연하지 않기로 한 결정이 이해는 된다. 출연해 봐야 조롱거리가 될 위험도 있었다. 이런 종편 환경을 극복할 야당 정치인이 얼마나 있을지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략적으로 선수를 선발해 출연해야 했지 않나 싶다. 종편이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다지만 어쨌든 태어났고 이런 상황은 예상됐다. 대선은 24시간 빅쇼인데 종편이 이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이를 그대로 방치한 건 공당으로서 잘 짠 전략은 아니었다."

- 박근혜 당선인의 100일만큼 민주당의 100일로 중요하다고들 한다. 그 기간 민주당은 어떻게 해야 할까.
"경제민주화와 복지, 누가 집권하건 그 방향으로 갈 것이다. 이를 막을 수는 없다. 이 방향이 국민들에게도 유리하다는 걸 설득해 가는 게 정당의 책임이다. 이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개혁적 조치들이 필요하다. 경제민주화나 복지 모두 정치가 바로 서야 가능하다. 복지에 돈을 쓰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돈을 어디에 제대로 쓰냐는 정치가 결정한다. 정치의 선진화, 민주화, 합리화가 선행돼야 한다."

- 상반기에 열리게 될 전당대회에서 어떤 지도부가 탄생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초선의 지도부 도전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수 있다. 지난 10년 동안 원래 주축에 있던 분들이 당을 끌어 왔는데 내리 5연패를 했다. 그렇다면 새로 봐야 할 때가 된 것 아닌가. 새 지도부는 공천 시스템을 바꿔서 제대로 공천하고, 새로운 당원들이 나오도록 당원 기반을 넓히는 데 힘써야 한다. 지금은 공무원이나 언론인들은 당에 가입할 수 없지 않나. 이런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 국회 개혁도 제대로 해야 한다. 이제까지 국회가 상임위 중심으로 돌아간 적이 없었다. 상임위에서 의원을 평가해 점수 낮은 의원을 퇴출시킨다면 아무나 맡지 못할 것이다."

- 마지막으로 한 마디 남기자면.
"현재 보이고 있는 박근혜 당선자의 행보는 예측 가능했다. 사회화 과정을 봤을 때 이렇게 할 것으로 예상이 됐다는 것이다. 이동흡을 인사한 것도 그렇고 김용준을 총리 후보자로 내정한 것 역시 그렇다. 박 당선인이 사람 보는 눈을 키워야 하는 게 아닐까. 우려되는 건 MB를 그리워 할 때가 예상보다 빨리 올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소리가 나올 것 같다는 것이다. 박 당선인이 인사도 잘하지 못하거니와 이슈도 제대로 짚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당선인이 그의 당선으로 암담해 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풀어줄 의무가 있는데 잘 할 수 있을지."


태그:#신경민, #민주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