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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서소문동 116번지 일대의 건물. 이곳의 상가 세입자들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용씨가 보상금 한 푼 없이 내쫓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 중구 서소문동 116번지 일대의 건물. 이곳의 상가 세입자들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용씨가 보상금 한 푼 없이 내쫓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 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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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회사에 다니다 퇴직한 김아무개(62)씨는 2002년에 김밥집을 열었다. 장소는 서울 중구 서소문동 90-4번지. 지하철 2호선 시청역과 불과 10m 거리에 있어서 유동인구가 많았다. 입주 당시 보증금 6000만 원에 월세 250만 원을 냈고, 권리금으로 1억6500만 원이 들었다. 김씨는 가게를 연 지 10년 만인 지난해 10월, 날벼락 같은 통보를 받았다.

저희는 금번 임대차 계약이 종료되면 더 이상 임대차 연장계약 의사가 없음을 알려드리니, 계약이 종료되는 2013년 3월 31일까지 점유, 사용하고 있는 임차 목적물의 철거 및 원상복구, 사업자등록의 말소 등을 명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건물의 주인은 (주)비엘에셋(BL Asset)이라는 부동산 개발 임대업체. 비엘에셋은 부동산 관리를 위임한 (주)로택스건물관리를 통해 이같은 통보장을 보냈다.

'비엘에셋'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용(50)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다. 전씨가 회사의 지분 30%, 그의 두 아들이 20%씩, 두 딸이 10%씩 갖고 있다. 전씨의 아내 탤런트 박상아씨가 나머지 10%를 보유하고 있다. 전씨의 가족회사인 셈이다.

당시 건물 주인은 김씨에게 "김밥집 건물이 (2002년에) 7, 8억 원이었는데, '비엘에셋'이 2008년에 29억 원에 샀다"고 말했다고 한다. 6년의 시차가 있지만 3배가 넘는 가격에 건물을 산 것이다. 왜 이렇게 비싸게 샀을까 궁금했던 김씨. 그는 김밥집 건물 외에도 인근의 90-4번지, 84번지, 116번지, 119번지의 건물도 이 회사가 매입한 것을 알고 그 이유를 짐작하게 됐다.

"이곳에 다섯 개의 건물을 사는 데만 100억 원이 훨씬 넘었을 거예요. 땅의 75% 이상을 가져야 재개발을 추진할 수 있거든요. 급했던 것 같아요. 당시 경쟁 상대였던 '안젤로고든'과 맞서기 위해 '알박기'로 계속 사들인 거죠."

같은 날짜에 계약완료 추진..."보상금 안 주려고 꼼수"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손녀 전수현씨의 결혼식에 참석할 당시의 모습 <자료사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손녀 전수현씨의 결혼식에 참석할 당시의 모습 <자료사진>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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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역은 1978년 '서소문구역 5지구'로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정비 사업이 진행된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안젤로고든'이라는 미국계 헤지펀드는 2008년에 알리안츠생명 서소문 사옥을 사들였다. 비엘에셋도 김씨네 건물을 포함해 이 지역의 땅을 사들였다. 두 회사의 땅 매입은 '재개발을 노린 투기'라는 의혹이 일었다. 재개발 된다는 소문만 돈 채 다시 4년의 시간이 흘렀다.

결국 지난해 10월, 계약만료 기간을 알리는 통지서에 이어 법원이 다섯 건물의 상가 세입자 14명에게 '점유 이전 가처분 금지'를 통보했다. 빌린 상가를 세놓거나 명의를 변경해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 결국 세입자들에게 건물을 비워달라는 조치였다.

세입자들은 보상금 한 푼 없이 쫓겨나게 생겼다고 분노했다. 1억 원에서 2억 원가량의 권리금은 법적으로 보호받지도 못하고 정비 사업 승인 전에 건물을 비우게 되면 영업보상금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비엘에셋이 세입자들과의 계약 만료를 대부분 2013년 3월 31일에 맞췄다"며 "개발이 진행되면 세입자에게 이주비와 보상금을 줘야 하니까 미리 건물을 비워두기 위한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1년 단위의 계약이 아닌 3개월, 6개월 단위로 계약을 연장해 상가 세입자들의 계약 완료 일을 맞추고 있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용씨(자료사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전재용씨(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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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번지에서 낙지요리를 파는 최아무개(45)씨는 "시세의 두세 배 가격에 건물을 사놓고서 없는 사람들한테는 마지막 전 재산까지 빼앗고 있다"며 "정말 억울하다"고 말했다. 김씨와 최씨 등 상가 세입자 8명은 전국철거민연합과 연대해 대응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주)로택스건물관리 관계자는 24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비엘에셋이) 건물을 다시 팔 수도, 환경 정비 사업을 진행할 수도 있기에 건물을 비워달라는 것"이라며 "애초 계약 당시에 언제든지 사업이 진행되면 비워주기로 약속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한 세입자는 보증금이 2억5000만 원인데 여기에 덧붙여 영업보상비, 시설비 등 8억 원을 요구하고 있다"며 "터무니 없는 세입자들의 요구에 현재는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알박기'라는 의혹에 대해서 이 관계자는 "부동산 투자 회사의 투자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태그:#전두환 전 대통령, #전재용, #비엘에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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