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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북구 칠성동 제일모직 자리
 대구시 북구 칠성동 제일모직 자리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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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대구의 옛 제일모직 자리에 업무단지를 조성하기로 하고 3만9864㎡(1만2080평)를 대구시에 기부채납 하겠다고 밝혔으나 15년이 넘도록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비난이 일고 있다.

삼성그룹은 대구시 북구 칠성동과 침산동에 걸쳐 있는 4만여 평에 이르는 제일모직 대구공장 터가 지난 1987년 공업지역에서 주거지역으로 바뀌자 그 터를 상업지역으로 바꿀 계획을 세우고 구미공장과의 합병을 추진했다. 이후 1994년 업무단지로 조성하겠다며 대구시에 용도변경을 요청했다.

삼성그룹은 주거지역에서 상업지역으로 용도가 변경될 경우 엄청난 특혜시비를 우려해 기존 계획도로 4200평과 신설계획도로 4800평, 신설공원 3080평 등 4만 평의 30%에 달하는 1만2080평을 무상으로 대구시에 기부채납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도로·공원·지하주차장 공사비를 부담해 조성하고 공원지역 내에 청소년을 위한 야외공연장·음악당·미술관 등을 설립해 대구시에 기증하겠다고 약속했다. 공공용지 부담 이후에도 토지개발에 따른 개발이익이 발생하면 개발이익 환수법에 따라 개발부담금도 납부하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삼성의 약속을 믿고 제일모직이 구미로 이전한 다음해인 1997년 주거지역에서 상업지역으로 용도를 변경해 주었지만 삼성은 업무단지 계획을 세우고도 15년이 지나도록 개발은커녕 약속마저 지키지 않고 있다. 그나마 지켜진 약속은 2000년 11월부터 대지 8659㎡(2624평)에 오페라하우스를 건립해 2003년 9월 대구시에 기증한 것뿐이다.

"기부는 대구시민과의 약속인 만큼 반드시 지켜져야"

삼성은 대구시 북구 칠성동 제일모직 자리에 업무단지를 조성하는 조건으로 대구시에 1만2080평을 기부하기로 했으나 오페라하우스를 제외하고는 15년째 기부하지 않고 그대로 있다.
 삼성은 대구시 북구 칠성동 제일모직 자리에 업무단지를 조성하는 조건으로 대구시에 1만2080평을 기부하기로 했으나 오페라하우스를 제외하고는 15년째 기부하지 않고 그대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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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대구시 북구 칠성동 제일모직 자리에 업무단지를 조성하겠다고 했으나 1997년부터 지금까지 아무런 사업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0년 삼성이 사업시행을 요청한 공문이다.
 삼성은 대구시 북구 칠성동 제일모직 자리에 업무단지를 조성하겠다고 했으나 1997년부터 지금까지 아무런 사업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0년 삼성이 사업시행을 요청한 공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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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IMF 이후 어려운 경영여건과 단일획지로 된 사업부지로 인해 사업시행이 늦어진다는 이유로 2005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각각 5년씩 사업을 연기했지만 지금까지 업무단지 조성을 위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대구시는 사업기간 연장 과정에서 변경사업계획서를 제출받지 못했고 수 차례 공문으로 요구한 뒤에서야 제일모직 터를 소유한 3개사가 협의체를 구성해 조만간 제출하겠다는 답변만을 받았다. 제일모직이 71%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고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이 나머지를 나눠 소유하고 있다.

이 사이에 땅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1995년 당시 평(3.3㎡)당 700만 원대이던 땅값은 현재 2000만 원에서 25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개발 여하에 따라 3000만 원을 넘길 수도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각에서는 삼성이 엄청난 시세 차익을 노리고 사업을 지연시키다가 땅을 팔고 대구를 떠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치지 않고 있다. 삼성이 기부채납 하기로 했던 부지는 업무단지 조성과는 상관없이 진행돼야 하지만 15년 넘도록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삼성이 만약 대구시에 기증하기로 했던 부지를 약속을 지키지 않고 매각할 경우 이를 막을 수단이 전혀 없다. 그런데도 대구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아직 업무단지 조성이 되지 않아 삼성이 대구시에 기부채납을 하지 않았을 뿐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 북구 칠성동에 있는 제일모직 정문. 삼성은 이곳을 업무단지로 개발하겠다고 했으나 15년째 그대로 있다.
 대구시 북구 칠성동에 있는 제일모직 정문. 삼성은 이곳을 업무단지로 개발하겠다고 했으나 15년째 그대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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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민들은 대구시의 태도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도심에 위치한 제일모직 터가 15년 넘도록 방치되면서 낙후된 북구지역의 발전을 오히려 해치고 있지만 대구시가 아무런 구실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구참여연대 박인규 사무처장은 "삼성이 업무단지로 개발하겠다고 해놓고 수년째 방치하는 것은 북구의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하고 "최소한 대구시에 기부하겠다고 한 부지와 건물은 대구시민과의 약속인 만큼 반드시 지켜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일모직의 한 관계자는 "IMF가 터지고 기업환경이 많이 바뀌었다"며 "부지가 제일모직과 삼성전자, 삼성물산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어 협의 중에 있다"고 말하고 "개발이 완료된 오페라하우스는 대구시에 기증했고 나머지 부분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태그:#제일모직, #삼성, #대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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