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모처럼 의기양양하게 시작한 새 예능 MBC <토크클럽 배우들>(이하 <배우들>)과 KBS <달빛프린스>의 출발이 좋지 않다.

먼저 시작을 알린 <배우들>은 지난 14일 첫 방송에서 4.1%(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을 기록하며 다소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게다가 최근 21일 방송에선 2.3%로 더욱 떨어지며 시청자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다.

<달빛 프린스>도 전망이 밝은 건 아니다. 강호동이라는 스타 진행자가 맡았다는 점에서, 새로운 형식의 토크쇼라는 점에서 기대가 컸던 상황이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22일 첫 방송 시청률은 5.7%였다. 15일 종영한 <승승장구>보다 약 5%P 떨어진 수치다.

 <놀러와>의 후속으로 방송되는 MBC 예능 프로 <토크클럽 배우들> 출연 배우들. 배우 신소율, 황신혜, 심혜진, 송선미, 고수희, 예지원, 민지, 존박(왼쪽부터).

<놀러와>의 후속의 MBC 예능 프로 <토크클럽 배우들> 출연 배우들. 배우 신소율, 황신혜, 심혜진, 송선미, 고수희, 예지원, 민지, 존박(왼쪽부터). ⓒ MBC


여러 진행자의 단순 사연 전달…아직은 '산만' 

출발이 좋지 않은 건 분명하다. 게다가 각 방송사의 간판 예능 프로를 잇고 야심차게 출발했다는 점에서도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인 건 분명하다. MBC는 황신혜·심혜진·송선미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을 섭외했고, KBS는 강호동이라는 대어를 품었다는 점에서도 최근의 성적은 초라할 수밖에 없다.

<배우들>은 시작 무렵 영화와 배우에 관한 심도 있는 주제를 다루겠다며 나름 영화 전문 예능 프로를 지향했다. <달빛 프린스> 역시 기존의 신변잡기 식 토크프로에서 벗어나 책을 소재로 책과 관련한 대화를 하고, 나아가 사회공헌까지 하겠다는 취지로 출발했다.

일단은 두 프로 모두 시작에서 보인 모습은 산만했다. 10명의 진행자들이 한데 모여 저마다의 이야기를 끌어가는 <배우들>이나 강호동을 주축으로 총 5명의 진행자가 출연하는 <달빛 프린스>는 깊이 보다는 단순한 사연 전달에 그치고 있었다.

우선 <배우들>을 보자. 역할 분담이나 캐릭터 구축이 아직은 부족하다. 연륜과 경력을 중심으로 치면 <배우들>은 충분히 다양한 성격의 캐릭터를 MC들 스스로 만들어갈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까진 자기 사연 소개하기에 그치고 있다. 프로그램을 하나의 영화에 비유하자면 이제 초반 촬영을 시작한 상황이다. 워밍업을 마칠 시간이고 출연 배우들은 어색한 자신의 연기를 돌아보며 톤을 정리해나갈 때다.

<달빛 프린스>는 출연진의 구성에 기대기보단 아이디어와 기획력에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일단 큰 틀을 도서 프로그램으로 잡았다. 책이라는 주제와 강호동 그리고 탁재훈·정재형·용감한 형제·최강창민 등의 MC를 이은 건 신선한 시도라 볼 수 있겠다. 문제는 단순히 책만 끌어들여놓고 이야기는 결국 출연진과 게스트의 신변잡기에 그칠 수도 있다는 점이다.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달빛프린스>기자간담회에서 정재형, 강호동, 이예지 PD, 탁재훈, 용감한 형제, 최강창민이 아자를 외치고 있다.

KBS 2TV <달빛 프린스>의 진행을 맡은 (왼쪽부터) 정재형·강호동·탁재훈·용감한 형제·최강창민과 이예지 PD(왼쪽에서 세 번째) ⓒ 이정민


해법은 기획의도에 맞는 방향성과 뚝심

<배우들>과 <달빛프린스>는 서로 분명히 다른 콘셉트지만 '착한 예능' '전문 예능'을 표방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다시 말하면, 출연자의 신변잡기와 자극성 강한 사연을 전하고 나누는 소모지향적인 여타 프로그램과의 차별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출연진의 구성이 한 영역 안에서 함께 일하는 다양한 세대의 배우라는 점에서 <배우들>은 충분히 영화 관련한 심도 있는 이야기를 전할 구색은 충분히 갖춰져 있다. 영화판 관련해 대중들이 알지 못했던 사실, 어렵게 연기 생활을 하는 배우들, 나아가 한국 영화의 역사와 변천사까지 이들이 전할 수 있는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굳이 10명이나 되는 배우들이 매 회마다 골고루 이야기를 해야 할까. 그런 강박을 버릴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또한 매번 웃음이나 감동을 한꺼번에 전해야 한다는 강박도 버려야 할 것 같다. 당장 다음 주 방송부터 정준하가 투입이 되고, 점차 모습을 다져간다지만 <배우들>은 애초 기획 의도를 떠올리고 각 배우들의 생각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주제별로 이야기를 전할 주력 배우들이 분명 다를 것이다.

예를 들면 황신혜나 심혜진은 국내 영화 변천사와 추억의 배우들 이야기에 강하다. 이런 주제를 심도 있게 파고들면 같은 또래의 시청자들 역시 자연스럽게 공감해나갈 수 있다. 후배들이 바라본 연기 선배의 모습을 덧붙여 보자. 지금까지의 방송에서 보여준 이야기보다 훨씬 깊고 풍부한 내용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굳이 몇 가지 작은 코너로 주제 전환을 하다 보니 산만함이 생기고 이야기가 겉도는 것 같다. 배우라는 전문성을 십분 발휘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단 얘기다.

<달빛 프린스> 역시 도서 기획 프로라는 점에 집중해야 한다. 애초에 착한 예능을 지향했다. 책 이야기를 서로 나누고 기부도 한다. 매우 좋은 취지다. 문제는 어떻게 이 취지가 빛바래지 않게 진행자들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는가에 있다.

첫 방송에서 보인 모습은 소재와 의도만 신선할 뿐 내용은 여타 신변잡기적 예능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책을 선정해 거기에 대한 퀴즈를 풀고, 해당 상금으로 기부를 하는 설정은 보였지만 내용 자체는 신선하지 않았다.

책을 선정한 기획 자체는 좋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은 인류의 지성을 발달시켜온 주요 도구이며, 누구나 다양한 형태로 접할 수 있는 매우 일상적인 소재기 때문이다.

과거 MBC <느낌표>에서 '책을 읽자'는 같은 주제를 활용했을 때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는 사실을 기억해보자. 여기에 기부라는 착함을 보탰다면 진행자들이 책에 대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더 많아 보인다.

인생에서 꼽는 한 권의 책 혹은 한 구절, 만화방의 추억, 책이라는 소재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 등 연관해서 끌어낼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책과 절대 친하지 않을 것 같은 진행자들을 묶어놓은 게 큰 신선함이 될 수 있는 지점이다. 친하든 그렇지 않든, 책은 우리 곁에 가장 가까이 있는 존재기 때문이다. 연출진과 출연자들의 재기발랄함을 기대해본다.

강호동 토크클럽 배우들 황신혜 탁재훈 달빛프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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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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