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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개운산 동화사. 삼층석탑이 있고, 동백숲이 있다.
 순천 개운산 동화사. 삼층석탑이 있고, 동백숲이 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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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9일, 순천 개운산 동화사를 둘러보고, 낙안읍성을 들렀다가 벌교까지 갔다 올 생각이었다. 행정구역으로는 순천 별량면, 낙안면과 보성 벌교읍이지만 예전에는 낙안군(樂安君) 관할이었다. 낙안군은 1908년 폐지되었다.

순천에서 벌교 방향으로 국도 2호선을 따라 가다 길가에 세워진 동화사 표지판을 만난다. 800m 전방에서 우회전. 구룡삼거리에서 오른쪽 샛길로 내려선다. 순천에 있는 동화사는 조용한 절집이다.

한적한 도로를 여유롭게 달리다 커다란 입석을 보고 왼쪽으로 빠져나간다. 계곡을 가두어 만든 저수지를 따라서 올라간다. 걸어서 올라가려면 상당한 거리다. 구불구불 모퉁이를 돌아서니 속살이 다 보이는 절집이 있다. 절집에 담장이 없다. 담장 하나 없을 뿐인데 절집이 달라 보인다.

잘생긴 순천 동화사 삼층석탑. 보물 제831호로 지정되어 있다. 뒤로는 동백숲이다.
 잘생긴 순천 동화사 삼층석탑. 보물 제831호로 지정되어 있다. 뒤로는 동백숲이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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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로 들어가는 문에는 개운산동화사(開雲山桐華寺)라는 현판을 걸었다. 동화사는 고려 때 대각국사 의천이 전국을 순례하면서 좋은 절터를 찾아다녔다는데, 이곳을 지나다가 상서로운 구름이 피어나는 것을 보고 개운산(開雲山)이라 하고, 구름 속에 봉황이 오동나무 둥지로 알을 품으려 날아드는 형국에 절집을 짓고 동화사(桐華寺)라 이름을 붙였다. 그래서인지 문 반대쪽에는 봉황루(鳳凰樓)라고 현판을 달았다.

절집으로 들어선다. 사천왕상이 있었음직한 자리는 비어 있다. 마당에는 삼층석탑이 깔끔하게 섰다. 삼층석탑을 보면, 특히 조형미가 뛰어난 탑을 보면 기분이 좋다. 동화사 삼층석탑은 남아 있는 탑 중 드물게 상륜부가 그대로 남아 있다. 아쉬운 것은 기단부와 몸통들이 상륜부에 비해서 규모가 작다는 느낌이 든다. '순천 동화사 삼층석탑'은 신라말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보물 제831호로 지정되어 있다.

절집은 방문하는 사람은 없다. 대웅전 안에서는 스님의 낭랑한 염불소리가 조용한 절집을 깨운다. 방해하지 않도록 조용히 돌아다닌다. 대웅전 뒤로는 동백나무 숲이다. 동백은 아직 피지 않았다. 숲 모양이 고창 선운사와 너무도 닮았다. 붉은 동백이 필 때쯤 다시 와보고 싶다.

못 생긴 동화사 승탑 1기. 옥개석이 다 깨지고, 몸돌도 작다. 그래도 마음에 끌린다.
 못 생긴 동화사 승탑 1기. 옥개석이 다 깨지고, 몸돌도 작다. 그래도 마음에 끌린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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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사에는 특이한 승탑 3기가 있다. 하나는 하늘로 솟아오를 것처럼 당당하고, 하나는 작지만 옥개석도 만들고 기단에 용을 네 마리나 새긴 정성을 들인 승탑이다. 가운데 하나는 제 짝인지 의심이 되는 깨진 옥개석을 비스듬하게 이고 있다. 옥개석은 기왓골을 새길 정도로 정성을 들였으나, 지금은 깨지고 볼품없이 되어버렸다. 깨지고 비틀어진 승탑이지만 자리를 차지하고 당당하게 서 있는 것이 개구쟁이처럼도 보인다. 못생겼지만 나름 이 승탑이 마음을 붙잡는다.

재를 넘어서면 낙안 넓은 들이 펼쳐진다. 옛날에는 풍족하고 살기 좋았을 것으로 보인다. 낙안(樂安)이라는 지명에서도 풍요로움이 넘친다. 도로 주변으로 배나무 밭이다. 마을 이름도 이곡마을이다. 낙안배가 유명하다던데, 이곳에 배꽃이 피면 장관이겠다.

낙안읍성 민속마을은 넓은 평야에 축조된 성곽으로 성내에는 관아와 100여 채의 초가가 돌담과 사립문에 가려 옛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낙안읍성은 조선 태조 때 왜구가 침입하자 이 고장 출신 김빈길 장군이 의병을 일으켜 토성을 쌓고 왜구를 토벌하였다. 그 후 인조 때 낙안 군수로 부임한 임경업 장군이 석성(石城)으로 개축하였다고 전해온다. 사적 제302호로 지정되어 있다.

읍성으로 들어가는 다리에는 석구(石狗) 세 마리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발견된다고 하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도 같다. 남원 고리봉 밑 절집에 개 석상을 본 기억이 있다. 옹성으로 단단하게 쌓은 성문을 지나서 바로 좌측 골목으로 들어선다.

낙안읍성 성문 앞을 지키는 석구(돌로 만든 개)
 낙안읍성 성문 앞을 지키는 석구(돌로 만든 개)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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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여행을 온 것 같은 낙안읍성 풍경. 그곳에는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다.
 시간여행을 온 것 같은 낙안읍성 풍경. 그곳에는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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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도 정겹고 새로 얹은 초가지붕이 오래된 그림 속으로 들어온 것 같다. 아니 이발소에 걸려 있던 풍경화 속을 걸어가는 기분이다. 집들도 같은 집이 없고 마당도 울 안에 다양한 모양으로 되어 있다. 사립문을 나오는 할머니를 보고 인사를 하니 반가워한다.

"안녕하세요. 이리 가면 돼요?"
"응 빙 돌아야 해. 그리고 이리 다시 와."

할머니는 활짝 웃으면서 반겨주시고, 손짓까지 해가며 자세히 안내를 한다. 그리고 구경 와줘서 고맙다는 말도 해준다. 사람이 그리운 사람들이다.

남문에 올라서서 성벽을 따라 걷는다. 성벽이 계단으로 되어 변화를 준 곳도 있다. 낙안읍성 성벽 제일 높은 곳에 올라서니 성내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와! 시간여행을 온 것 같다. 구경을 하던 관광객 한 분은 "전주에 가면 기와집 한옥이 내려다보이는데 이렇게 초가집 장관이 펼쳐지는 것은 또 다른 모습이네"라며 감탄을 한다.

지붕도 규칙적인 게 없고, 집들이 앉은 방향도 제각각이다. 노란 모자를 쓰고 있는 것 같은 초가 풍경에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성벽은 성 안과 밖을 나누고 있다.

낙안읍성 풍경. 요즘 보기 힘든 초가들이 새단장을 하고 있다.
 낙안읍성 풍경. 요즘 보기 힘든 초가들이 새단장을 하고 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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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안읍성 성내 골목길. 돌담이 정겹고 초가도 정겹다.
 낙안읍성 성내 골목길. 돌담이 정겹고 초가도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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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반으로 유명한 집으로 소문이 나서 찾아왔는데, 식당을 찾은 사람들은 '고막정식'을 먹고 있다. 고막정식은 이제 벌교의 대표적인 음식이 되었다. 백반으로 유명한 집이니 당연히 백반을 시켰다. 그런데 생각했던 만큼은 아닌 것 같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유명한 식당들의 특색이 있다. 나오는 음식이 화려하게 보이나 깊이가 없다. 맛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다 취향이 다르니 뭐라고 할 말은 없다. 관광객을 위한 식당임을 확인하고 나온다.

벌교 거리 풍경. 소설 <태백산맥>의 무대인 보성여관이 자리잡고 있다.
 벌교 거리 풍경. 소설 <태백산맥>의 무대인 보성여관이 자리잡고 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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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태백산맥>에 나오는 보성여관. 등록문화제로 지정되어 있다.
 소설 <태백산맥>에 나오는 보성여관. 등록문화제로 지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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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바로 앞에 보성여관이 자리 잡고 있다. 소설 <태백산맥>에 나오는 그 여관이다. '보성여관'이라고 쓴 간판은 아주 작게 붙였다. 등록문화제 제132호로 지정된 보성여관은 1935년 강활암이 건립하였다. 소설 <태백산맥> 속에서는 남도여관으로 등장한다. 읍내 하나뿐인 여관이자 현부자 집 소유의 여관으로 토벌대장 임만수와 대원들의 숙소로 묘사되었다.

앞에서 기웃거리니 들어오라고 한다. 안에는 전시관도 만들고 카페도 만들어서 관광객에게 개방을 했다. 전시관 안에서는 해설사가 벌교의 역사와 남도여관의 가치를 설명해준다. 벌교는 1930년대에 육해상 교통의 중심지로 되면서 도시가 형성되었다. 1975년에는 인구가 4만6500명까지 증가했는데, 지금은 1만5000명 정도가 살고 있단다.

남도여관을 보수하는데 17억 원이 들었다고 한다. 17억? 와! 그 정도면 새로 짓고도 남겠는데…. 크게 보수한 것 같지도 않은데…. 문화재를 보존하려는 의지가 돈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2층 다다미방으로 올라간다. 다다미방은 생각보다 크다.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장면을 상상해 본다. 다다미방 양 편으로 줄지어 앉아서 뭔가를 모사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창밖으로 벌교거리가 보인다. 헐어버리지 않고 보수하고, 이렇게 개방해줘서 고맙다. 옛날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되어서 감정을 잡아본다.

보성여관 안 카페. 카페 안에서는 악기도 연주하고 공연도 한다.
 보성여관 안 카페. 카페 안에서는 악기도 연주하고 공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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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여관 창으로 본 벌교 시내 풍경.
 보성여관 창으로 본 벌교 시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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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낙안읍성, #순천 동화사, #보성여관, #낙안, #벌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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