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인수위 일기]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백그라운드 브리핑' 혹은 '백브리핑', 즉 정식 브리핑 뒤 기자들과 주고받는 질의·응답을 있는 그대로 독자에게 전달합니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이 항상 강조하듯, "언론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길지만 다 공개합니다. [편집자말]
22일 오전 일반인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는 서울 삼청동 인수위원회에 무단칩입한 이아무개씨가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아무개씨는 인수위 기자회견장 연단에 갑자기 올라 83년생 안양 거주자라고 밝히고 인사말을 힌 뒤, 오늘 행동의 의도를 묻는 기자들에게 "사랑하니까요"라며 엉뚱한 답변을 하기도 했으며, 자신을 '청년특위 위원장'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 횡설수설 청년, 인수위 무단침입 22일 오전 일반인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는 서울 삼청동 인수위원회에 무단칩입한 이아무개씨가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아무개씨는 인수위 기자회견장 연단에 갑자기 올라 83년생 안양 거주자라고 밝히고 인사말을 힌 뒤, 오늘 행동의 의도를 묻는 기자들에게 "사랑하니까요"라며 엉뚱한 답변을 하기도 했으며, 자신을 '청년특위 위원장'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 선대식

관련사진보기


오늘 오전 9시 33분, 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 멀끔하게 양복을 차려입은 청년이 갑작스레 연단에 올랐습니다. 그는 긴장된 목소리로 이아무개라는 자신의 이름과 나이(30살), 거주지를 밝혔습니다. 이어 "믿어주시고 성원해주신 데 대해 제 한 몸 으스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모든 걸 다 바치겠다", "모든 악재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우산이 되겠다"고 말했습니다.

예고가 없었던 갑작스러운 인사였습니다. 이씨는 자신의 직책을 밝히지 않은 채, 정말 '90도' 각도로 허리를 숙인 후 연단에서 내려왔습니다. 기자들이 "누구시죠?"라고 묻자, 그는 도망치듯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습니다. 기자들이 우르르 미스터리 청년을 쫓았습니다. 복도에서 이씨를 둘러싸자, 그는 "청년위원회에서 일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인수위에 청년위원회라는 조직은 없습니다.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노코멘트'로 일관하더니, 기자회견장에 선 이유에 대해 "국민들께 제 한 몸 이렇게 불살라서, 불을 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하얗게 재가 되고 싶다"면서 탄소·다이아몬드·흑연을 언급했습니다. 그는 횡설수설했습니다.

이씨는 "어디서 연락받고 왔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 연락은 없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이어 "제가 미스터리, 미스터리, 미스터리, 아 그 노래 있죠? 미스터리~ 미스터리~"라며 아이돌그룹 '비스트'의 노래 <미스터리>를 흥얼거렸습니다. 동시에 손을 흔들며 춤도 췄습니다. 그의 정체는 노랫말처럼 점점 '미스터리'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기자들이 계속 정체를 묻자, 그는 스마트폰을 꺼내 기사를 읽더니 "청년특위 위원장이네요"이라고 '폭탄 선언'했습니다. 기자들은 폭소를 터트렸습니다. 그는 청년특위 위원장이 아니거든요. 기자들은 "하소연하러 왔느냐?"고 물었습니다. 그의 입에서는 "언익스펙티드 시추에이션(unexpected situation)", "대기권", "오존층", "우산" 등의 단어가 튀어나왔습니다.

미스터리 청년 "출입 절차 무사통과"... 인수위 "절차 안 거쳤다" 인정

그는 자리를 옮겨 이어간 대화에서 "청년특별위원회에 발탁됐다"고 말했습니다. 대화는 더 이상 진척되지 않았죠. 기자들의 궁금증은 '그가 어떻게 인수위에 들어왔는지'로 옮겨갔습니다. 인수위는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돼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김용준 위원장을 비롯한 인수위원들의 신변에 위협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씨는 "출입절차는 그냥 무사통과였다"고 말했습니다. 제재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이날 오전 출근길, 타사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인수위 출근버스를 타면, 신분증 검사 없이 인수위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얘기를 했었습니다. 안보와 보안을 강조하는 인수위의 보안이 이렇게 허술할 줄은 생각도 못했네요.

임종훈 인수위 행정실장도 무단 침입을 인정했습니다. 그는 "면회 절차를 거치면 (인수위 출입이) 가능하지만, (이씨의 경우) 절차를 안 거쳤기 때문에 잘못된 것"이라며 "경찰이 신분증과 용무를 확인하고 출입을 시키는데, 이번에는 확인이 안 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 청년은 기자들과 30여 분 대화를 나눈 후, 대변인실 확인을 거쳐 경찰 조사를 받고 10시 6분께 종로경찰서로 이송됐습니다. 미스터리 청년은 미리 준비해온 선글라스를 끼고 웃으면서 순찰차에 탔습니다. 미스터리 청년의 정체는 무엇이고, 그는 왜 그리고 어떻게 인수위에 침입한 것일까요? 궁금증은 아직 풀리지 않았습니다.

아래는 기자들과 청년의 일문일답입니다.

22일 오전 일반인 출입이 철저하게 통제되고 있는 서울 삼청동 인수위원회에 무단침입한 이아무개씨가 미리 준비한 색안경을 쓰고 종로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다. 이아무개씨는 인수위 기자회견장 연단에 갑자기 올라 83년생 안양 거주자라고 밝히고 인사말을 힌 뒤, 오늘 행동의 의도를 묻는 기자들에게 "사랑하니까요"라며 엉뚱한 답변을 하기도 했으며, 자신을 '청년특위 위원장'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 횡설수설 청년, 인수위 무단침입 22일 오전 일반인 출입이 철저하게 통제되고 있는 서울 삼청동 인수위원회에 무단침입한 이아무개씨가 미리 준비한 색안경을 쓰고 종로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다. 이아무개씨는 인수위 기자회견장 연단에 갑자기 올라 83년생 안양 거주자라고 밝히고 인사말을 힌 뒤, 오늘 행동의 의도를 묻는 기자들에게 "사랑하니까요"라며 엉뚱한 답변을 하기도 했으며, 자신을 '청년특위 위원장'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 선대식

관련사진보기


미스터리 청년, "제가 청년특위 위원장" 주장

- 누구세요?
(도망치듯이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가면서) "…."

- (기자들이 기자회견장 밖 복도에서 이아무개씨를 둘러싼 후)누구세요?
"전주 이가, ○○입니다."

- 무슨 일 하세요?
"물 좀 한 잔만 먹으면 안 될까요? 목이 타서."

- 허락 맡고 오신 거예요? 무슨 일이세요?
"이번에 신설된 대통령 직속기관 청년위원회에서 일을 맡게 됐습니다."

- 위원이세요?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 청년특위 위원이 된 건가요?
"…."

- 높은 분이라고 얘기한 게 누구세요? 김상민 (청년특위) 위원장이세요?
"박근혜 당선인이시고요."

- 임명장을 받으셨어요?
"아니요. 아직 못 받았습니다."

- 출입증은 갖고 계세요?
"아니요. 신분증밖에 없습니다."

- 어떻게 (인수위에) 들어오신 거죠?
"그냥 패스 시켜줬습니다."

- 뭐 때문에 (기자회견장에) 나와서 얘기하신 거예요? 의도가 뭐에요?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 허락을 누구한테 맡으신 거예요?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 원래 하시는 일이 뭐죠?
"예예. 조그마한 중소기업에서 기술 영업했습니다. IT업체."

- 청년 특위는 어떤 계기로 참여하게 되신 거예요?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 청년위원회인지, 청년특위인지 말씀해주셔야죠.
"1층 밖에 시원한 데로 가시죠."

- 말씀 마치고, 어디 가시던 길이었어요? 위에서 해달라고 요청받으셔서 나오신 거예요? 아니면, 본인이 직접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오신 거예요?
"'엄청 하고 싶다' 해서 했습니다. 저스트 두 잇(Just do it)."

- 왜 하고 싶은지 얘기해주셔야죠?
"그렇죠? 의도? 목적? 하하하."

- 기존에 청년특위 위원 중에 윤상규 위원이나 하지원 위원 그만두시고 난 다음에 새로 들어오신 건가요? 아니면, 추가 임명되신 거예요?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 의도를 말해주세요.
"의도요? 아, 국민들께 제 한 몸 이렇게 불살라서. 불을 확~."

- 불 사른다는 게 (구체적으로) 무슨 말씀이세요? 분신하겠다는 말씀인가요?
"하하하, 어머, 그건 아닙니다. (기자 : 표정이 자살할 분 같습니다.) 그렇습니까? 눈물이 질금질금 날 것 같습니다."

- 왜 그런 비장한 심정을 갖게 됐는지, 불 사른다는 게 무슨 얘기인지?
"하얗게 하얗게 재가 되고 싶은데요. 완전 연소하면, 탄소만 남거든요. 고열 고압에 응축되면 그게 다이아몬드가 되고요. 그죠? 바로 전 단계가 흑연인데요. 여러분들 연필 쓰시죠? 예예. 저, 1층으로 시원한 데로 좀 가시죠."

- 잠깐만요. 직속 위원회의 일원이신 거예요?
"아, 예예. 그건 맞습니다."

- 추가 임명이세요, 아니면?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 어떤 계기로 합류하신 거예요?
"계기, 계기, 계기…. 리즌(reason) 말씀하시는 거죠?"

- 어디서 연락 받으신 건가요?
"연락이요? 아, 연락은 없습니다. 제가 미스터리, 미스터리, 미스터리, 아 그 노래 있죠? (손 흔들며 춤추면서) 미스터리~ 미스터리~."

- 임명 언제 받으세요?
"오늘 곧 받을 것 같습니다."

- 오늘 받는 거 확실하신 건가요?
"확실하죠."

- 어떻게 들어오신 건가요?
"저요? 그냥 패스시켜줬습니다."

- 허락을 받으셨다는 게 누구한테 허락을 받으셨다는 건지?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 대변인실하고 얘기 되신 건가요?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 의도가 무엇인가요?
"사랑하니까요."

- '위원이 되면 열심히 하겠다' 이런 건가요?
"네 아주 정확히! 코렉트(correct)입니다."

- 어느 분야에서 일하게 됐어요?
"맡겨주신다면."

- 외국에서 살다오셨나요?
"아닙니다."

- IT업체 기술영업 관련해서 활동하시는 건가요?
"아마 핸들링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건 맡겨주신다면, 해봐야죠."

- 자세한 프로필 말씀해주세요.
"이메일 주시면, 이메일로 쏴드리겠습니다."

- 작년 11월 1일이요? 두 달 만에 관두시는 건가요?
"예예, 두 달 조금 넘었는데요. 저번 주 금요일자로 사표 수리됐고요."

- 저번 주 금요일에 연락받으신 거네요?
"무슨 연락이요? (기자 : 위원 임명한다는?) 아니요,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 대답이 자꾸 오락가락해서 그러는데요. 청년특별위원회 소속이신지 아닌지? 청년특위 말씀하시는 게 맞아요?
"청년특위 맞는데요."

- 청년특위인지, 청년위원인지? 위원장 누구신지?
"저기요, 잠깐만요. 정확히 말씀드려야 되니까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낸 후) 또 돈 내라고 왔네. 아. 아이고, 올레 납부 지원금? 아오, 큰일 났네. (스마트폰에서 기사를 읽으며) 청년특위를 설치…."

- 여기 속해 있다는 거예요? 위원장한테 연락받으셨을 텐데. 위원장이 누구에요?
"아니요. 연락 받은 건 없고요."

- 연락 안 받았으면 어떻게 오신 거죠? 박근혜 당선인과 아시는 사이인가요?
"아니요."

- 평소에 정치에 꿈이 있으신가요?
"글쎄요. 뭐, 좀 생각을 해봤는데. 안양시장 정도 해볼까 했는데. 아, 제가 청년특위 위원장이네요."

- (기자들 웃으면서) 네?
"제가 청년특위 위원장이네요."

- 그러지 마시고. 솔직하게. 불만이 있으신 건지, 억울한 게 있으신 건지. 말씀해주세요.
"억울? 뭐가 억울하죠?"

- 아니 혹시라도 하시고 싶은 애기가 있으면, 마지막으로 듣고 가려고요.
"아, 그러시죠?"

- 하고 싶은 얘기 있으면 한마디로 해주시죠.
"담배 한 대 태우시죠."

- 그럴 여유는 없고. 뭐가 억울한지. 하소연하고 싶은 게 있는지?
"하, 하소연이요? 하소연? 아아, 이렇게 세이(say) 말하는 거죠? 저스트(just)?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온갖 악재, 언익스펙티드 시추에이션(unexpected situation), 그런데서 오는 나쁜 것들, 그런 것들로부터 모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 감쌀 수 있는 그런, 약간, 뭐죠? 대기권이라고 하나, 이렇게 오존층이라고 하나? 우산 내지는 그런 것,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박근혜 당선인과 김용준 위원장 찾아뵙겠다"

- (이씨가 건물 바깥으로 자리를 옮겨 담배를 피우자, 기자들이 질문을 하며) 아까 표정이 긴장돼 보이시던데.
"완전, 완전 긴장됐죠. '긴장된' 형용사로 영어가 뭐였죠? 제가 일본 9박 10일 갔다 온 게 2001년에. 해외 나가는 국제선 비행기 한번 못 탔네요. 일본도 배 타고 갔으니까요."

- 기쁜 마음에 하신 거예요? 안 좋은 마음에 하신 거예요?
"완전, 완전히 해피하게 했습니다."

- 누구를 만나러 오셨다고 했죠?
"오늘 최종적으로는 박근혜 당선인을 제가 찾아뵐 예정이고, 그 전에는 김용준 인수위 위원장님을 바로 찾아뵐 예정입니다."

- 아까 들어오실 때 어떻게 들어오셨다고 했죠?
"출입절차는 그냥 무사통과였습니다."

- 신분증 맡기셨나요?
"신분증도 전혀 맡긴 것 없습니다."

- 방문 이유도 밝히지 않으셨고요?
"네네."

- 박근혜 당선인과 김용준 위원장을 만나서 어떤 얘기를 하려고 하는지?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와 그리고 저를 발탁시켜주신 데에 대한 감사를 드리고자 합니다."

- 발탁이 되신 건가요?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 청년특별위원회 소속은?
"청년특위 위원장이라고, 저는 그렇게 파악되었는데요."

- 누구로부터 연락받으셨나요?
"연락받은 것은 없습니다."

- 발탁됐다고 생각하시는 이유는?
"(손을 흔들면서) 셀프(self), 제가 혼자서 알아서 잘합니다."

- 당선인을 여기서 뵙는 건가요?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 출입할 때 방문 이유나 신분증 보여 달라는 얘기 정문에서, 전혀 안했다는 거죠?
"네, 그렇습니다."

- 제재하는 사람 없이 자연스럽게 들어왔다는 얘기인가요?
"그렇습니다."


태그:#인수위 침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