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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때 언론들은 박근혜 후보 사진과 동영상을 하루에도 수 십 번씩 보도했다. 예순 살이 넘은 박 후보는 강행군을 했기 때문이다. 가는 곳곳마다 박 후보 손 한 번 잡아보려는 어르신들이 많았다. 그리고 박 후보는 18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1987년 이후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임기를 두 달 남겨둔 현직 대통령보다는 새 권력이 된 대통령 당선인에게 더 많은 관심이 쏟아진다.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씁쓸함이고, 당선인은 자신이 최고 권력자가 되었음을 자연스럽게 실감하게 되었다.

그런데 박근혜 당선인은 거의 칩거 수준이다. 박근혜 당선인 누리집이 공개한 박 당선인 공개일정을 보면 지난 6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현판식 참석 후 만난 이들은 대부분 주한 외국대사들이다. 박 당선인이 인수위 공식 회의에 참석한 것 역시 20일 현재 두 번 정도다. 지난 6일 현판식과 다음날 인수위 전체회의다.

박근혜 당선인 누리집이 공개한 박 당선인 공개일정을 보면 지난 6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현판식 참석 후 만난 이들은 대부분 주힌 외국대사 만남이 대부분이다.
 박근혜 당선인 누리집이 공개한 박 당선인 공개일정을 보면 지난 6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현판식 참석 후 만난 이들은 대부분 주힌 외국대사 만남이 대부분이다.
ⓒ 박근혜인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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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현판식 이후 보름이 지났지만 박 당선인이 인수위로부터 어떤 보고를 받았는지 언론보도는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당선인이 하나하나 챙기는 것도 문제이지만, 당선인이 최소한 어떤 보고를 받고,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국민들은 알아야 한다. 여론 검증 작업을 통해 박근혜 정부 정책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노무현 당선인이 인수위 회의 참석한 횟수는 13회, 이명박 당선인은 8회다. 하지만 20일 현재까지 박 당선인은 1회다. 물론 노무현, 이명박 당선인 2월 24일 기준이기 때문에 박 당선인 참여 횟수가 적다고 비판하기 힘들다. 하지만 지금까지 칩거에 가까운 박 당선인 행보를 보면 앞으로도 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박 당선인만 아니라 인수위도 '불통인수위'다. 당선인은 안 보이고, 인수위원들은 한 말이 없거나 잘 모른다. '철통보안'을 위해 국민의 알권리는 아랑곳 하지 않는다. 이쯤 되면 '깜통인수위'라고 할 수 있다. 인수위도 "미안하다"고 할 수 밖에 없었다.

진 부위원장은 "정치를 쳐다본 지 17년이 지난 오늘까지 기자님들을 뵈면서 이렇게 죄송하게 생각한 적이 없었다, 식사를 하자고 하면 즐거운 마음으로 '나 같은 사람하고도 식사하자고 하는구나' 했는데 요새는 참 죄송하고 전화 한번 받기도 어렵고, 그래서 뵐 때마다 마음 속으로 죄송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19일 <오마이뉴스> 인수위 환담회? 기자들 '환장'하겠네

불통인수위를 조금이나마 해결하기 위해 '기자환담회'를 열었지만 별 것 없었다. <오마이뉴스> 기사에 따르면, 인수위 최대의 미스터리인 최대석 인수위원 사퇴나, 정부조직 개편 배경, 감사원의 4대강 공사 감사 결과에 대한 인수위 기조 같은 것은 묻지도 못했다. 그저 떡이나 먹고 사진이 찍는 자리였다.

사실 '기자간담회'는 들어봤어도, '기자환담회'는 처음듣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불통대통령'이라는 이유로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박근혜 당선인은 후보 시절 '소통 대통령' 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다. 지난 대통령 선거 기간 대 박근혜 후보 기획홍보단은 <박근혜 정책 바로 알기> 만화를 만들어 박 후보 정책 홍보에 적극 나섰다. 그 중 '국민 맞춤행복을 위한 투명한 정부'편은 소통하는 박근혜를 적극 알리고 있다. <만화로 쉽게보는 정책> 국민 맞춤 행복을 위한 투명한 정부

<만화로 쉽게보는 정책> 국민 맞춤 행복을 위한 투명한 정부
 <만화로 쉽게보는 정책> 국민 맞춤 행복을 위한 투명한 정부
ⓒ 박근혜 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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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내용을 보면 슈퍼마켓을 차린 한 가족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하지만 옆에 대형마트가 들어온다. 아버지는 대형마트가 들어오는 줄 모르고 슈퍼마켓을 차린 것인다. 가족들은 "정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보고 차리랬잖아"라고 타박한다. 남편은 "정책 정보를 우리 서민이 으찌 알 수 있당가?"라고 허탈해한다. 가족들은 "정부 정책이 어떻게 되어가는 건지 알아보자"고 나섰지만, 그들 앞에는 '정부'라는 거대한 장벽만 있을 뿐이다. 가족들은 기어 오르지만 공무원들은 "공공기관 정보를 보려고 하다니"라며 꼭꼭 숨긴다. 그 때 '각시탈'이 나타나 "국민에게 공개해야 할 것을 방해 해선 안 됩니다"라고 한다.

<만화로 쉽게보는 정책> 국민 맞춤 행복을 위한 투명한 정부
 <만화로 쉽게보는 정책> 국민 맞춤 행복을 위한 투명한 정부
ⓒ 박근혜 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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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사탈을 본 이들은 '후닥닥' 도망간다. 그러자 각시탈은 "정보공개"를 외치며 '법'이라고 주먹으로 내리친다.  그리고 장벽은 각시탈 앞에서 무너지는 장면이 자세히 그려져 있다.

<만화로 쉽게보는 정책> 국민 맞춤 행복을 위한 투명한 정부
 <만화로 쉽게보는 정책> 국민 맞춤 행복을 위한 투명한 정부
ⓒ 박근혜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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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쉽게보는 정책> 국민 맞춤 행복을 위한 투명한 정부
 <만화로 쉽게보는 정책> 국민 맞춤 행복을 위한 투명한 정부
ⓒ 박근혜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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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정보들이 가족들 앞에 공개된다. 사람들은 "역시 각시탈이야"라며 환화한다. 그리고 각시탈은 탈을 벗자 사람들은 "이앗!!다, 당신은 바....박근혜!?"라며 놀라움을 금하지 못한다. 박근혜는 "호호 답답하셨죠?"랄고 말하고, 사람들은 "강토가...아닌가베??"라고 다시 놀란다. 박근혜 후보는 약속한다.

"정보공개에 대한 법을 만들어 공개해야 합니다. 각종 위원회와 단체정보까지 공개하겠습니다."

그리고 정부 부처간 칸막이를 발로 차 무너뜨린 후 "이렇게 각 부처간 칸막이를 없애고 소통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한다. 사람들은 "와아! 시원하다!!" 외치고, 공무원들도 "이제 일을 제대로 하겠네"라고 환영한다.

<만화로 쉽게보는 정책> 국민 맞춤 행복을 위한 투명한 정부
 <만화로 쉽게보는 정책> 국민 맞춤 행복을 위한 투명한 정부
ⓒ 박근혜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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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쉽게보는 정책> 국민 맞춤 행복을 위한 투명한 정부
 <만화로 쉽게보는 정책> 국민 맞춤 행복을 위한 투명한 정부
ⓒ 박근혜 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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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면은 슈퍼가 무너지는 장면에서 가족들이 "으메 내 가게가 무너진다"고 탄식하지만 박 후보는 "걱정 마세요"라며 '푸슝'하며 장풍을 쏘는 데 '정보공개 지식정보 산업, 성장동력'으로 경제민주화를 이루겠다고 약속한다. 사람들은 "엄마!! 저봐, 저봐!! 정보를 공개하니까 경제가 살아났어!", "사랑하는 딸아! 드디어 네가 취직이 된다~!!"고 감격한다.

사람들은 "이제 정보를 공개하고 소통하면 되겠네", "고럼 고롬", "이제는 박근혜를 믿고 수퍼를 차려도 되겠어!"라고 감격한다. 박 후보는 주먹을 불끈쥐고 "투명한 정부 박근혜가 먼저 만들겠습니다"라고 약속한다.

하지만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지 한 달이 지난 지금 소통은 온데간데 없고, 정보는 철통보안으로 통제되고, 당선인 얼굴 조차 보기 힘들다. 과연 박 당선인은 '국민 맞춤 행복을 위한 투명한 정부' 만화 존재를 알고나 있을까? 대통령에 취임해도 이런 모습을 보일까? 정말 두렵다.


태그:#박근혜, #인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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