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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문이 눈에 띕니다.
▲ 철탑농성 88일차 알리는 간판 고시문이 눈에 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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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현대자동차 노동조합과 금속노조가 "현대차가 내놓은 안을 보강한 신규채용 안에 직권조인 하겠다"고 비정규직 노조 간부와의 간담회에서 밝힌 후 비정규직 노조에서 "비정규직 노조 3주체가 빠진 협상을 중단하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사태가 발생했었습니다. 그 후 현대자동차 노조는 "협상을 중단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15차를 이어가던 불법파견 특별교섭이 작년 12월 말일부로 잠정 중단된 상태입니다.

최병승,천의봉
▲ 울산법원에서 철탑에 세워놓은 고시문 최병승,천의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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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고시문은 한 날에 세워졌습니다.
▲ 현대차에서 낸 가처분 결정문 두 고시문은 한 날에 세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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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와 불법파견 특별교섭이 중단되자 울산법원은 기다렸다는듯이 현대차와 한전이 올린 가처분에 대해 결정을 내렸습니다. 새해가 밝은지 3일후 집행관이 철탑으로 와서 고시문을 동시에 세워놓고 갔습니다.

한전에서 신청한 가처분에 대해 울산법원은 "내려와라 안내려오려면 1인당 30만원씩(2인 60만원) 한전에 지급하라"는 요지의 결정문과 현대자동차에서 신청한 가처분에 대해 "현대차의 허락 없이는 집회를 하지 말 것"과 "지금 설치되어있는 수많은 현수막과 천막을 철거하라"는 요지의 결정문 내용을 철탑에 세워진 '고시'를 보고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울산법원은 1월 8일(화) 오후 1시경 집행관을 보내 철탑농성장 강제철거를 실시했습니다. 저는 그날 그 시간에 철탑에 없었습니다. 저녁에 철탑농성장으로 가서 낮에 있었던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을수 있었습니다.

"현대차 불법파견 집단소송을 담당하는 변호사님이 대법판결을 무시하는 울산지법에 대해 강제철거를 중단하라고 항의하면서 조목조목 법 조항을 가지고 집행관과 논쟁을 했습니다. 우리 조합원도 긴급히 100여명 모여 강제철거에 항의하며 못하게 막았구요."

비정규직 노조 간부와 조합원이 "현대차에 대법판결부터 이행토록 집행하라"며 서로 팔짱을 끼고 강제철거를 못하게 해서 강제철거에 동원된 70여명의 인원이 물러갔다고 합니다. 그 후 민주노총 울산본부에서 4일전에 지역대책위와 공동으로 12일 토요일 오후 3시에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 촉구 울산노동자 결의대회'를 잡았다고 합니다.

"4일전에 결정하고 추진했는데 많이 모여주셨습니다"
▲ 강성신 민주노총 울산지부장. "4일전에 결정하고 추진했는데 많이 모여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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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반드시 승리하고 정규직 전환되어 현장으로 돌아갈 것입니다"고 말했습니다.
▲ 박현제 현대차 비정규직 지회장의 연설 "우리는 반드시 승리하고 정규직 전환되어 현장으로 돌아갈 것입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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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모르고 있다가 철탑위에서 농성중인 천의봉씨의 패이스북 정보를 보고 알게 되었습니다. 천의봉씨는 가끔 자신의 상황을 패이스북으로 올려 공유하고 있습니다. 오후 3시 못되어 울산명촌 현대차가 보이는 철탑으로 갔었습니다. 갑자기 집회가 잡힌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철탑의 날씨는 많이 풀려있었습니다. 참교육학부모회에서 떡과 오뎅국을 집회 참가자에게 나눠주고 있었습니다. 저도 한그릇 타먹었습니다. 4일전 긴급히 상황을 알리고 집회를 잡았다고 연락했는데도 500여명의 노동자와 지역단체가 참석했습니다.

어느 지역 주민은 3줄 1천원하는 요구르트를 한보따리 사들고와서 나눠 먹으라고 농성장에 주기도 했고, 공무원 노조는 후원금을 해고자위원회에 주기도 했습니다. 급히 마련된 집회였지만 많은 분들이 참석한 것 같아 기분 좋았습니다. 쇠파이프로 높이를 조절하고 합판으로 임시 무대를 설치했고, 방송시설은 현대차 노조에서 제공했습니다. 모인 사람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현대차에 대해 불법파견을 규탄하고 "대법판결 이행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떡을 넣은 오뎅탕을 맛있게 끓여서 집회 참석자에게 나눠 주었습니다.
▲ 참교육 학부모회 떡을 넣은 오뎅탕을 맛있게 끓여서 집회 참석자에게 나눠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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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제 지회장은 "우리가 지금 위기를 맞고 있지만 희망까진 꺾이지 말자"며 "끝까지 투쟁해서 반드시 정규직 전환 쟁취하자"고 말했습니다. 이어 나온 강성신 울산본부장은 "현대차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불법파견 투쟁을 꺾으려고 물불을 안가리고 탄압을 자행하고 있지만 우리는 정면돌파로 반드시 이겨야 할 싸움"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현대차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 승리를 위한 지역대책위 소속 시민단체도 나와서 "현대차는 대법원에서조차 불법파견이라고 판결났음에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철탑투쟁은 90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희망"이라고 말했습니다.

현대차 노무팀과 경찰이...
▲ 감시자 현대차 노무팀과 경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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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집회 중간중간 농성장 밖 상황을 살폈습니다. 농성장 밖 주차장엔 토요일 특근을 하는지 많은 차들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그중에는 철탑농성을 지지하러 오신 지역주민들 차량도 있었습니다. 5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현대차 노무팀 직원과 경찰 정보과 형사들이 함께 있는게 보였습니다. 그들은 서로 웃으며 뭐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노동자 의식 행사로 깃발 만들기를 했습니다.
▲ 깃발 만들기 노동자 의식 행사로 깃발 만들기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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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나이든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그가 내리자 깎듯이 인사하는 노무팀 직원들. 아마도 높은 사람인가 봅니다. 현대차 노무팀 직원은 철탑위 농성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높은 사람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상황 설명을 해주는듯 보였습니다. 잠시후 그가 차에 오르자 주변에 있던 경찰과 노무팀 직원은 다시 90도로 깎듯이 인사를 했습니다. 현대차도 많이 답답한가 봅니다. 누군진 모르지만 높은 책임자가 직접 현장와서 점검을 하다니 말입니다.

집회 마무리로 노동자 상징의식이 진행되었습니다. 천에다 불법파견에 대한 염원을 써서 공중에 매달아 철탑까지 이어 놓기도 하였고, 큰 천에다 페인트로 글씨를 써서 세워 놓기도 했습니다. 집회는 그렇게 1시간 반 정도 하고 끝났습니다.

신규채용은 사기다. 무대 현수막이 집회후 바뀌었네요.
▲ 정규직으로 전환하라! 신규채용은 사기다. 무대 현수막이 집회후 바뀌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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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저는 현대차에 지난 2000년 7월 초에 들어가 10여년 일했습니다. 물론 하청업체였지요. 세차례 업자가 바뀌었고 퇴직금을 중도정산 처리하기도 했었습니다. 인간차별과 불법파견 하청업체를 쓴다는 사실을 알고 2003년 경 비정규직 노조가 만들어지면서 노조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노조활동 한다고 해서 현장 작업을 게을리 한 건 아닙니다. 저는 성실하게 근무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일해주었는데도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2010년 3월 15일 저는 정리해고 당하고 말았습니다. 정규직 노조에 구제요청도 해보았으나 소용없었습니다. 정규직은 1년 유급으로 처리된 반면 비정규직 노동자는 모두 정리해고 되고 말았습니다.

"비정규직 논란…현대차 노무담당 부회장의 절규"

지난 1월 10일 매일경제신문에 나온 제목입니다. 김억조 현대차 부회장이 인터뷰 한 내용이었습니다.
현대차는 7조원이나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언론에 보도된바 있습니다.

그런 대기업 임원에게 절규라는 표현이 가당키나 하나요?
그들이 절규하면 우리같은 비정규직 해고자는 어찌해야 하나요?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는 그저 대법판결 이행하라는 것 뿐입니다.
그것이 현대차 김억조 부회장에겐 절규할 정도로 나쁘다는 겁니까?



태그:#현대자동차,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 #노동착취 중단하라, #노동탄압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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