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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저수지 주변. 봄이 되면 이곳 주변은 벚꽃이 만개한다.
 고성저수지 주변. 봄이 되면 이곳 주변은 벚꽃이 만개한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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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어촌공사가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2011년부터 충남 공주시 정안면 고성저수지(88만9000㎥)에 157억 원을 투입해 지난해 말까지(6개월 연장) 둑 높이기 사업을 추진하면서 마을에 지급하기로 했던 '지장물의 손실보상금' 금액 중 일부를 지급하지 않고 시공사에 전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20년 전, 정안면 고성리에 있는 고성교회는 지역 주민과 함께 '아름다운 마을 가꾸기' 사업으로 벚나무 1000그루가량을 고성저수지 둘레에 심었다(2012년 기준 400여 그루 잔존). 하지만 한국농어촌공사가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을 하면서 벚나무를 다 벨 것이라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지난해부터 지역 주민들이 반대의사를 밝히고 사업 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관련기사 : 20년 가꾼 벚나무 400여 그루, 4대강 사업에 '싹쓸이'?).

벚나무를 심고 가꿨던 고성교회 성시일 목사는 "당시 시골에 작은 교회에서 부담하기에는 큰 돈인 100만 원을 들여 벚나무를 사 심었다, 이 때문에 벚꽃축제도 열 수 있었고 귀농 인구가 증가하는 등 마을이 되살아났다"며 "공사에 방해된다면 다른 곳으로 옮겨 심은 뒤 공사가 끝나면 원래 자리에 그대로 심겠다"고 요구했다. 이후 한국농어촌공사가 이를 수용하면서 협의가 이뤄졌다.

"공사가 늦어지면서 불가피한 상황 발생"

왼쪽 문서에는 미지급된 4500만 원 지급을 요구하며 민원에 대해 시공사인 흥진건설과 협의하라는 내용의 답변이 담겨 있다. 오른쪽 문서에는 고성교회 성시일 목사·농어촌공사 공주지사 보상담당 김용선 과장·공사담당 염성규 과장과 맺은 합의서.
 왼쪽 문서에는 미지급된 4500만 원 지급을 요구하며 민원에 대해 시공사인 흥진건설과 협의하라는 내용의 답변이 담겨 있다. 오른쪽 문서에는 고성교회 성시일 목사·농어촌공사 공주지사 보상담당 김용선 과장·공사담당 염성규 과장과 맺은 합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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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지난해 3월 8일 벚나무 보존을 위한 경비로 1억6000만 원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한국농어촌공사 공주지사 김용선 보상담당자와 염성규 공사담당자, 성시일 목사 등이 합의서에 서명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관련기사 : 충남 고성저수지 벚나무, 사라질 위기 '모면').

하지만 지난 7일 현재까지 4500만 원이 미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성시일 목사가 보상금 지급을 요구하자 농어촌공사는 '2012년 3월 14일 1억615만 원(제1차 감정평가액), 2012년 4월 23일 808만5000원(제2차 감정평가액 차액분), 합계 1억1423만4000원을 공주지사에서 지급했고, 그 이후의 사항은 정안 저수지 둑높이기 시공사인 흥진건설㈜과 협의를 하라'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발송했다.

한국농어촌공사 공주지사 김용선 보상과장은 "당시 벚나무 문제 때문에 공사가 늦어지고 감정 평가액 외에 다른 방법이 없던 상황에서 부득이하게 시공사에서 4500만 원을 지급해 주기로 해 서류상 1억6000만 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협의서가 나갔다"며 "당시 지사장에게 보고가 이뤄진 일로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반론했다.

흥진건설㈜ 소장은 "다른 공사에서는 이번 경우 같이 시공사가 주민보상금을 지원하는 경우는 없지만, 벚나무 이전 문제 때문에 공사가 중단된 처지에서 본사와 협의한 결과 4500만 원을 지급하더라도 공사 일정을 맞추는 게 이득이라는 생각에 결정한 일"이라며 "집행을 미룬 것은 마을에 금전적으로 불화가 발생해 미지급한 것으로 우리도 곤란한 지경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테마거리·야생화단지 조성 다 날아갈 판"

농어촌공사 공주지사에 주민관의 협의 내용인 '지장물 등의 손실보상계약서'. 왼쪽 문서에는 1차 1억615만 원, 오른쪽 문서에는 808만5000원에 손실보상 협의가 끝난 것으로 나타나 있다.
 농어촌공사 공주지사에 주민관의 협의 내용인 '지장물 등의 손실보상계약서'. 왼쪽 문서에는 1차 1억615만 원, 오른쪽 문서에는 808만5000원에 손실보상 협의가 끝난 것으로 나타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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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성시일 목사는 "한국 농어촌공사와 협의를 하는 과정에 이전 비용으로 1억6000만 원을 받기로 하고 합의서를 작성했는데, 지금 와서 한국 농어촌공사가 주민들과 처음부터 협의가 있었던 것처럼 얘기하면서 시공사에 떠넘기고 있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주민들에게 지급하기로 한 금액을 차일피일 미루길래 내용 증명을 보냈더니 시공사에서 받으라는 내용을 보고서야 알게 됐다"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성 목사는 "애초 벚나무 이주 계획을 위해 업체로부터 계약서를 받는 과정에서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역 언론에 광고를 게재했다"며 "저렴한 비용으로 시공하겠다는 업체가 나와 마을 이장과 논의 후 남은 금액은 테마거리·야생화 단질르 조성해 마을 발전을 위해 재투자하자는 의견을 모아 추진하고 있었지만, 약속한 금액이 들어오지 않아 마음만 졸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정남순 환경법률센터 변호사는 "농어촌공사가 부담할 수 없는 금액을 주민들에게 약속한 뒤 시공사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담당자의 업무 미숙인지 의도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주민과 합의 과정에서 문제가 없다면 당연히 약속한 금액에 대해서는 보상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합의서의 주체가 돼야 할 부처의 직인이 아닌 개인의 서명으로 이뤄진 합의서는 편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상적인 계약이 아닌 공무원의 편의에 의한 계약으로 주민 갈등을 유발하고 정신적 피해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의 신뢰를 떨어트리는 행위에 대한 문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뒤따른다.

한편, 고성저수지 둑높이기 사업은 지난해 12월 말 준공이 잡혀 있었으나 올해 6월 말로 준공 시기를 미룬 상태다.


태그:#약속 불이행, #한국농어촌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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