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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2조원 규모의 새해예산안이 진통끝에 1일 새벽 국회 본회의 표결을 통해 재석 인원 273명 중 찬성 202명, 반대 41명, 기권 30명으로 가결됐다.
 342조원 규모의 새해예산안이 진통끝에 1일 새벽 국회 본회의 표결을 통해 재석 인원 273명 중 찬성 202명, 반대 41명, 기권 30명으로 가결됐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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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직한 예산 심의에 대해 국회가 마련한 안을 국민 앞에 제시하겠다" -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예산안과 관련해 여러 비판이 있다. 새겨듣겠다." -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졸속·밀실 예산심사로 호된 비판을 받은 여야가 7일 예산심사 개선을 약속하고 나섰다. 사실상 따가운 국민여론을 의식한 뒷북 대응이다. 당초 여야는 342조 규모의 새해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지역구 민원성 예산을 뜻하는 '쪽지예산'이 크게 증액됐다는 비판을 받자 '오해'라고 강변해왔다.

나성린 새누리당 정책부의장은 지난 5일 보도자료를 통해 "쪽지예산이라는 것이 상임위에서 전혀 논의가 없던 것이 아니라 예비심사를 통해 증액이 돼 예산결산특위로 회부된 것이 대부분"이라며 "(증액 관련 예결위 여야 간사 협의는) 실제로는 여야 간 정치적 타협이 필요한 전체적인 예산조정규모를 논의하고, 각 당이 주장하는 주요정책에 대한 반영여부를 정부 측과 논의하는 것으로 한정하였다"고 주장했다.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도 지난 3일 고위정책회의에서 "일부에서 예산안 내용에 대한 비판을 제기하고 있지만 사실관계가 잘못 전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예산 경쟁에 대한 비판 무겁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무조건 매도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쪽지가 아니라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제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예산안 심사과정을 공개하는 혁신을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예결위원들의 호텔방 심사와 외유 논란까지 겹치며 당위성을 잃었다. 국회 예산결산특위 여야 간사가 다른 계수조정소위 위원들로부터 증액심사권을 위임받아 호텔방을 오가며 비공개로 4조 원대의 증액심사를 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예산의 증액과 감액을 최종 결정하는 계수조정 소위는 반드시 회의 내용을 기록하도록 돼 있지만 '호텔방 심사'는 회의록조차 없었다. 여기에 예결위원들이 예산안 처리 직후 중미와 아프리카로 외유까지 떠난 사실이 확인됐다.

결국 여야는 이날 모두 고개를 숙이고 제도적 개선책 마련에 힘을 실었다. 

황우여 "예산백서 및 예결위 개편 문제 포함해 개선책 논의하겠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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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예산은 국회의 최고·최대 임무"라며 "일과성 지적이라 보지 말고 원내대표 중심으로 예산심의·확정과정 등을 검토해서 바람직한 예산심의과정에 대해 국회가 마련한 안을 국민 앞에 제시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필요하다면 예산백서를 펴내거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개편 문제까지 포함해 당에서 논의하고 이 기회에 국가발전을 도모한다는 의미에서 좋은 방향의 개선책을 마련하도록 원내대표와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고도 덧붙였다.

다른 최고위원들도 모두발언에서 예산심사 문제점 등을 언급하며 개선책 마련을 주문했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정치도 쇄신돼야 새 정부의 개혁작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예산 관련 개혁이 이번에 반드시 실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예산심사 당시 예결위 여야 간사 등이 호텔에서 '밀실 심사'를 한 일을 겨냥, "(예산심사) 속기록을 작성하지 않았을 때 벌칙을 신설하고 쪽지예산 근절을 위해 예결위를 상설화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심 최고위원은 또 "예산 관련 쇄신 외에도 정치 스스로 환골탈태해야 할 모습이 적지 않다"며 ▲ 국회의원 연금제도 개혁 ▲ 국회의원 정수 축소 ▲ 국회 윤리위 과반 외부인사 구성 ▲ 불체포특권 폐지 및 면책특권 제한 ▲ 무노동무임금 적용 등에 대한 실천을 촉구했다.

이한구 원내대표 역시 이날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1월 임시국회가 열리면 (예결위의) 제도를 개선하는 확실한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그는 "(2013년도 예산안 심사에서) 증액심사를 할 때 통제·기록이 안 됐다, 이는 운영의 문제"라며 "운영과 관련한 규칙을 제정하는 게 어떨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는 이번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쪽지 예산'이 무조건 반영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속칭 말하는 쪽지는 수시로 들어오지만 그것을 예결위에서 반영하는 여부는 또 다른 문제"라며 "암만 쪽지 보내 봤자 증액시키려면 해당 상임위원회에 다시 돌려보내서 의견을 묻는데 거기서 좋다고 않으면 안 되게 돼 있다, 호락호락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박기춘 "대선공약인 예결위 상설화 통해 과감한 대책 추진"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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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도 예산 심사 제도 개선을 다짐했다. 박기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예산안과 관련해 여러 비판이 있다, 새겨듣겠다"면서 "전문성과 책임성은 물론이고 투명성 지키기 위해서 우리당이 늘 주장하고 지난 대선 공약이었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상설화를 통해 과감한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회쇄신, 민생책임, 1월 국회에서 바로 시작할 것"이라며 "국민을 이기려하면 안 된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나가겠다, 민주당은 그것을 위해서 뼛속까지 바꿔나가는 혁신을 계속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지난 3일 고위정책회의에서도 "국회 예산안 심사과정을 공개하는 혁신을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며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상설화를 새로운 정부에게 강력하게 요구하고 이것이 관철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예결특위 위원인 정청래 의원도 이날 오전 SBS라디오 <서두원의 시사초점>에 출연, "(호텔방 심사는) 내용적인 면에서나 형식적인 면에서나 잘못했다고 본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정 의원은 "저는 계수조정소위는 아니지만 4조 원 정도의 증액 문제를 갖고 밀실에서 (심사)했다는 부분은 당연히 잘못한 것이고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상임위에서 올라온 증액 예산에 대해) 심사해서 결정하면 되는데 그런 절차 없이 회의록도 없이 호텔 같은 곳에서 했다는 것은 내용적인 면에서나 형식적인 면에서나 잘못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예산안 심사를) 11~12월에 임박해서 하지 말고 (예결특위를) 각 상임위 운영하는 것처럼 하자는 얘기가 사실 오래전부터 있었는데 정착하지 못했다"면서 "이번을 계기로 해서 진짜로 (예결특위 상설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외유논란' 예결위 "국민 눈높이 맞지 않았다, 질책 달게 받을 것"

한편, 예산안 처리 직후 해외 외유를 떠났던 예결위원들은 조기 귀국해 논란을 불거지게 한 데 대해 사과 및 해명을 내놓고 있다.

예결특위원장인 장윤석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6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출장은) 예결위가 구성된 지난해 6월부터 계획된 것"이라며 "여야 대통령 후보 경선 등 정치 일정이 진행된 데다, 대선 등으로 예산안 심사 일정마저 순연을 거듭한 결과 예산안 통과 이후로 일정이 미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예산안이 해를 넘겨 처리된 직후, 예산 심사에 관여했던 계수조정소위 위원들이 한꺼번에 해외 출장에 나선 점 등은 여러모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며 "국민 여러분의 엄한 질책은 달게 받겠다"고 밝혔다.

예결위 야당 간사인 최재성 민주통합당 의원은 같은 날 <뉴스1>과 한 전화통화에서 "이번에는 내가 예결위 간사를 맡았고 예결위가 끝나면 여야가 함께 외국에 나가는 게 관례이기 때문에 안갈 수 없어 간 거였다, 100% 공식일정을 요구해서 다른 의원들보다 빨리 입국하게끔 일정을 짰다"고 해명했다.

또 '호텔방 심사' 논란에 대해서도 "지역구를 챙기기 위한 민원들이 빗발쳐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호텔방에서 심사를 했다, 매년 관행적으로 해왔던 것"이라며 "이런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상임위의 예산 심의 권한을 방지하고 예결위를 상설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쪽지예산#새누리당#민주통합당#국회#예결위 상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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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부 기자입니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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