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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9일 당일치기로 동료 회원들과 함께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시민유산으로 보전관리하고 있는 '연천 DMZ 일원 임야'를 둘러보고, 덤으로 두루미 서식지를 관찰하기 위해 다녀왔다.

내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내셔널트러스트'는 아직까지는 이름조차 생소한 사람들이 많겠지만, 지난 1895년 영국에서 시작된 자연보호와 근대문화유산보존을 위해 설립된 전통 있는 시민단체다.

연천군 임진강 지역
▲ 연천군 임진강 지역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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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트러스트는 보존가치가 있는 자연이나 역사 건축물과 환경을 기부금, 기증, 유언 등으로 취득하여 이것을 보전, 유지, 관리, 공개함으로써 차세대에게 물려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일반적인 재정은 회비와 기부금으로 조달한다. 발족 당시 몇 백 명이던 회원이 현재는 300만 명에 이른다. 또 영국토지의 1.5%, 해안지역의 17%를 소유하고 있다. 미국, 일본, 뉴질랜드, 한국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0년에 (사)한국내셔널트러스트(http://www.nationaltrust.or.kr)가 발족했다. (사)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설립(주무관청 환경부) 직후 멸종위기 식물인 매화마름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인천 강화군 길상면의 농지 912평을 매입했으며, 이후 서울 성북동 최순우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옛집을 매입했다.

또한 2004년 남한강 상류의 동강 보전을 위해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제장마을의 땅 5200평을 매입했다. 이후에도 '나주 도래마을 옛집' '권진규 아틀리에' '청주 원흥이 방죽 두꺼비 서식지' '내성천 범람원'을 확보하여 시민유산으로 보전관리하고 있다.

연천군 비무장지대의 지뢰지역
▲ 연천군 비무장지대의 지뢰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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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북부에 위치하고 있는 연천군은 임진강과 한탄강이 흐르며 군 전체가 남북으로 분단되어 있는 곳이다. 또한 한국전 종전과 동시에 DMZ(demilitarized zone. 비무장지대)가 설치되어 일부지역은 민간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 되었다.

이런 결과로 군인도 민간인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동식물들에게는 인간의 방해를 받지 않는 천국이 되어 각종 보호수종이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다. 이에 우리들은 DMZ내에 있는 관리임야를 살펴보고, 세계적으로 3,000마리 이내가 생존하고 있다는 천연기념물 제202호이며 멸종위기야생동식물 1급으로 지정된 두루미를 관찰하기 위해 이곳으로 갔다.

연천군 태풍전망대에서 본 남쪽 임진강의 모습
▲ 연천군 태풍전망대에서 본 남쪽 임진강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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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연천군청에서 지리에 밝고 환경문제와 두루미보호를 위해 연천에서 적극적으로 일하고 있는 안창희 선생을 만나 그의 안내를 받으며 DMZ안으로 들어갔다. 가장 먼저 간 곳은 중면 중사리에 위치한 '태풍전망대(颱風展望臺)'다.

북측의 전망대는 물론 휴전선과도 가장 가까운 국군 전망대로서, 비끼산 최고봉인 수리봉에 자리 잡고 있다. 지난 1991년 개관했다. 높이는 264m이며, 전망대에서 휴전선까지 800m, 북측 초소까지는 1600m 떨어져 있다.

연천군 태풍전망대
▲ 연천군 태풍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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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서 내린 우리들은 북쪽은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등 뒤의 남쪽을 향해 사진을 몇 장 찍고, 전망대 내부 시설도 살펴보았다. 긴장감이 감돌기는 했지만, 눈이 많이 와서 그런지 천지간이 환했다. 그러나 나는 북을 향해 서 있는 커다란 마리아상을 보면서 눈물이 났다. 남북분단의 아픈 현실은 언제까지 계속되려나?  
연천군 북을 바라보고 있는 마리아상
▲ 연천군 북을 바라보고 있는 마리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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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전망대가 위치한 곳은 삼국시대부터 군사적 요충지였으며, 한국전 당시 치열한 전투 후 국군이 수복한 땅이다. 이렇게 남북이 가까운 거리를 두고 대치하게 된 것은 지난 1968년 북측이 휴전선 가까이 남쪽으로 철책을 옮겨오자 남한에서도 1978년 철책을 부분적으로 북쪽으로 옮기면서 지근거리가 되었다.
연천군 전망대에 있는 각종 전승비
▲ 연천군 전망대에 있는 각종 전승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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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좋으면 북측 주민들과 농장이 내려다보이며 멀리 개성까지 볼 수 있다. 전망대 내에는 교회, 성당, 성모상, 법당, 종각 등이 있고 호주군 참전 기념비, UN 태국군 참전 기념비, 실향민들의 망향비와 전적비가 세워져 있다.

내부 전시관에는 홍수 시 흘러온 북의 생활필수품, 일용품, 침투장비 등이 전시되어 있다. 여기에 우리 군의 전투식량과 피복 등도 전시되어 있다. 

눈이 오는 날이라 북쪽을 향해 크게 눈을 뜨고 봐도 많은 것을 볼 수는 없었지만, 너무나 지근거리에서 북을 볼 수 있다는 감회가 남달랐다. 아울러 연말이라 그런지 어린 장병들이 추운날씨에 너무 고생이 많다는 생각도 들었다. 

전망대에서 북쪽을 바라다보고 지형과 역사에 대한 설명을 들은 우리들은 기념촬영을 하고는 다시 버스를 타고 아래로 향했다. 당초에는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보전관리하고 있는 '연천 DMZ 일원 임야'를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눈이 너무 많이 오는 관계로 통제되어 두루미 서식지로 향했다. 
연천군 두루미 생태지
▲ 연천군 두루미 생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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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동북아를 중심으로 하는 한반도와 몽골, 중국북동부, 시베리아 우수리지방, 일본 북해도 지역에서 대부분 살고 있는 두루미는 몸길이 136∼140cm, 날개 편 길이 약 240cm, 몸무게 약 10kg에 달하는 큰 새다.

흔히들 학(鶴)이라고 부른다. 두루미과에는 세계적으로 15종이 알려져 있으나 한반도에는 두루미, 재두루미, 흑두루미 3종만 겨울을 나고 있다. 온몸이 흰색이다. 머리꼭대기는 피부가 드러나 붉고, 이마에서 멱과 목에 걸친 부위는 검다.

날개의 안
연천군 임진강
▲ 연천군 임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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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 둘째날개깃과 셋째날개깃은 검정색이고, 나머지 날개깃은 흰색이다. 꽁지를 덮고 있는 둘째날개깃이 검정색이므로 앉아 있거나 걸을 때는 마치 꽁지가 검은 것처럼 보인다. 한 살 된 어린 새는 검정색 부분이 연한 갈색이며, 만 3년이 되어야 완전히 검정색이 된다.

예전에는 10월 하순부터 수천 마리의 두루미 떼가 찾아와 한반도에서 겨울을 났으나 요즘은 파주시 대성동 자유의 마을, 연천군, 철원군 주변의 비무장지대, 강화도 해안 갯벌에 120∼150마리씩 찾아와 겨울을 날 뿐이다.
연천군 임진강 독수리, 새들의 왕이지만 죽은 사체만을 먹어 간혹 굶어 죽기도 한다. 사진 가운데에 조그만 하게 보인다
▲ 연천군 임진강 독수리, 새들의 왕이지만 죽은 사체만을 먹어 간혹 굶어 죽기도 한다. 사진 가운데에 조그만 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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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찾은 연천 임진강지역은 200마리 정도가 겨울을 나는 곳으로 비교적 많은 두루미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두루미는 개방된 습지나 갯가, 초원 또는 논에서 서식하는 관계로 비무장지대를 관통하는 임진강 하중도를 중심으로 산다. 이곳은 천적이 거의 없고, 좋아하는 율무, 미꾸라지, 올챙이, 갯지렁이, 다슬기 등의 먹이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둥지는 땅 위에 마른 갈대나 짚 등을 높이 쌓아 올려 짓고 6월경 한배에 2개의 알을 낳는다. 알의 크기는 6.5×10cm 정도이다. 암수 함께 품어 32∼33일이면 부화하고 부화한 지 약 6개월 동안 어미의 보호를 받으며 자란다. 주로 가족단위로 생활하며 겨울에는 큰 무리를 형성한다.
연천군 임진강 두루미
▲ 연천군 임진강 두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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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의 상징인 두루미는 지금까지 검은목 두루미의 86년이 최고 수명으로 기록되어있다. 야생에서는 약 30년, 인공번식 시 60년을 살며 동물원에서 최고 87년 동안 살았던 기록이 있다. 그래서 선현들은 학이 천년을 살면 푸른색의 청학이 되고, 다시 천년이 지나면 검은 색의 현학이 되는 불사조로 믿었다. 그래서 청학이 사는 곳을 청학동이라고 신성시했다.

또한 부부애와 정절의 상징이기도 하다. 두루미는 일생동안 일부일처를 유지하는 새이다. 한번 짝을 맺은 배우자와 평생을 지내며 한쪽의 배우자가 죽은 경우에는 다시 짝을 맺는 경우가 간혹 있다.

연천군 임진강 유역에는 200마리 내외의 두루미가 살고 있다
▲ 연천군 임진강 유역에는 200마리 내외의 두루미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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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군#두루미 #내셔널트러스트#DM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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榴林 김수종입니다. 사람 이야기를 주로 쓰고 있으며, 간혹 독후감(서평), 여행기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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