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배우 김태희가 가수 비(본명 정지훈)와의 만남이 보도된 이후 교제 사실을 인정했다.

최근 배우 김태희가 가수 비(본명 정지훈)와의 만남이 보도된 이후 교제 사실을 인정했다. ⓒ MBC, CJ E&M


계사년 연초부터 커플 탄생에 연예계가 떠들썩하다. 열애설이 군인복무규율 위반 논란으로 불이 옮겨 붙은 비와 김태희, 드라마 속 커플을 현실로 만든 오연서와 이장우가 주인공. 모두 파파라치(Paparazzi, 유명인사나 연예인의 사생활을 카메라로 당사자 몰래 찍은 뒤 이를 신문이나 잡지사에 고액으로 파는 프리랜서들) 보도로 만남이 알려졌다.

연애는 인류 초미의 관심사다. 스타 한 명 없는 일반인들의 짝짓기 프로그램인 <짝>이 2년 가까이 꾸준히 방송될 수 있는 근거도 남의 연애사에 대한 관심에 있다. 하물며 이미지로 소비되는 연예인들의 실제 연애 소식은 그날의 모든 사회 이슈를 삼켜버릴 만큼의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그런 후폭풍을 알면서, 사적인 관계를 대중 앞에 흔쾌히 드러내놓고 싶은 연예인은 거의 없다. 대개의 열애설은 기사로 인한 폭로로 불거진다. 교제 사실을 인정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은 '쿨한' 사고방식으로의 변화 때문도 있지만, 빼도 박도 할 수 없는 물증을 제시하는 파파라치 보도 탓이 크다. 기존 열애설 보도가 '카더라'에 그친 것과 달리, 파파라치는 "오빠 동생 사이"라고 어물쩍 넘어가기 어려울 만큼 다정한 포즈를 포착해낸다.

 12일 오후 서울 논현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MBC일일연속극<오자룡이 간다>제작발표회에서 취업준비생 오자룡 역의 배우 이장우와 AT그룹 둘째 딸 나공주 역의 배우 오연서가 다정한 모습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MBC 일일연속극에 함께 출연하는 이장우와 오연서도 최근 열애설 보도 이후 교제를 인정했다. ⓒ 이정민


일부 언론의 행태? 대중의 '파파라치'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파파라치 보도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늘 있어왔다. 15년 전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가 파파라치를 피하다 교통사고로 숨진 비극은, 최근 영국 윌리엄 왕세손의 부인 케이트 미들턴의 상반신 노출 사진이 프랑스 연예주간지 <클로제>에 보도되며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 새해 첫날에는 미국에서 저스틴 비버를 쫓던 파파라치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물론 수요가 있기 때문에 공급도 있다. 인터넷 시대의 온라인 매체를 '조회수 장사'라고 했을 때, 열애설 등 연예인의 사생활 보도만큼 사람들이 많이 찾는 큰 벌이도 드물다. 이번 김태희-비 관련 파파라치 보도가 군인복무규율 위반 문제로 이슈가 옮겨간 것을 차치하고서라도, 다른 매체의 후속 보도로 확산되기 때문에 이를 단독 보도한 매체의 영향력이 커지는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문제는 파파라치가 일부 언론의 행태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웬만한 사람들은 스마트폰 속에 500만 화소 이상의 카메라를 늘 지니고 다니는 시대, '뉴스'를 포착하는 건 기자들뿐이 아니다. 최근 언론 보도로 열애설이 불거진 류덕환과 박하선은 교제 사실을 부인했지만, 한 누리꾼이 싱가포르에서 찍었다는 두 사람의 더 '확실한' 사진이 온라인 게시판에 공개되면서 "친한 친구 사이일 뿐"이라는 공식 입장은 무색해졌다.

중요한 건, 이게 과연 '뉴스'냐는 것이다. 뉴스라는 명목으로 사생활의 영역을 침범하면서 알 권리를 운운하고, 세상의 모든 남녀 간의 만남을 '열렬한 사랑'으로 퉁칠 수 있냐는 것. 두 사람이 부인하지 못할 때까지 취조하듯 파헤칠 만한 권리는 누가 누구에게 준 것일까. 연예인이기 때문에 인권 침해마저 감당하라는 것은 횡포다. 파파라치가 공공연해진 시대의 '트루먼'들에게 마음 편한 사랑 따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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