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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알 동동, 맛있는 팥죽 ..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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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맛있겠다. 정말 맛있겠다~~~"남편이 TV를 보다가 쩍쩍 입맛을 당기면서 몇번이나 말을 한다. 난 그래도 못 들은 척했다. 20일,TV에서 동지는 팥죽을 먹는 날이라면서 팥죽영상과 이야기가 계속 나왔다. 그 프로를 보더니 죽 종류를 좋아하는 남편이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집에는 언니가 보내준 팥과 찹쌀이 잔뜩 있었다. 내가 한번 해주면 가끔 팥죽해 달라는 말을 할까 봐 귀찮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속으로는 내일(21일)마음이 내키면 팥죽을 하고 그렇지 않으면 안 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막상 해준다고 하고 마음이 변해 해주지 않으면 더 섭섭할까봐서이고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 싫은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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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넉넉한 물에 불린 팥을 삶는다 ...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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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짓날인 21일, 전날 남편이 TV를 보면서 입맛을 다신 생각이 나서 운동하러 가지 전에 팥과 찹쌀을 물에 담가놓았다. 5시간 동안 담가 놓은 팥을 깨끗이 씻어 넉넉한 물에 삶기시작했다. 팥죽은 한편으로 생각하면  재료준비도 간단하고 하는것도 간단한 것같지만 막상 해보면 그리 간다하지만도 않은 것이 사실이다.

재료준비 : 팥, 찹쌀, 새알, 소금, 설탕이 전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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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삶아진 팥을 소쿠리에서 으깨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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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팥을 소쿠리에서 으깨어 거른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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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은 팥을 거른 물에 찹쌀을 넣고 끓여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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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끓기시작하면 밑에 눌러 붙지 않게 잘 저어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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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몇시간 동안 푹 삶은  팥은 손으로 으깨질 정도가 되어야 한다.
2, 푹 삶아진 팥을 소쿠리에 건져 잘 으깨어 팥물을 내려준다. 몇번이고 으깨어서 가라앉은 앙금을 사용한다.
3,소쿠리에 내린 팥물에 불려 놓은 찹쌀을 넣고 끓여준다. 끓기 시작하면 잘 저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밑이 눌러붙어 탈수도 있다.
4,찹쌀이 익을 정도로 끓으면 물에 미리 끓여 놓은 새알을 넣고 마지막으로 끓여준다.
5,소금과 설탕으로 입맛에 맞게 간을 해준다.
  단것이 싫은 사람은 소금만 넣어도 되고 단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단팥죽을 만들어 먹으면 입맛이 확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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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알을 물에 한번 끓여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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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짝 끓여낸 새알을 팥죽에 넣고 마지막으로 끓여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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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죽을 끓이면서 새알은 사서 하기로 했다. 하지만 눈도 오고 해서 시장에 가기가 싫어졌다. 하여 새알은 넣지 않고 그냥 팥죽을 끓여놓았다.

저녁에 남편이 돌아왔다. 난 남편에게 팥죽을 했다는 말은 하지 않고 "팥죽 먹을 거야? 밥 먹을 거야?" 하고 물었다. "그거야 물어보나 마나 팥죽이지. 그런데 팥죽 사왔어?"한다. 난 대답대신 주방으로 가서 팥죽냄비에 가스불을 켰다.

주방까지 따라온 남편이 "와 많이도 사왔네. 무슨 팥죽을 이렇게나 많이 사왔어?" "많이 사와서 좋아? 팥죽 좋아하잖아.이구 사오긴 이렇게 많이 사오면 돈이 얼만데""그럼 당신이 직접 했단 말야? 팥죽도 할줄 알았구나"하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짓는다.

난 그웃음의 의미를 알아 차리고는 "자주 해달라고 하지마. 팥이 얼마나 비싼데." 귀찮다는 말대신 팥이 비싸다는 핑계를 댔다. "그런데 새알은 안 넣었어. 그냥 먹어"하고 큰그릇에 가득 퍼주었다. "음 정말 맛있다. 산 것보다 더 맛있는데. 이렇게 잘하면서 왜 한 번도 안 해줬어"한다.

한그릇을 뚝딱 비우더니 "그래도 팥죽에는 새알이 있어야지. 내가 시장에 가서 새알 사가지고 올게"하더니 단숨에 시장으로 향했다. 본인이 좋아하는 것이라 그런지 한마디의 군말도 하지 않고.

잠시 후 남편의 손에는 새알봉지가 들려있었다. 시장갔다 와서 하는 말" 조금 전에 내가 먹은 거 일만원어치는 되겠더라. 새알 사는데 어떤 남자가 팥죽을 삼만원어치나 사가는데 얼마 안 되더라고. 나 새알 넣어서 더 끓여 줘. 저녁대신 팥죽을 더 먹을 거야"한다.

새알은 넣어 더 끓여 주었더니 두 대접이나 더먹는다. "팥죽은 역시 새알이 들어가야 제맛이야. 아까보다 훨씬 더 맛있네"한다.

남편이 맛있게 잘 먹는 모습을 보면서,  잠시 귀찮아 하던 마음을 접고 팥죽 해주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그:#팥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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