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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가 권력을 이깁니다?
 투표가 권력을 이깁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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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18대 대통령 선거날. 저는 오전 6시에 일어나 투표를 했습니다. 집에서 오마이뉴스에 투표한 내용을 작성하여 글을 올리고 난 후 짐을 꾸려 울산 현대차 명촌문 쪽에 있는 철탑으로 찾아 갔었습니다. 편안히 그냥 집에서 휴식을 취해도 되었을 터이지만 서둘러 철탑으로 간 이유는 두 비정규직 노동자가 철탑에 올라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현대차로부터 2년 전 부당하게 정리해고 당한 후 비정규직 노조에 다시 가입하고 비정규직 노조의 불법파견 투쟁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저에게도 희망을 안겨준 것은 변호사의 설명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2010년 3월 중순 경 10여년 잘 다니던 현대차 사내 하청업체로부터 "현대차에서 공장합리화 공사로 어쩔수 없이 정리해고 하게 되었다"는 말을 들었고 당시 그나마 희망을 가졌던 정규직 대의원회에서 정규직만을 위한 합의를 하고 끝내버려서 비정규직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었었습니다. 정규직은 1년 유급휴가로 마무리 된 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수십여명이 찍소리 한 마디 못하고 순순히 현실을 인정할 수밖엔 없었습니다.

철탑농성장 가는 길. 현대차 불법파견 인정하라는, 정몽구를 구속하라는  현수막이 바닷가 강한 바람에 찢어지고 끈도 떨어지고 했네요.
 철탑농성장 가는 길. 현대차 불법파견 인정하라는, 정몽구를 구속하라는 현수막이 바닷가 강한 바람에 찢어지고 끈도 떨어지고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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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청간 인간차별을 겪으며 정리해고 당하는 비정규직 처지가 비참하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쉬고 싶어도 쉬지도 못하고 잔업이며 특근이며 400시간 500시간 넘을 때까지 열심히 일해 주었었는데 하루 아침에 백수 가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너무 억울했었습니다.

그 당시 울산이란 도시마저 싫어졌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카페를 통해 알게 된 제주 분에게 가서 귀농에 대해 알아 보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농업이란 것도 돈과 재주가 있어야 하는 것이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나마 가족이 모두 제주도로 이민이 가능했더라면 제주도 가서 일용직 품팔이를 해서라도 하고 싶었지만 학생인 자식들이 있어서 그마저도 여의치 못해 포기했었습니다.

2010년 7월 22일. 대법원에서 '현대차 불법파견' 판결났다는 소식을 듣고 저에게도 희망이 되는지 집단소송 설명회를 한다고 하여 가서 변호사님께 질문을 했었습니다. 변호사님은 제 이야기를 듣고는 "대법원 판결에 의하면 2년이 지난 후 이미 정규직으로 보아야 하므로 하청업자에게 낸 권고형 사직서는 무효"라는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저는 그 자리서 다시 금속노조 기금을 내고 노조에 가입을 했습니다. 그리고 2년이 넘게 현대차를 상대로 부당해고 농성을 계속하고 있는 것입니다.

'투표가 권력을 이긴다!'

현대차 명촌문 철탑농성장으로 가는 큰 길가에 현수막 하나가 걸려 있었습니다. 농성장은 안보이지만 멀리 철탑이 보입니다. 저 철탑중에 명촌문 가까운 곳에 농성장이 있습니다. 바닷가라 그런지 바람이 많이 불고 매우 차가왔습니다. 얼음이 얼었습니다. 손이 시려웠습니다. 철탑 농성장 쪽으로 다가가니 즐비한 현수막이 바람에 날리다 뒤집어지고 끈이 떨어지고 했습니다.

MBC 관계자들이 소형 카메라를 올립니다. 위에서 자체 녹화하여 내려 보냅니다. 저 줄에 음식이 올라가고 오물이 내려옵니다. 유일한 생명줄 입니다.
▲ 유일한 생명줄... MBC 관계자들이 소형 카메라를 올립니다. 위에서 자체 녹화하여 내려 보냅니다. 저 줄에 음식이 올라가고 오물이 내려옵니다. 유일한 생명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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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비정규직 노동자가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오늘이 투표날이라 그런지 온통 투표에 대한 이야기 뿐이었습니다. MBC에서 비정규직에 대해 방송한다면서 철탑농성장을 찍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대부분 불법파견 문제를 노동자 입장에서 풀어줄 후보에게 관심을 두었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점심도 같이 먹고 오후 5시 넘을 때까지 있다 집으로 왔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와 이야기 나누는 과정에서 보니 지금 현대차에서 일방적으로 진행시키고 있는 '신규채용'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모두 신규채용은 안 된다고 하였습니다. "우리가 신규채용 되려고 불법파견 투쟁을 8년이 넘게 해 온줄 아느냐"며 현대차의 신규채용 문제에 대해 강한 반감을 사고 있었습니다.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에 별로 관심없는 후보가 당선되면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오후 5시가 다와가니 철탑농성장을 지키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집으로 갔습니다. 선거에 상당한 관심이 있는 거 같았습니다.

MBC 촬영. 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비정규직 현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MBC 촬영. 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비정규직 현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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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탑위를 보았습니다. 최병승, 천의봉씨가 촬영 온 MBC 관계자가 끈으로 올려준 카메라로 아래를 향해 찍기도 했습니다. 먹을 것을 올려 주고 오물을 내려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 끈이 생명줄로 보였습니다. 그 두 사람은 오늘 투표날 투표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현대차가 불법파견 인정했더라면 하지 않았을 철탑농성을 이 겨울 고생스럽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천씨는 발 한쪽이 동상에 걸린 상태라 합니다. 철탑 아래 노동자는 나무 화로라도 있어 손 시려운 것은 막을수 있으나 철탑엔 체온 외엔 없는 상태입니다.

철탑 아래는 따뜻한 불이라도 쬐이면서 농성을 합니다만 철탑위엔 위험하므로 아무것도 올릴수가 없어 체온만이 유일한 상황입니다.
 철탑 아래는 따뜻한 불이라도 쬐이면서 농성을 합니다만 철탑위엔 위험하므로 아무것도 올릴수가 없어 체온만이 유일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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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몇 명을 신규채용 하는지 밝히지도 않다가 현자노조에서 항의하니까 420명 뽑겠다고 했습니다. 지금 돌아 가는 상황을 보면 현대차는 5000여명의 비조합원을 대상으로 신규채용 원서를 받으려 하는 거 같습니다. 하루 빨리 신규채용 해서 여러가지 회사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려는 수작으로 보입니다. 우선 협상 때 사용할 거 같습니다. 입사원서를 협상장에 가져와 "자 봐라 이렇게 많이 업체소속이라 하지 않느냐 대충 끝내자"고 할 우려가 큽니다. 또, 신규채용 원서를 가지고 장난칠 수도 있겠죠. 우린 지금 2000여명 집단소송 중에 있잖아요. 정규직 전환으로 받아 들이면 체불임금이나 근속같은 정규직 복지에 해당되는 사항을 모두 해결해 주어야 하니까 신규채용을 고집하는 겁니다. 현자노조가 일방적 신규채용은 노동조합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며 현대차에 항의했으니 더 두고 볼 일입니다. 우린 이번 대선에서 대통령이 누가 되든 불법파견 투쟁을 멈출수 없지요."

최병승 조합원이 MBC 관계자가 올려준 카메라로 아래를 찍고 있다.
▲ 철탑농성 64일 째... 최병승 조합원이 MBC 관계자가 올려준 카메라로 아래를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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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노조 관계자의 이야기를 끝으로 저도 집으로 왔습니다. 철탑을 지키는 분들에게 미안한 생각 뿐이었습니다. 어떤 대통령 후보는 '세상을 바꾸는 약속'이라며 선거운동을 했고, 어떤 대통령 후보는 '사람이 먼저다'며 선거운동을 했습니다. 저는 그 후보들의 선동 문구에 믿음이 가지 않습니다. 그들은 노동자로 살아본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바꾸려는 세상은 어떤 세상 일까요? 노동자들이 살기 좋은 세상일까요? 당선 가능한 두 후보는 중산층을 늘리겠다고 했습니다.

노동자들이 중상층이 되기나 할까요? 몸의 힘을 제공하고 그 노동력의 대가로 먹고 사는 노동자들이 어느 정도 일해야 중산층이 될까요? 대통령 후보가 말하는 바꾸려는 세상은 부자들 더 큰 부자되게 하는 세상은 아닐까요? 저처럼 비정규직을 더 많이 늘리는 그런 세상은 아닐까요? 사람이 먼저라고 하는데요. 그 대통령 후보에게 있어 먼저인 사람은 누구일까요? 그 대통령 후보가 말하는 먼저인 사람의 울타리 안에 우리같은 비정규직 노동자도 채택되어 있을까요?

다시 집으로 오는길, 여전히 차디찬 바람은 따뜻한 손을 오그라들게 하네요. 비정규직 노동자 현실에 따스한 봄날이 오기나 할지 모르겠네요. 현대차가 대법판결만이라도 지키면 좋을텐데 말입니다.

대선도 끝나고 2012년도 얼마후 마무리 된다. 2013년엔 비정규직 없는 세상, 해고없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 해고 없는 세상 대선도 끝나고 2012년도 얼마후 마무리 된다. 2013년엔 비정규직 없는 세상, 해고없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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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변창기 기자는 2012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대선특별취재팀입니다.



태그:#현대자동차, #제 18대 대통령 선거, #투표날,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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