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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 지키는 천연양념 216선> 겉표지.
 <내 몸 지키는 천연양념 216선> 겉표지.
ⓒ 하남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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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을 보다가 대표적인 GMO 콩이나 옥수수로 만든 식용유를 아무렇지도 않은 듯 선택하는 사람들을 보면 몇 년 전의 내가 떠오르곤 한다. 

GMO의 실체를 다룬 <위험한 미래-유전자조작식품이 주는 경고>(권영근 씀. 당대 펴냄)란 책을 읽기 전까지(2008년) GMO(유전자조작)에 대해 잘 몰랐다. 십 년 전쯤 이미 GMO콩으로 만든 두부나 식용유 등의 위험이 보도됐고 이슈가 됐었음에도 관심이 부족해 '뭔지 모르지만 우리 몸에 그다지 좋지 않은' 정도로만 막연하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장을 보다가 만나게 되는 그런 사람들처럼 나도 GMO작물로 만들었다는 사실조차 내 알 바 아니라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제품들을 애용했던 것이다.

비슷한 시기 식품첨가물이나 가공식품들의 위험을 다룬 책들도 여러 권 읽었다. 그런 책들을 읽으며 종종 얼굴이 후끈 달아오르곤 했다. 내 가족의 건강이 달린 먹을거리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그리고 너무 무관심하다는 주부로서의 부끄러움 때문이었다.

그와 함께 음식재료를 맛있는 요리로 만들어주는 '양념'에 관심이 갔다. 음식재료가 제아무리 좋고 싱싱해도 GMO작물로 만든 식용유나 합성해 만든 간장, 화학첨가물로 가공된 합성조미료 등으로 만들면 음식이 아니라 도리어 우리의 건강을 해치는 독이 되기 때문이었다.

'양념 만드는 방법만을 다룬 책은 없을까? 가급이면 여러 가지 양념을. 가급이면 만들기 쉬워서 자주 만들어 실제로 쓸 수 있는 그런 방법들을 알려주는 그런.'

하지만 이런저런 음식 소개와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나 몸에 좋고 나쁜 음식 관련 이야기를 다룬 책들이 대부분. 내 입맛에 맞는, 내가 찾는 책은 결코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몇 년. 얼마 전 건강검진 때문에 가게 된 한 종합병원의 간이서점에서 만난 <내 몸 지키는 천연양념 216선>(하남 출판사)은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니다.

나물이나 볶음 요리에 감칠맛을 더하고자 넣는 합성조미료 대신 쓸 수 있는 천연 맛가루 수십 종을 비롯하여 요리에 없어서는 안 되는 소금, 설탕이나 물엿 대신 쓸 수 있는 청이나 조청, 식용유 대신 쓸 수 있는 천연기름, 식초, 간장과 된장, 고추장 등 음식을 하는 데 꼭 필요한 양념 216가지를 만드는 방법부터 활용 요리, 주의할 점과 보관방법 등을 일일이 알려주고 있어 도움이 되는 그런 책이기 때문이다.

당근 맛가루
 당근 맛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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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맛가루 만들기]

재료: 당근 1kg

➀당근을 준비하여 흙이 묻은 부분을 솔로 문질러 흙과 이물질을 깨끗이 씻어낸다. ➁껍질째 굵게 채 썰거나 얇게 저민다. ➂채반에 얇게 펼쳐 널어서 햇볕이 좋은 날에 3~4일 가량 건조시킨다(건조기에 넣어 건조시키면 더욱 고운 색을 낸다) ➃건조시킨 당근을 바로 분쇄기의 3/1정도 채워 넣고 곱게 가루를 낸다.

건조시킨 당근은 거칠게 빻아서 죽을 끓일 때 쌀과 혼합하여 사용하고, 당근 맛가루는 밀가루나 찹쌀가루와 혼합하여 수제비나 칼국수, 전을 부칠 때 사용한다. 또한 떡을 만들 때 쌀가루와 섞어 사용하기도 한다. 스프나 죽을 끓일 때 마지막에 맛가루를 첨가하면 본래의 색을 더욱 곱게 유지시켜준다(대표요리 : 당근찹쌀경단, 간찹쌀구이, 소불고기, 닭강정, 감자닭수제비, 당근송편, 명태전, 화전) - <내 몸 지키는 천연양념216선>에서

당근은 가급 많이 먹고 싶은 채소 중 하나다. 시력보호와 야맹증 예방, 만성피로 해소, 콜레스테롤 억제, 혈액순환, 변비예방, 윤택한 피부 유지 등과 같은 좋은 효과들이 있는데, 최근 발암물질을 억제하고 몸속의 독을 중화시키는 작용까지 알려졌다.

그럼에도 당근을 마음만큼 먹지 못한다. 갈아 먹으면 많이 먹을 수 있을 것인데 일하는 주부인 나의 경우엔 솔직히 계속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나도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볶음밥이나 죽, 김밥 등에 잘게 썰어 넣거나, 감자볶음이나 갈비찜 등에 넣어 먹는 정도다.

둥글게 썰어 동그랑땡처럼 부치거나, 강판에 갈아 감자전처럼 부쳐 먹기도 한다. 그러나 식구들이 그다지 선호하지 않아 어쩌다 가끔 해먹는 정도다. 그러니 아쉬움은 여전하다. 이 책에는 시간 날 때 만들어 이런저런 요리에 넣을 수 있는 당근 맛가루 만드는 법도 실려 있다.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

참고로 저자에 의하면 당근은 익히지 않고 먹으면 소화가 잘 안 된다. 한때 당근의 효능과 녹즙바람이 불면서 갈아먹는 사람이 많아졌는데, 저자의 말대로라면 당근 즙이 누구에게나 도움 되는 건 아니란다.

그런데 책에서처럼 맛가루로 만들어 음식에 넣으면 당근의 주요성분인 베타카로틴이 소화를 촉진할 뿐만 아니라 당근의 단맛과 담백함은 음식의 풍미를 좋게 한다니 나처럼 당근의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맛가루로 만들어 사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들어 음식에 넣을 수 있는 천연 맛가루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들어 음식에 넣을 수 있는 천연 맛가루
ⓒ 하남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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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 맛가루(왼쪽)와 파프리카 맛가루
 양파 맛가루(왼쪽)와 파프리카 맛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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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 맛가루(왼쪽)와 들깻잎 맛가루
 비트 맛가루(왼쪽)와 들깻잎 맛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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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근 맛가루(왼쪽)와 단호박 맛가루
 연근 맛가루(왼쪽)와 단호박 맛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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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 맛가루는 거의 모든 요리에 사용할 수 있으며 된장을 가공할 때 혼합하기도 한다. 김장김치를 담글 때 찹쌀과 혼합하여 죽을 끓이면 감칠맛을 더하지만, 너무 많이 넣지 않도록 한다.

또 가루소금 2:양파 맛가루 8의 비율로 혼합하여 맛소금을 만들면, 달고 맛이 좋아 나물무침이나 생선찌개, 고기볶음, 채소요리, 쌀죽 등의 요리에 두루 사용할 수 있다. 또 고기를 구울 때 영파 맛소금을 참기름과 섞어 소스로 이용하면 음식의 맛을 살린다. 
- <내 몸 지키는 천연양념216선>에서

우리 몸에 좋은 점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음식으로는 물론 즙으로도 많이 먹는 양파는 값이 싼 제철에 커다란 망째로 구입해 껍질째 말려 가루로 만들면 좋을 그런 재료. 양파 맛가루는 팔방미인이란 용어가 생각날 만큼 거의 모든 음식에 쓸 수 있다. 게다가 맛된장이나 맛고추장, 맛소금도 만들 수 있는데, 당근 맛가루와 함께 꼭 만들어보고 싶은 양념들이다.

사실 만드는 방법이 번거롭거나 쉽게 구할 수 없거나 비싼 재료로 만드는 것들이면 선뜻 따라해 보기도, 그리하여 '내 것'으로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이 책에서 소개하는 양념들은 당근이나 양파, 시금치, 깻잎, 연근, 버섯, 단호박 등 우리들이 음식재료로 흔히 쓰고 있는 것들과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 해온 민들레나 쑥 같은 것들로 만들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니 시간과 노력, 정성만 들이면 누구나 쉽게 만들어 써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청소년 엄마로 마음 아픈 것 중 하나는 아이가 등교시간과 공부에 쫓겨 아침밥을 거를 때가 많다는 것이다. 아침마다 국과 김치, 나물, 달걀찜 등으로 밥상을 차려줘도 제대로 먹지 못하기 일쑤. 언제부턴가 바쁜 시간에 쉽게 먹을 수 있는 주먹밥이나 김밥, 유부초밥 등을 자주 해주게 되었다.

이렇고 보니 책속에 소개된 수십 종의 맛가루에 유독 마음이 끌린다. 책에서 추천하는 음식들에 넣어도 좋겠지만, 간단하게 만들어 먹일 수 있는 김밥이나 유부초밥, 주먹밥 등에 섞거나 고명처럼 올려주면 평소에 잘 먹지 않으려하던 여러 채소들의 영양까지 챙겨 먹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배불리 먹는 것보다 어떤 음식을 먹는가가 중요한 시대다. 자연 음식과 음식의 재료에 대한 관심은 높다. 그런데 정작 음식의 중요요소인 양념에 대한 관심은 적은 편이다. 앞서 언급했듯 음식재료가 아무리 좋아도 바람직한 양념을 쓰지 않으면 음식이 아니라 독이 될 수도 있는데 말이다. 

때문에 <내 몸 지키는 천연양념 216선>의 가치는 훨씬 높아진다. 부디 이 책이 가급 많이 알려져 양념에 신경을 쓰는 제대로 깐깐한 주부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나물 등을 무치거나 볶음 요리를 할 때 단지 고소하라고 넣는 참기름을 넣어야 하는 진짜 이유나 음식재료들 관련 상식들, 간장이나 된장, 고추장 등 우리 전통 양념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이나 보관법과 올바른 쓰임새 등을 알려 주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덧붙이는 글 | <내 몸 지키는 천연양념 216선>ㅣ김현희 씀| 하남출판사 | 2012-03-31ㅣ값:18000원



내 몸 지키는 천연양념 216선 - 자연 재료의 맛과 향을 음식에 담는다

김현희 지음, 하남출판사(2012)


태그:#천연 양념, #천연 맛가루, #천연 맛소금, #양파 맛가루, #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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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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