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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자정, 생일에 투표를 결심한 김수진(46)씨는 두 아이를 재워두고 남편과 함께 차에 올랐다. 김씨가 사는 곳은 미국의 노스캐롤라이나주(州) 윌밍턴. 투표소가 있는 조지아주(州)의 애틀란타까지는 400마일이 넘는다. 지난 총선을 그냥 지나쳐 '멘붕'을 느꼈던 그는 이번 대선에는 꼭 투표하리라 각오하고 긴 여행을 떠났다.

자정에 출발했기에 김씨의 눈은 저절로 감겼다. 길가에 차를 대고 눈을 붙이기도 했다. 휴게소에서 이를 닦고, 세수하고 화장도 했다. 그렇게 10시간 만에 애틀란타 도라빌의 한인회관에 도착했다. 출발 전과 비교해보니 차 계기판이 443마일이 늘었다. 약 713km를 달려온 것이다. 왕복 883마일, 1421km를 기록했다. 1421km를 달리는 동안 세 번 가스를 충전했다. 120불, 우리나라 돈으로 약 13만 원이다.

그는 집으로 돌아와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트위터(‏@patriamea)에 인증샷을 보냈다. 조국 교수는 재외국민 투표가 시작된 지난 5일부터 트위터를 통해 인증샷 릴레이를 진행했다.

"883마일 달려서 2표, 투표하고 왔습니다. 부산에서 신의주 왕복하면 1280km인데 더 멀리 다녀왔죠."

"한 표, 한 표 모이면 된다, 10분만 투자하자"

호주의 뉴사우스웨일스의 탬워스에 사는 트위터리안 @hjp*****은 트위터를 통해 인증샷 멤버 4명을 구해 지난 6일 투표를 마쳤다.
 호주의 뉴사우스웨일스의 탬워스에 사는 트위터리안 @hjp*****은 트위터를 통해 인증샷 멤버 4명을 구해 지난 6일 투표를 마쳤다.
ⓒ @hjpark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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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뉴사우스웨일스의 탬워스에 사는 트위터리안 '@hjp*****'은 트위터를 통해 시드니에서 단체 투표하자고 사람을 모았다. 그를 포함해 다섯 명이 모였다. 지난 6일 오전 3시 20분, 버스에 오른 그는 투표소가 설치된 시드니까지 400km를 이동했다. 꼬박 6시간 30분이 걸렸다. 시드니 총영사관에서 모인 다섯 명은 투표소 앞에서 서로의 인증샷을 찍었다. 집으로 돌아온 그도 조국 교수에게 인증샷을 보냈다.

"지금은 새벽 2:30, 2박3일 주말 시드니 투표 투어를 마치고 이제야 집에 도착했네요. 시드니에서도 5표 보내 드립니다."

인증샷을 보낸 두 사람은 보람을 느꼈다는 소감과 함께 국내 유권자들의 투표를 당부했다. ID '@hjp*****'는  "지난 5년 동안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서 '이건 정말 아니다'라고 느껴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며 "나의 작은 한 표만으로는 세상을 바꾸지는 못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정성스런 한 표, 한 표가 모이면 된다, 10분만 투자하자"며 당부했다.

미국의 김수진씨도 투표 소감에 대해 "몸은 힘들었지만, 설레고 벅찼다"며 "투표는 가장 손쉬운 일이다, 투표하고 나서 불평하든지 질책하라"며 한국의 유권자들에게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총 27개국, 119명의 트위터리안 참여

"저희 부부도 왕복 2000km 시드니에서 투표 완료했어요! 투표 덕분에 시드니도 (비록 당일치기지만) 최초로 가봤네요 :)"(@hanna*****)
"기말고사도 포기하고 투표하고 왔습니다. 이 비장함은 뭘까요. 투표합시다 여러분!!"(@Woonghwi*****)
"왕복 7시간. 휴스턴에서 투표 완료했어요. 이젠 여러분 차례."(@ekki*****)
"탄자니아에서도 투표했습니다. 도도마에서 8시간 버스타고 가서 숙소 구하느라 고생했지만 다음날 대사관에서 투표했어요. 투표함에 봉투 넣을 때 박수 받으며 넣었어요."(@Soral*****)

조국 교수의 트위터에는 지난 5일부터 11일 오후 7시 현재 아프리카의 탄자니아, 아시아의 라오스, 남아메리카의 도미니카 공화국 등 총 27개국에서 119명의 트위터리안들이 인증샷 릴레이에 참여했다.

"기말고사를 포기하고 투표하러 왔다"는 '@Woonghwi*****'도, "투표 완료 했어요, 이젠 여러분 차례"고 밝힌 '@ekki*****' 등은 인증샷과 천차만별 자신의 투표 경험을 조 교수에게 알려왔다. 조 교수는 이에 '재시험 보셔야겠네요', '옙 우리 차례지요' 등의 답글을 단 후 RT(리트위트)로 널리 알렸다.

조국 교수는 11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대선이 초박빙의 승부가 예상되자 자신의 시간과 돈, 정력을 소비하면서까지 한 표를 행사하는 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며 "이는 대선 후보나 정당에 기대하는 것이 아닌, 각각의 시민이 나라를 구하는 의병운동"이라고 평가했다. 조 교수는 "이들은 누군가 시킨 것도 아닌데, 한 표를 위해서 수십 시간, 수 천km를 달려 가 이 나라의 주권자임을 증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외국민 투표율 71.2% 기록... 지난 총선에 비해 25.5% 포인트 높아

조국 교수의 트위터를 통해 인증샷을 보내온 트위터리안들.(ID hanna*****, laosmi*****, zzamt*****, wooonghwi*****)
 조국 교수의 트위터를 통해 인증샷을 보내온 트위터리안들.(ID hanna*****, laosmi*****, zzamt*****, wooonghwi*****)
ⓒ 트위터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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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재외국민들의 적극적인 투표참여는 지난 총선에 비해 25.5% 포인트가 넘는 투표율 증가로 이어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1일, 지난 5일 시작돼 이날 정오에 마감된 제18대 대통령 선거 재외국민 투표는 등록 유권자수 22만2389명 중 15만8235명이 투표해 71.2%의 투표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4·11 총선 당시 최종 투표율 45.7%였다. 예상 밖으로 높은 투표율이 박빙인 선거 국면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오는 13일부터 이틀간 부재자투표도 이어진다. 부재자투표 대상자는 총 108만 5607명이며, 이는 지난 17대 대선 당시 81만755명에 비해 33.9% 포인트 증가했다.

한편, 선관위가 11일 발표한 이번 대선의 예상 투표율은 79.9%였다. 선관위가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지난 6∼7일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95% 신뢰수준에 ±2.5% 포인트)에 따르면 투표참여 의향을 묻는 질문에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밝힌 응답자는 79.9%였다.

지난 2007년 17대 대선 당시 같은 기간 조사때 적극적 투표참여 의향을 밝힌 비율이 67.0%였던 것과 비교하면 12.9% 포인트 높아졌다. 2007년 대선의 실제 투표율은 63.0%였다.


태그:#재외국민 투표, #18대 대선, #조국 교수, #투표 인증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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