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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용민씨가 만든 문재인 후보 포스터
 계용민씨가 만든 문재인 후보 포스터
ⓒ 계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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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회원이 만든 문재인 후보의 포스터가 화제다. 그는 포스터를 올리며 선거법위반으로 혹시 고발당하지 않을까하는 조심스러운 심정을 내비쳤다. 그런 그가 만든 포스터에 관심이 갔던 필자는 여러 경로를 거쳐 드디어 포스터를 만든 당사자를 만날 수 있었다.

계용민씨가 만든 문재인 후보 포스터
 계용민씨가 만든 문재인 후보 포스터
ⓒ 계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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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를 만든 이는 26살 시각 디자인 전공과정을 마친 계용민씨. 그를 지난 6일 서울시내 모 카페에서 만났다. 이하는 그와의 게릴라 인터뷰이다.

- 소개를 좀 해주시지요.
"안녕하세요. 먼저 관심을 보여 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제 이름은 계용민이고, 나이는 26살, 시각 디자인전공과정을 마친 창업준비생입니다."

- 포스터를 만들게 된 계기는?
"포스터를 만들게 된 계기는 작년 디자인 수업중 평소 좋지 못하다고 생각하는(주관적으로 느끼기에) 디자인을 고쳐 보자는 제안을 한 수업이 있었습니다. 그때 고민하던 중 생각난 것이 바로 선거 포스터였습니다."

- 왜 문재인 후보의 포스터를 만들 생각을 했나?
"국내 선거 포스터는 굉장히 경직돼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90%는 후보자의 웃는 얼굴이고 하단부분에 큰 이름 석자와 기호 슬로건을 넣었습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선거포스터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선거포스터
ⓒ 새누리당,민주통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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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고쳐보기로 한거죠. 외국의 사례를 말씀드리자면, 대표적으로 팝아트 같은 형식의 오바마의 선거 포스터라든가, 누드 포스터, 슈퍼맨 같은 히어로와 합성한 포스터 등 재미있는 포스터들이 많습니다.

국내에서는 15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조경태(현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후보의 상의 탈의한 흑백사진 포스터가 가장 충격적인 선거 포스터였습니다. 최근의 사례를 하나 더 꼽자면 파격적이진 않지만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현 서울시장) 후보의 할아버지와 앉아있는 포스터 정도를 들 수 있습니다.

 1998년 15대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서 파격적인 포스터를 내세운 조경태 후보
ⓒ 민주당

폴란드 여성당 누드 포스터
 폴란드 여성당 누드 포스터
ⓒ 폴란드 여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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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제가 주목한 사례는 오바마 포스터의 사례입니다. 이 포스터의 전개 과정을 보면 매우 흥미롭습니다. 먼저 미국의 유명 스트릿 아티스트 셰퍼드 페어리가 오바마 지지선언을 합니다. 동시에 포스터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게재하죠.

그 뒤로 이 포스터가 온·오프라인 할 것없이 퍼져나가기 시작하면서 오바마 신드롬에 큰 역할을 하게 되고, 오바마측 캠프에서는 이 포스터를 공식 포스터로 지정하기에 이릅니다. 아마 셰퍼드 페어리는 몰라도 이 오바마 포스터는 다들 한번쯤 보셨을 겁니다.

셰퍼드 페어리가 만든 2008년 오바마 선거 포스터
 셰퍼드 페어리가 만든 2008년 오바마 선거 포스터
ⓒ 셰퍼드 페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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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과제를 떠나 셰퍼드 페어리가 했던 것처럼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선거포스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에 포스터를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 우리나라의 아티스트가 셰퍼드 페어리처럼 선거포스터를 만들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 본 적은 없나요.
"그래서 저는 여기서 반문합니다. 과연 한국의 아티스트가 저런 활동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선거법 위반이었습니다. 이건 생각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 팝아트 작가 이하(44·본명 이병하)님이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간의 단일화 촉구 메시지를 담은 포스터를 제작해 붙이다 선관위에 의해 선거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당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한 가지 사례를 더하자면, 'G20(주요 20개국) 포스터 쥐 그림' 사건도 더할 수 있겠군요. 웃자고 말했더니 죽자고 달려드는 모양새라고 봅니다."

- 포스터가 풍자가 아닌 인신공격용으로 쓰이게 된다면?
"물론 여기에서 아무 근거없는 상대후보의 인신공격성 표현과는 분리해서 보아야 합니다.
풍자의 사전적 정의는 1. 남의 결점을 다른 것에 빗대어 비웃으면서 폭로하고 공격함, 여기서 빗대어란 1. 곧바로 말하지 아니하고 빙 둘러서 말하다 입니다.

사전적인 의미대로 풍자란 상대 후보의 결점을 빙 둘러서 표현해서 해학적 공감을 얻어야 하는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상대방을 깎아내리기 위한 인신공격성의 노골적인 표현들은 연예인 누드 합성사진을 만드는 행위와 다를게 뭐가 있겠습니까."

문재인 후보의 포스터를 만든 계용민씨
 문재인 후보의 포스터를 만든 계용민씨
ⓒ 계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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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과 우리나라의 선거문화에 대해 어떤 차이가 있다고 보나?
"미국의 경우 예를 들어 미국 대선에서는 뉴욕타임즈 같은 언론사의 이름있는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후보를 지지 표명을 한다거나 일반 시민들도 정치적 표현, 창의적인 예술활동이나 풍자를 하곤 합니다. 예를 들면 오바마와 롬니 얼굴 사진을 붙여놓고 더 싫어하는 쪽에 씹던 껌을 붙인다거나, 스트릿 아티스트들의 거리 활동에 지나친 제한을 두지 않습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선거문화는 너무 경직된 모양새를 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정치권이나 선관위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정치권이나 선관위에 묻고 싶습니다. 우리나라가 미국만큼 선진화된 민주주의 국가가 맞습니까? 미국만큼이나 선진화된 민주주의 국가라면 미국에서는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행위들을 왜 우리나라에서는 법적 처벌을 두려워해야 합니까? 미국보다 선진화되지 못한 민주주의 국가라면 선진화된 민주주의 국가로 나아가야 되지 않겠습니까?"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앞으로 우리나라의 대선도 단순히 대선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미국 대선처럼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문화 예술 활동까지 번져 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계용민씨와의 게릴라 인터뷰를 마쳤다. 돌아오면서 계용민씨의 말처럼 우리나라 선거가 좀더 유연해져서 국민 누구나가 자유롭게 선거에 참여하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번 대통령 선거가 국민 참여의 장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이 몰려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최주호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daum.net/spdhrkeldjs)와 블로그와이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문재인, #안철수, #박근혜, #문재인 포스터, #계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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