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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어낚시, 동시에 1만5천 명이 낚시를 즐길 수 있다.
 산천어낚시, 동시에 1만5천 명이 낚시를 즐길 수 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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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물 낚시꾼들은 보통 겨울이 시작되는 11월이면 채비를 접는다. 붕어나 잉어 등 다수의 민물고기 들은 수온이 내려갈수록 활동 범위를 좁혀 입질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조사들은 이때에 얼음에 덮인 수초지역에 구멍을 뚫고 낚시를 드리우는 일도 있으나, 이는 전문꾼들의 경우이다.

그러나 민물고기 중 한겨울에만 낚시가 가능한 물고기도 있다. 그 대표적인 물고기로 냉수성 어종인 빙어와 산천어를 꼽는다. 이들 물고기의 특징은 한여름에 물의 온도가 15℃이상 상승하면 폐사할 정도로 수온에 민감하다. 따라서 이 두 물고기가 사는 지역을 청정의 기준으로 평가하는 경우도 있다.

빙어낚시는 춘천호, 화천호, 소양호 등 북한강 상류지역에서만 가능하다. 물이 깨끗하고 차기 때문이다. 낚시채비 또한 간단하다. 짧은 나뭇가지나 견지낚시 대 정도면 충분하다. 부력이 민감한 찌에 낚시가게에서 파는 구더기를 달아 놓고, 찌가 아래로 내려가는 순간 낚시 대를 들면 큰 멸치만한 빙어가 올라온다. 잡은 빙어는 즉석에서 초고추장에 찍어서 먹는 것도 겨울철에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산천어낚시도 채비에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쪽에서 빙어낚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차이점이라면 찌를 달지 않는다는 것과 구더기가 아닌 웜 등 루어전용 미끼를 사용한다는 거다. 낚시방법은 미끼가 바닥에 닿을 정도까지 내렸다 올렸다를 반복해 산천어의 입질을 유도하는 것이 빙어낚시와는 다소 다르다. 크기 또한 빙어는 피라미보다 조금 작은 정도인데 비해 산천어는 큰 것은 고등어만한 것도 있다.

산천어를 잡으로 무작정 집을 나섰다

현태군의 엉뚱한 행동은 그를 스타로 만들었다.
 현태군의 엉뚱한 행동은 그를 스타로 만들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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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장님, 어제 저녁에 한바탕 난리가 났었는데 그 이야기 아세요?"

2009년 1월 14일, 당시 화천군청 홍보담당이었던 나는 화천경찰서 직원으로부터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다. 내용은 서울에 사는 어느 초등학생에 대한 이야기였다.

당시 서울 상천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인 김현태 학생은 겨울방학 기간 내내 집에만 있었다. 어머님이 직장을 나가기 때문에 늘 혼자 집에 있어야만 했다. 그때 TV를 통해서 본 산천어축제. 어디에서 열리는지 유심히 살펴보니 강원도 화천이란 말이 나온다.

"강원도 화천이 어디지!"

인터넷으로 확인해 보니 강원도 북쪽의 어느 산골마을 같았다. 내친김에 그곳에 가려면 버스를 어디서 타야 하는지도 확인했다.

그날 저녁이 되어서야 퇴근한 어머님께 현태군은 산천어축제장에 보내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끔찍이 자식을 생각하는 어머님이 혼자 다녀오라고 승낙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다음날 현태군은 어머님이 출근을 하자마자 뛰다시피 시외버스 터미널로 가서 화천 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산천어가 얼음 속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다. 평소 버스만 타면 잠이 왔었지만, 설렘이 컸던 탓인지 잠도 오지 않았다.

온통 눈으로 덮인 산속 길을 따라 달리는 버스 밖으로 펼쳐진 풍경은 서울에서 자라온 현태에게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서울에서 2시간30분여를 달린 버스는 점심시간에 임박해 화천 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산천어낚시를 빨리 하고 싶다는 생각에 점심을 먹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많은 관광객들을 헤집고 산천어낚시터에 도착한 현태는 준비해 온 낚시 대를 얼음 속에 드리우고 주변 사람들과 똑같은 방법으로 낚시질을 시작했다. TV에서 보았을 때는 산천어가 금방 낚일 것 같았는데, 4시간여 동안 단한번의 입질도 없다.

"꼭 잡아야 하는데..."

어머님 퇴근 시간인 7시전에는 집에 가야한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손끝에 묵직함이 느껴졌다. 잽싸게 낚시 대를 당겼다. 어른 팔뚝만한 산천어가 잡힌 거다. 현태는 난생처음 산천어를 잡았다는 흥분에 어머님께 전화를 드렸다.

"엄마 나 산천어 잡았어"
"대체 밑도 끝도 없이 얘가 무슨 말 하는 거니?"
"사실 나 엄마한테 말 안하고 화천에 왔는데..."


아뿔싸! 어머님께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전화가 끊긴 거다. 현태는 낚시에 전념하느라 배터리가 방전된 것을 몰랐다.

황당한 것은 현태군의 어머님이었다. 집에 있는 줄 알았던 아이가 산천어를 잡은 건 뭐고, 화천에는 또 어떻게 갔단 말인가. 어머님은 아들에게 전화를 했지만 전화기가 꺼져있다는 메시지만 나온다. 배터리가 방전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리 없는 어머님은 극도의 불안함에 휩싸였다.

현태의 엉뚱한 행동은 그를 산천어축제 홍보대사로 만들었다

화천 산천어축제 홍보대사 김현태군
 화천 산천어축제 홍보대사 김현태군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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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통해 축제 조직위원회를 검색하고 (아이를 찾는)방송을 해 달라고 부탁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때 시각이 오후 5시경. 겨울철 산골마을의 5시면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어머님은 생각 끝에 화천경찰서로 전화를 해 자초지종을 말하고, 아들을 찾아줄 것을 부탁했다.

화천경찰서, 군청, 소방서는 비상이 걸렸다. 축제장내에서의 반복방송, 가두방송 등 아이를 찾기 위한 수단은 다 동원되었다. 경찰서에서는 전화를 통해 현태군의 어머님을 안심시키고, 터미널에 조회를 해 보니 비슷한 인상착의의 소년이 5시30분쯤 버스에 탑승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현태군 어머님께 전화를 드렸다.

7시반경 서울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아들을 기다리는 현태 어머님은 승객들이 내리길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버스가 서자마자 차에 올라 의자에 잠든 아들의 모습을 본 엄마는 기가 막혔다. 그깟 산천어가 무슨 대수라고 까만 비닐봉지에 넣은 산천어를 꼭 껴안고 잠든 아들을 보니 웃을 수도, 나무랄 수도 없었다.

"엄마 매운탕 끓여 드리려고 산천어 잡으러 갔었어요."

현태군은 자신을 위해 매일 조그만 공장에 나가시는 어머님이 늘 안쓰러웠다. 산천어를 잡아 매운탕을 끓여 어머님께 드리고 싶었다. 계획도 치밀하게 세웠었다. 어머님 퇴근 전에 돌아와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다음날 어머님이 계시지 않은 틈을 타 매운탕을 끓이려고 했었다. '웬거냐?' 라고 어머님이 물으면 친구가 주었다고 말하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들켜버린 거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화천군수(정갑철)는 현태군과 어머님을 산천어축제에 정식으로 초대하기로 하고, 현태 군을 산천어축제 홍보대사로 임명하기로 했다. 어머님을 위해 산천어축제장을 방문한  소년, 그것이 화천군에서 현태군을 홍보대사로 선정한 이유였다.

지금은 중학교 3학년이 되었을 김현태군. 또 어떤 엉뚱함으로 세상을 놀라게 할지, 2013산천어축제에 초청해 이야기를 들어 볼 생각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화천군청 관광기획담당입니다



태그:#산천어축제, #화천, #김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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