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와 반려견 순심이가 함께 한 캘린더.

이효리와 반려견 순심이가 함께 한 캘린더. ⓒ 퍼스트룩


지난여름, '용산참사'의 진상을 파헤치는 다큐멘터리 <두 개의 문>을 관람했던 가수 이효리 씨가 28일엔 영화 <남영동 1985>을 관람했나 봅니다. 56만의 팔로워를 거느린 그가 이런 글과 함께 <남영동 1985>의 팜플릿을 트위터에 올렸거든요.   

"좀 있으면 시작. 벌써부터 가슴이 요동친다"

이어 "재밌게 보셔요, 누나"라는 후배 가수 2AM의 임슬옹 씨의 글에는 "내일 <26년>도 예매했어"라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임슬옹 씨는 영화 <26년>에서 권정혁 역을 맡은 주연배우이기도 하지요. 이효리 씨가 <29년>을 예매했다는 날은 영화의 개봉일이기도 하고요.

잘 알려진 대로, <남영동 1985>는 고 김근태 의원의 수기를 바탕으로 1980년대 군사정권의 폭압을 '고문'의 생생한 현장으로 치환해낸 영화죠. 이효리 씨의 트위터 친구인 만화가 강풀 원작의 <26년>은 광주민주화항쟁의 피해자 유가족들이 책임자인 '그 사람'을 단죄하기 위해 나선다는 내용이고요. 최근 한 종편은 '좌파 영화'라 규정하며 공격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효리 씨는 최근 <한겨레>를 통해 서울대 조국 교수와 나눈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을 했지요. 

"그리고 사람의 생명에도 당연히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두 개의 문>, <저 달이 차기 전에>, 이런 다큐 영화 많이 봐요. 노동자, 약자의 생명이 돈과 강자에게 밀리는 현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요."

그에게 있어 이제 <남영동 1985>나 <26년>과 같은 영화를 보고 이를 트위터로 독려하는 일은 대수롭지 않아 보입니다. 이미 그는 '순심이'를 입양하며 유기견 보호와 동물 보호에 앞장서고 있는 이효리 씨의 활동은 유명하지요. 1년 전부터 지켜왔다는 채식주의자로 사는 삶도 마찬가지고요. 지난해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투표 인증 샷을 비롯해 일본군 강제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수요시위'를 격려하기도 했지요.

그러니까 동물의 생명을 중시하게 되면서부터 이효리 씨의 관심사는 무한히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파격적이기까지 합니다. 급기야 수입과 직결되는 광고를 선별하겠다는 결심도 마친 모양이더군요.

 지난해 열린 동물자유연대 후원의 밤에 참석한 이효리

지난해 열린 동물자유연대 후원의 밤에 참석한 이효리 ⓒ 동물자유연대


'광고거절' 이효리, '자본'을 고민하다

"저 오늘 아름다운 이별한 여자예요. 이별했으니 소주한잔으로 맘을 달래야겠어요...무슨 소주 마실 거냐고요?? 으흠..ㅎㅎㅎ"

지난 12일 이효리 씨는 트위터를 통해 자신이 수년 동안 전속모델로 활동했던 한 주류회사와의 계약이 만료됐음을 알렸습니다. 그러면서 "몇 년 동안 소주병에 붙은 내 얼굴이 좋을 때도 싫을 때도 있었다. 사람들의 시름 속 내 웃는 얼굴이 조금의 위로가 되었길…. 감사했습니다~"란 소회를 밝혔죠.

그리고 지난 28일엔 이 광고에 관한 이효리 씨의 신념이 다시 한 번 세간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앞으로 들어오는 상업광고 출연을 거절하고 있는데, 채식이나 환경운동, 유기견 보호와 같은 신념에 반하는 제품군의 광고는 출연을 거절하겠다고 밝힌 것이지요. 이효리 씨는 이에 앞서 자신의 후임으로 전속모델이 된 후배 '카라'의 구하라에게 이런 조언을 하기도 했죠.

"그래 하라야 예쁘게 잘해~^^ 어딘가에 계약이 묶여있는 이상 우린 다 갑이 아니라 을일 수밖에 없단다. 하라야~ 언니 말을 명심해라."

"노동자, 약자의 생명이 돈과 강자에게 밀리는 현실"을 논했던 이효리 씨가 자본주의 사회의 '갑'과 '을'의 관계와 자본의 속성에 대해 고민 중인 걸 엿볼 수 있는 대목이지요. 이효리 씨는 조국 교수와의 인터뷰에서 "환경에도 관심이 많아지다 보니 샴푸 광고도 못하겠더라"며 "그 전에 좋았던 게 지금은 싫다. 자본주의의 꽃이었던 내가, 자본주의의 최대 수혜자인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이 고무적"이라며 만족해하기도 했습니다.

 이효리의 에세이집 <가까이>

이효리의 에세이집 <가까이> ⓒ 북하우스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이효리, 외모도 개념도 완패"

"점점 자기 신념으로 사는 군요. 멋있는 사람입니다"
"이효리. 진짜 개념 충만이네. 돈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과 의지를 온 세상에 전파할 수 있는 그 위치와 입장이 진심 부럽다. 진짜 성공한 사람이네.""최근 효리의 개념은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구나. 외모에서도 개념에서도 완패다. 엉엉."

이효리 씨의 광고 거절 소식에 인터넷과 SNS는 응원 글이 줄을 이었습니다. 동물인권과 환경을 고민하는 그가 이제는 누구도 거스를 수 없을 것처럼 보였던 '자본'에 자신만의 신념을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자칫 '좌빨'로 낙인찍힐 수 있는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고 있지요.

지난 18일 한 트위터 사용자는 이효리 씨에게 "반감 1000% 증가했다. 곧 효리도 좌빨질? 생명의 존엄은 좌뿐만 아니라 우 역시 중요한 가치이다. 맞고 굶어 죽고 강간당하며 개만도 못한 삶을 살아가는 탈북 여성들의 인권이나 존엄은 생각해봤나?"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가했죠. 이효리 씨는 이 글에 차분하게 대응하며 '탈북자 대안학교'에 기부를 한 사실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럼요. 그분들 생각도 많이 하고 있어요. 탈북 어린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조금이나마 기부도 했는걸요. 걱정마세요. 북이든 남이든 어디 아프리카든 인간의 생명과 권리는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힐링캠프>에 출연한 이효리

<힐링캠프>에 출연한 이효리 ⓒ sbs


"정치적 성향이 있는 건가…제약은 있지만 행복해요"

연예인의 사회적 발언이나 행동에 대한 일부의 시각은 SNS와 같은 눈부신 기술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끔은 구시대적이라 종종 촌스럽기까지 하죠. 이효리 씨는 종종 "입을 찢어버리고 싶다"는 트위터 멘션을 받기도 한답니다. 이에 대해 지난 4월 출연한 SBS <힐링캠프>에서 이렇게 답했죠.

"(SNS에 글을 올리는 이유는) 제가 연예인이고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잖아요. 저는 정치적인 성향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이런 성향이 있는 건가 싶더라고요. 제약은 왔지만 제 마음은 행복하니까 받아들이죠."  

언젠가부터 대표적인 '소셜테이너'로 인식되고 있는 이효리 씨를 이제는 술잔을 기울이면서는 만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효리 씨는 여당 지자자든, 야당 지지자든 우파든 좌파든, 술잔 앞에서는 차별(?)없이 만날 수 있었던 셈이죠. 하지만 이제는 그를 놓아줘야 할 것 같습니다.

이효리 씨는 이제 '개념 연예인'이나 '소셜테이너'로 단정 짓기엔 아쉬운, 그간 쉽게 만날 수 없었던 유명인으로 진화 중이니까요. 누구도 가지 않았던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 그에게 부디 '좌빨'이란 주홍글씨가 새겨지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홍보대사 말고도 앞으로 신념에 반하지 않는 광고로도 꼭 브라운관을 통해 만나길 희망하고요. 가수로 무대에 서는 그날도요.


이효리 나명동 1985 26년 순심이 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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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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