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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선후보가 경력란에 '퍼스트레이디 대리'라고 했다더라. 부마민주항쟁 때 온갖 성희롱·성추행·성고문이 저질러졌는데, 그것에 대한 사죄부터 해야 한다."

부마민주항쟁 피해자 3명이 국가를 상대로 대법원에 손해배상소송 상고장을 내자 여성단체들이 밝힌 소감이다. 정성기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회장(경남대 교수)와 최갑순 부마민주항쟁경남동지회 회장(경남여성회 부설 여성인권상담소장) 그리고 옥정애(교사)씨는 28일 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소에 상고장을 냈다.

불법구금·가혹행위 당한 피해자, 상고장 제출

정성기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회장과 최갑순 부마민주항쟁경남동지회 회장은 28일 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소에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 상고장을 냈다.
 정성기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회장과 최갑순 부마민주항쟁경남동지회 회장은 28일 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소에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 상고장을 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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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1·2심에서 원고일부 승소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다. 창원지방법원 제6민사부(재판장 문혜정)는 지난 4월, 부산고법 창원제2민사부(재판장 조한창)는 지난 11월 9일 각각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1심 때 이들은 각각 3000만 원씩을 요구했는데 1심 재판부는 각 2000만 원씩, 2심 때 이들은 1억5000만 원을 요구했는데 재판부는 2000~3000만 원을 선고한 것이다. 1심 때 모두 7명이 소송을 냈는데, 4명은 1000~3000만 원을 선고받아 항소하지 않았다.

정성기 회장과 최갑순 부회장, 옥정애씨는 부마항쟁 당시 불법구금과 가혹행위를 당했다. 특히 여성들은 수사관들로부터 성추행·성희롱·성고문을 당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2010년 5월 조사보고서를 통해 국가의 불법행위를 인정했다.

3명은 박미혜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해서 대법원에 상고장을 냈다. 박미혜 변호사는 "1979년 발생한 부마항쟁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금액이 과소한 부분이 있다"며 "과거사에 대한 사법부의 인식에 문제가 있어 상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항소심 재판부는 국가의 불법행위는 인정하나 손배금액은 궤변"이라며 "판결문을 보면 수사관들로 하여금 불법구금과 가혹행위 자체를 회피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웠다고 해놔 면죄부를 준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사법부는 국가의 불법행위라고 선언하면 거기에 맞게 선고를 하면 된다"며 "그들에 대한 용서나 면죄부는 역사적으로, 개인적으로 해야 할 문제다, 법대로 판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여성 피해자 2명에 대한 금액이 3000만 원인데, 요즘 성폭력 사건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과소한 것"이라며 "법원은 최소한의 인권을 보호해줘야 하는데, 양보하라는 논리는 맞지 않다"고 말했다.

"유신정권 핵심인사 대선 나왔다, 사죄부터 해야"

정성기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회장과 최갑순 부마민주항쟁경남동지회 회장은 28일 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소에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 상고장을 냈다. 사진은 상고장 접수 뒤 여성단체 대표들과 함께 서 있는 모습.
 정성기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회장과 최갑순 부마민주항쟁경남동지회 회장은 28일 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소에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 상고장을 냈다. 사진은 상고장 접수 뒤 여성단체 대표들과 함께 서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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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기 회장은 "우리 역사에서 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국가권력이 여성에 대해 자행한 성범죄는 흔하지 않다, '권인숙 사건'에 이어 제기된 사건은 처음일 것이다, 사안에 비해 재판부의 의식은 희박하다"며 "국가가 성범죄를 저지르고 유신정권이 여성을 농락한 것인데, 지금까지 왜 공론화가 되지 않았는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갑순 회장은 "지금도 나서지 못하는 동지들이 많다,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속으로 망가진 동지들이 많다, 우리가 먼저 나서 소송을 했는데 국가 보상에 대한 선례가 되기에 반드시 국가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이것은 개인 문제가 아니다, 다른 동지들도 용기를 내서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저는 최소 40차례 이상 온갖 가혹행위를 당했다"며 "요즘 성폭력 사건 기준으로 따져도 그 금액은 말이 안 된다, 법원 판결을 보고 상고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정성기 회장은 "진실화해위 조사 당시 언급된 피해자는 부산·경남을 합쳐 20명 정도였고, 경남은 7명이었다, 먼저 경남에서 소송을 진행했는데 소멸시효에 대한 법원의 판단도 문제 있었다"며 "부마항쟁 피해자는 엄청나게 많다, 특별법이 만들어져 피해자를 밝혀내야 하는데 이번 소송이 특별법 제정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 부마항쟁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이번 상고를 철회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여성단체들도 함께 했다. 이날 상고장을 제출할 때 창원지역 여성단체 대표들도 나와 힘을 보탰던 것. 김경영 경남여성회 회장은 "부마항쟁이 벌어진 게 언제인데, 이제서야 상고장을 냈다"며 "유신정권의 핵심에 있었던 사람이 대선에 출마했다, 국민 앞에 사죄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회장은 "부마항쟁 때 온갖 가혹행위를 저질렀던 수사관이 누구였는지도 알고 싶고 그들에 대한 처벌 여부도 묻고 싶다"며 "국가 권력을 앞세워 가혹행위를 하고, 여성한테 가한 폭력에 대해 엄혹한 시대라 하더라도 법원은 문제의식을 갖고 지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성기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회장과 최갑순 부마민주항쟁경남동지회 회장은 28일 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소에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 상고장을 낸 뒤 박미혜 변호사와 함께 서 있다.
 정성기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회장과 최갑순 부마민주항쟁경남동지회 회장은 28일 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소에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 상고장을 낸 뒤 박미혜 변호사와 함께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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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옥 경남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유신정권의 명백한 잘못"이라며 "박근혜 대선 후보는 경력란에 '퍼스트레이디 대리'라고 했다, 그렇다면 부마항쟁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부마항쟁 때 여성에 가해진 온갖 성고문에 대해 사죄부터 해야 하는데, 언급도 하지 않는다면 의식이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권경희 경남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개인이 형사재판으로 간다면 피해자와 가해자의 합의금만 따져도 많을 것"이라며 "아무리 양보하더라도 국가가 성고문까지 봐줄 수는 없다"고 밝혔다.

부마민주항쟁은 1979년 10월 16~20일 사이 부산·마산에서 일어난 유신독재 저항시위를 말한다. 박정희 정부는 계엄령·위수령을 발동했고, 군부대까지 나서 무자비하게 진압했다. 이 과정에서 3명(비공식 집계)이 사망하고, 1563명이 연행됐다. 87명이 군법회의에 넘겨졌고, 20명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태그:#부미민주항쟁,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부산고등법원, #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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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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