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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4회째 맞이하는 퀴어문화축제가 지난 17일 대구 한일극장 앞 임시 가설무대에서 열렸다.

3회째까지의 퀴어문화축제가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과 성소수자에 대한 외침이었었다면 4회째 접어드는 올해의 축제는 성소수자 스스로가 자신의 정체성을 올바르게 찾아주는데 길잡이 역할을 한 문화행사였다.

성소수자들의 가상결혼을 위해 조직위원회 참가자들이 성소수자들을 대신해 결혼을 하고 있는 모습
▲ 레즈비언, 게이의 결혼행진곡 장면 성소수자들의 가상결혼을 위해 조직위원회 참가자들이 성소수자들을 대신해 결혼을 하고 있는 모습
ⓒ 김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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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플라스틱 키즈에 락밴드 공연과 함께 오프닝을 연 퀴어축제에는 일반 시민들도 시내를 오가며 자연스럽게 그들의 행사를 엿볼 수 있게 되었다.

행사장 주변에서는 한국에이즈퇴치연맹i-SHAP의 콘돔과 페이스페인팅 운영,  차별없는세상을 위한 기독교연대 포토존 운영, 대구경북성소수자모임의 풍선나눠주기, 커피공방의 드립커피 판매로 행사장 주변은 북적였다.

대구퀴어문화축제 올해의 주제는 "결혼은 일반인만의 특권이 아닙니다"라는 주제로 사전에 모집한 레즈비언과 게이들 중에서 가상 결혼식을 여는 것으로 행사를 진행하려고 했으나 최종 선정된 지원자 4쌍이 공개적으로 행사가 진행되는 것에 반감을 표시해 조직위원회에서 대신 행사를 맡아 진행하는 해프닝도 빚었다.

동성애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리본을 달아주고 있는 가상결혼 참가자들
▲ 서로의 가슴에 리본달아주기 동성애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리본을 달아주고 있는 가상결혼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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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게이커플 결혼식에 참여했던 녹색당 대구시당 이형석씨는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국민들의 인식변화가 보편화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고, 인식변화는 갑자기 변화되는 것이 아니라 점차 이런 행사를 통해 성소수자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미국같으면 동성애자 커플인정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듯이 결혼에 대해 인정하기 위해 제도적 지원들이 추진되면 우리 사회도 성소수자에 대한 문제, 인식변화가 생길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레즈비언 커풀 역할을 맡았던 기린씨도 "비록 가상 결혼식이기는 하지만 저로 인해서 이쪽에 계신 분들이 아웃팅을 당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설명하면서 "동성애자분들이 커밍아웃을 하면 자연스럽게 그들을 도와주고 이해해 주는 풍토가 생겨나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아마추어증폭기로 더 알려진 야마가따 트위스터의 공연 모습
▲ 야마가따 트위스터의 공연 모습 아마추어증폭기로 더 알려진 야마가따 트위스터의 공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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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치러진 가상결혼식에서는 레즈비언, 게이 한 커플의 결혼식이 동성애자들과 일반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축제하듯 한 가정의 모임체가 구성되는 과정을 연출해 보이기도 했다.

가상결혼식 주례에는 최초로 성소수자 18대 국회의원 출마에 도전했던 최현숙 레즈비언이 참석해 비록 가상결혼식이기는 하지만 이들의 행복한 가정 꾸림을 축복해 주었다.

최현숙씨는 주례를 맡으면서 "이 척박한 땅,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땅, 박근혜의 땅에서 4년째 가장 건강하고 활발하게 퀴어축제가 진행되는 것에 감사를 드린다"고 인사말을 건넸다.

최씨는 동성애자 결혼의 의미에 대해 "결혼이 동성애자, 성전환자에게는 선택할 수 없는 제도이듯이 우리에게도 결혼을 하게 해달라는 요구보다도 우리가 결혼을 하든 말든, 동거를 하든 말든 이성애자와 차별을 하지 말며 결혼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달라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가상결혼식은 주례없는 주례사, 서로에게 쓰는 편지,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리본달아주기, 희망서약서와 낭독과 함께 아마추어증폭기로 알려진 야마가따트위스터의 축하공연도 펼쳐졌다.

성소수자로서 대구퀴어문화축제에 줄곧 출석했다는 이성혁(30세)씨는 "젊은층에서는 인식이 많이 달라진 것 같으나 나이드신 분들은 여전히 우리에 대한 인식이 나쁜 것 같다"고 느낌을 전하면서 "나이가 차면 결혼을 해야 한다는 식으로 대화를 하니깐 커밍아웃을 한 상태에서도 힘든 경우(대화단절)가 많은데, 나에 정체성은 내가 찾겠다는데 우리 사회가 강제하고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제1회 대구퀴어문화축제 때부터 총연출을 맡고 기획했던 배진교 대구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장은 "동성애자들의 참여가 많아졌고 직접 나서지는 못하지만 후원방법을 통해서라도 참여하는 동성애자가 많아졌다"고 설명하면서 "인권감수성은 높아졌으나 법제도나 성에 대한 인식은 후퇴되었는데 성소수자들도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인식되는 사회, 성소수자들도 가족구성원으로도 인정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대구퀴어문화축제에 참여했던 이유진 학생(고1, 가명)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아웃팅(노출)되는 것을 염려해 마스크를 쓰고 있는데, 동성애자는 다른 사람과 틀린 것이 아닌데 너무 왜곡된 시선(에이즈전염, 지옥에나 가야된다)은 잘못된 것 같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자신이 성소수자로서 생활하는 것에 대해 "학교에서 친구들을 만날 때 성정체성에 대해 고민(내가 잘못된 것인가?)을 많이 하고 있는데......, 종교적으로 기독교에서는 잘못된 것처럼 비춰지는데 꼭 해주고 싶은 말이 너희는 잘못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다"고 당당히 말했다.
대구퀴어축제를 축하하기 위해 나선 더플라스틱키즈의 공연 모습
▲ 더플라스틱키즈의 공연 모습 대구퀴어축제를 축하하기 위해 나선 더플라스틱키즈의 공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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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자들의 자긍심을 높여주기 위해 마련된 거리행진
▲ 거리행진하는 모습 동성애자들의 자긍심을 높여주기 위해 마련된 거리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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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퀴어문화축제를 즐겼던 미국인 글로리씨도 "한국에서는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우리와는 많이 다른 것 같다"고 말하면서 "동성애자에 대해 나쁘게 볼 것이 아니라 그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려고 하는 관심이 필요한 것 같다"고 제안했다.

대구퀴어문화축제는 동성애자들의 자긍심을 높여주기 위한 방안으로 한일극장 앞 무대부터 2.28기념공원, 삼덕소방서, 대구백화점에 이르는 구간까지 거리행진을 하는 것으로 행사를 마무리했다.

덧붙이는 글 | 성소수자들의 아웃팅되는 것을 염려해 불가피하게 일부 사진에 모자이크 처리됨.



태그:#대구퀴어축제, #성소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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