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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6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열린인터뷰에서 야권단일화 중단 사태 등 정치현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6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열린인터뷰에서 야권단일화 중단 사태 등 정치현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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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건영씨가 (단일화 방식 협상에) 배석하면 안 될 이유가 뭔가? 친노였다는 이유로?"

순간 <오마이뉴스> 스튜디오 안에 2~3초 정도의 정적이 흘렀다. "정색해서 말씀드리겠다"고 전제하기는 했지만, 예상치 못한 강경 발언이었고, 긴장감까지 감지됐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16일 '오마이TV'의 열린인터뷰에 출연, 안철수 후보 쪽이 제기한 '친노 9인방'의 막후정치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런 의심은) 단일화 대상이 안 된다는 말밖에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후보는 그동안 쌓인 감정을 쏟아내듯 거침없는 발언을 계속 이어갔다. 그는 "(친노 인사인) 윤건영씨 배석이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되니 그렇다면 빼면 된다"면서 "그런데 반면에 (안 후보 측 협상팀원인) 이태규씨의 한나라당 경력을 (민주당 전 의원이) 페이스북에 하나 올린 건 안 된다는 것 아닌가. 이런 모순이 어디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흘째 파행을 겪고 있는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이 수습 국면으로 접어드는 듯 하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서는 순간이었다. 앞서 이날 오전 안철수 후보가 민주당의 혁신과제 즉각 실천 등을 요구하며 후보 간 회동을 제안했지만 문 후보가 이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안 후보의 협상 중단 선언으로 문 후보가 넘겨받은 공이 다시 안 후보에게 넘어간 셈이다.

협상 중단 사태 이후 수차례에 걸쳐 직간접적인 사과의 뜻을 표하며 안 후보를 안고 가려는 모습을 취했던 문 후보가 강경 모드로 선회한 것. 이로써 단일화 협상 재개를 위해서는 상당기간 냉각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후보 등록 전 단일화는 이미 물건너 갔다거나 단일화 자체가 성사되지 못할 수 있다는 비관론마저 나오고 있다.

안 후보 '선 혁신 후 협상'... 문 후보 '선 협상 후 혁신'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선거캠프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국민께 드리는 말씀' 기자회견을 열고 후보 단일화 협상 잠정중단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이날 안 후보는 문재인 대선후보에게 "당의 확고한 쇄신 실천의지 보여주면 바로 만나서 새 정치 실현과 얼마 시간 안 남은 단일화 방식 의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선거캠프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국민께 드리는 말씀' 기자회견을 열고 후보 단일화 협상 잠정중단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이날 안 후보는 문재인 대선후보에게 "당의 확고한 쇄신 실천의지 보여주면 바로 만나서 새 정치 실현과 얼마 시간 안 남은 단일화 방식 의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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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후보는 이날 오전 공평동 선거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후보가 민주당 혁신에 대한 실천의지를 보여주는 것을 전제로 양자회동을 제안했다. 그는 "낡은 사고와 행태를 끊어내고 민심의 대전환을 이끄는 한편 국민이 요구하고 민주당 내에서 이미 제기되고 있는 민주당 혁신과제를 즉각 실천에 옮겨 달라"고 주문했다.

또 단일화 룰 협의 과정에서 발생한 불협화음과 관련해 "문 후보가 직접 단일화 과정의 문제점을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양보론'으로 대표되는 네거티브 공세와 조직동원 여론몰이 등을 '구태정치'로 거듭 규정하며 실질적인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앞서 그는 전날 밤 정치부장 만찬 간담회에서 "단일화 합의 이후 합의에 반하는 일들이 생겨 수차례 문 후보 측에 전달했으나, 문 후보가 보고받지 못했다는 것을 전화 통화를 하면서 알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문 후보 측이 즉각 환영 논평을 내면서 두 후보 간 회동을 통한 단일화 협상 재개 가능성이 점쳐졌다. 문 후보가 협상 중단 이후 전화통화와 공개석상 언급 등을 통해 4차례나 사과의 뜻을 표시했기 때문에 안 후보의 회동 제안에 응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날 오후 오마이TV '열린 인터뷰'에 출연한 문 후보가 격앙된 어조로 안 후보의 각종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문 후보는 "단일화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크게 문제가 돼 판이 깨질 만한 사정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 후보는 "오히려 안 후보 쪽에서 일어나는 상황에 대해 주변에서 자극적이고 과장을 해서 보고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안 후보가 말하는 것을 보면 우리 측이 상당히 부정한 경쟁을 한다고 믿는 건데, 지금 그럴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안 후보에게 과장된 보고가 이뤄지고 안 후보가 (그렇게) 판단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협의과정에서 문제가 제기됐는데도 해소되지 않거나 제게 보고되지 않은 것은 없다"며 "후보에게 알려야 할 중대 내용이 차단되거나 한 것은 없었다"고 일축했다. '안철수 양보론' 논란과 관련해서도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라면 문제제기는 좋은데, 그런 문제들이 안 후보 주변에서 과장되거나 마치 캠프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일처럼 확대돼 보고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조차 있다"고 주장했다.

문 후보가 이처럼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선 것은 안 후보가 민주당을 구태세력으로 규정하면서 협상 재개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은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안 후보의 기자회견 직후 열린 민주당 선대위 회의에서 "정당 활동 자체를 조직 동원, 구태정치라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 "단일화를 하려면 상호 존중해야 하는데 과하다" 등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문 후보는 이 선대위 회의에 참석한 뒤 곧바로 '오마이TV' 열린인터뷰에 출연했다. '맏형론'을 내세웠던 문 후보가 '전투복'으로 옷을 갈아입은 것이다.

이날 시민캠프도 공동대표단 기자회견을 열고 "새 정치는 누구의 전유물이 아니다. 낡은 정치, 새 정치로 편 갈라 공격해 이루는 것이 아니다"고 가세했다. 특히 '안철수의 몽니'라는 거친 표현까지 쏟아졌다. 안도현 공동선대위원장은 "안철수 후보가 캠프의 누구는 내려놓고 누구는 빼라고 몽니를 부리는데 안 후보는 무엇을 내려놓을 생각인지 궁금하다"며 "제가 보기엔 새 정치와 낡은 정치 구도로 판을 짜려는 의도 같은데 그 과정이 구태정치의 반복 같아서 안타깝고 매우 실망스럽다"고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다.

문 후보가 협상 재개를 위해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했던 안 후보 측은 당혹스러워하면서도 '달라진' 문 후보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애 쓰는 모습이다. 안철수 후보는 이날 오후 기자들로부터 "문 후보가 '자신이 아니라 안 후보가 과장보고를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는 질문을 받고 "나중에 (문 후보를) 만나 이야기 해봐야겠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안 후보 캠프 일각에서는 교착화된 단일화 국면을 정상화하기 위해 안 후보가 나름 결단을 내렸는데, 오히려 문 후보가 이를 거부했다며 불편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문 후보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서부터 양쪽 생각의 간극이 예상보다 크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는 개탄까지 다양한 반응을 내놨다.

반면 우상호 민주당 공보단장은 이날 오후 선대위원장단 회의 결과를 전하면서 "후보단일화의 상대 파트너를 구 정치 세력으로 규정한 것은 지지자 통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도 "후보단일화와 관련해서 국민들이 걱정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후보 간 회동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 넘겨받은 안 후보의 선택은?... 문 후보 "여론조사만으로는 안 돼"

그러나 이날 두 후보의 정면충돌로 인해 당분간 단일화 협상이 정상화 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안철수 후보가 정치·정당개혁 카드를 다시 꺼내들면서 문 후보를 압박, 단일화 정국에서 차별화에 나섰지만, 문 후보로서도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상황이다. 자칫 안 후보의 요구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거나 방치하게 되면 스스로 '구태 정치'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단일화 협상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가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두 후보 모두 단일화를 피해 갈 수는 없다는 점에서 일정한 냉각기 후 절충점 모색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우선 문 후보가 안 후보의 문제제기를 조목조목 비판하며 다시 공을 넘긴 셈이어서, 향후 안 후보가 어떤 입장을 내놓느냐가 관건이다. 양측 견해 차이는 이미 확인이 된 만큼, 안 후보의 결단이 남았다는 것이다.

문제는 단일화 협상 파국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두 후보가 약속한 '후보 등록 전 단일화' 일정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결국 협상이 재개 돼도 일정이 촉박해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 방식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때문에 마음이 다급한 것은 안 후보가 아니라 문 후보다.

이와 관련 문 후보는 이날 '오마이TV'와의 열린인터뷰에서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정몽준 후보의 여론조사 방식 단일화를 언급한 뒤 "(이번에도) 과거처럼 여론조사 방식이면, 국민들이 야단칠 것"이라고 말했다. "뭔가 조금 단순한 여론조사에 더해서 국민의 뜻이 반영되는 뭔가가 보완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여론조사 말고는 다른 방안이 없게 될 수도 있고 끝내 담판 방식 말고는 없어지는 수도 있다"며 "시간이 갈수록 국민 뜻과 멀어진다"고 우려했다.

이번 사태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것이란 반론도 적지 않다. 양측 모두 단일화에만 매몰되면서 경쟁 일변도로 치달은 경향이 적지 않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상대방을 정권교체의 동반자로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안 후보 측의 한 관계자는 "일부러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이번 사태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속담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태그:#후보단일화, #문재인, #안철수, #단일화 협상, #오마이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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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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