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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하루 동안 파업에 들어간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 이들은 교육감 직고용과 호봉제 도입, 교육공무직 특별법 제정을 요구했다.
 9일 하루 동안 파업에 들어간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 이들은 교육감 직고용과 호봉제 도입, 교육공무직 특별법 제정을 요구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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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육아휴직 중인 초등교사입니다. 짧게 지나가는 소식으로, 지난 9일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파업으로 아이들 급식이 빵으로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며칠 전 친하게 지내는 학교 선생님들을 만났습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한 차례 오고 갑니다. 그런데 한 선생님이 이야기하길, 자기 학교 선생님들은 이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별로 달갑지 않다고 하네요.

"우리는 정규교육과정 밟고 제대로 된 시험 봐서 어렵게 정규직 됐는데 뭐 아무나 다 정규직 하겠다고 하냐."

이 말을 듣고 있자니 마음이 답답해져옵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가운데 70%가 급식 조리원 노동자입니다. 엄마인 나는 달랑 우리 네 식구 밥 해 먹이는 일도 늘 쉽지 않아 밥하기 싫다 투덜대기 일쑤입니다. 그런데 급식 노동자들은 적게는 몇백 명, 많게는 몇천 명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추우나 더우나 밥을 해줍니다.

급식 조리원이 없는 학교를 상상해보세요. 급식이 있기 때문에 학부모는 마음 편히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일을 하러 갑니다. 아이가 학교 가서 배가 고플까봐 안절부절못할 일은 없으니까 말이에요. 교사들 역시 급식을 먹고 다시 힘을 내서 엄청난 수업과 잡무를 해결합니다. 교사가 아이들 마음 키우는 일을 한다면 급식 노동자는 아이들 키를 키워주고 학교에서 뛰어놀 힘을 만들어주는 사람들입니다. 저는 그래서 교사인 우리만큼 중요하게 취급받아야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그들이 1년을 일해도 10년을 일해도 최저생계비에도 한참 못 미치는 100만 원 남짓한 월급을 받으며 언제 고용이 취소될지 모르는 비정규직으로 지금까지 살아왔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이들은 노동자이지 성직자가 아닌데 말입니다.

교사만큼 중요한 사람들... 그동안의 삶이 놀랍습니다

엄마들끼리도 너무 기분이 안 좋거나 화가 나 있을 때는 밥을 하면 안 된다고 해요. 정말로 그렇습니다. 저도 한번 화내면서 밥하다가 손을 심하게 벤 적이 있었어요. 밥은 누군가 살리는 일이고 생명을 연장시키는 일이에요. 그러니 즐겁고 편안한 마음으로 하는 밥과 억울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하는 밥이 어찌 같을 수 있을까요.

그래서 저는 지금까지 그렇게 적은 임금을 받으면서 어려운 조건에서도 묵묵히 우리 아이들에게 깨끗하고 맛있는 밥을 해주신 급식조리원 노동자들이 우리에게 보여준 숭고한 노동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런 그들이 지금 서로 힘을 합쳐 좀더 나은 노동조건을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내가 아줌마라 그런지 난 이런 아줌마들이 너무 좋습니다. 사람을 먹여 살리는 억척스러운 팔과 다리! 그리고 자기 노동에 부끄러움이 없어 어디서든 당당하고 즐겁게 싸우는 모습 말입니다.

몇 해 전 기억이 떠오릅니다. 졸업식을 앞둔 6학년 우리 반 아이들을 데리고 급식실에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급식 종사원 아주머니들께 한 줄로 나란히 서서 인사드리게 했습니다.

"그동안 밥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먹었습니다."

그때 아주머니들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기뻐하고 고마워하셨던 모습이 지금도 떠오릅니다. 그들이 그 웃음을 다시 지으면서 엄마 같은 마음으로 밥을 지을 수 있도록 좀더 나은 노동조건이 갖추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태그:#학비노조, #조리종사원, #비정규직, #학교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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