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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군기지 공사를 위해 강정 앞바다에 투하된 아파트 8층 높이인 약 20미터에 무게만 1개당 8800톤이 나가는 케이슨이 태풍 볼라벤과 덴빈에 의해 7개 모두 파손됐다. 이 가운데 2개는 유실됐다.
 제주해군기지 공사를 위해 강정 앞바다에 투하된 아파트 8층 높이인 약 20미터에 무게만 1개당 8800톤이 나가는 케이슨이 태풍 볼라벤과 덴빈에 의해 7개 모두 파손됐다. 이 가운데 2개는 유실됐다.
ⓒ 강정마을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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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다가오면서 보수언론과 새누리당의 안보 공세가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북방한계선(NLL)을 이용한 공세가 그 1막이었다면, 제주 해군기지는 그 2막에 해당한다.

새누리당의 박선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12일 "민주당은 왜 자신들이 그렇게 중요하게 강조하면서 벌여놨던 사업조차 이렇게 쉽게 흔들고, 쉽게 뒤집는지 모르겠다"며 "나쁜 정책 가운데 대표적인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정책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때 결정된 제주 해군기지 사업에 대해 문재인 후보가 '공사 중단 및 재검토' 입장을 밝힌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면서 "민주당 의원들이 전액 삭감을 주장하고 있는 해군기지 건설 예산에 대한 입장도 분명하게 밝혀줘야 한다"고 문 후보에게 요구했다. 또한 안철수 후보를 겨냥해서도 "절차상 문제가 없다면서도 정부와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던 안철수 후보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예산 전액 삭감에 대한 입장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같은 날 박재갑 부대변인 역시 '제주해군기지, 문재인 후보에 드리는 공개질의'를 통해 문재인 후보가 '말바꾸기'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7월에 방문했을 때는 '제주 해군기지는 국가의 안보와 이익을 위해서는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는데, 11월 8일에는 "일단 제주기지 공사를 중단하고 민주적 절차에 따라 사업내용을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제주 해군기지는 "총사업비 9700여억 원 가운데 2300여억 원이 투입돼 2015년 완공을 앞둔 국책사업"이라며 "문 후보의 오락가락하는 '말바꾸기'에 함부로 휘둘릴 사안이 아니다"라고 공세의 고삐를 당겼다.

새누리당, 사실관계부터 제대로 파악하라

새누리당은 4·11 총선을 앞두고 제주 해군기지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 변화를 '말바꾸기'로 공격해 톡톡히 재미를 봤다. 총선이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띠었다는 점에서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이 또다시 제주 해군기지 문제로 민주당을 공격할 것이라는 점도 예견됐다.

그런데 새누리당의 정치 공세는 사실관계부터 잘못된 것이다. 우선 새누리당의 주장과는 달리 적어도 문재인 후보는 해군기지에 대해 말을 바꾼 적이 없다. 새누리당은 문 후보가 7월에는 "제주 해군기지는 국가의 안보와 이익을 위해서는 필요하다"고 했다가, 11월에는 "일단 제주기지 공사를 중단하고 민주적 절차에 따라 사업내용을 재검토하겠다"고 말을 바꿨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전형적인 짜깁기를 통한 사실 왜곡이다. 문 후보는 7월에 "해군기지는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사업 추진 절차와 성격이 변질되었기 때문에 "일단 공사를 중단하고,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11월 8일에도 이러한 입장은 그대로 반복되었다.

실제로 문 후보는 작년부터 해군기지 문제에 대해 '일관된' 입장을 견지해왔다. ▲ 해군기지는 안보를 위해 필요하다 ▲ 노무현 정부 때 절차적 문제가 있었던 것에 사과한다 ▲ 이명박 정부 들어 '민항 위주의 해군 기항지'라는 당초 사업 취지가 크게 변질됐다 ▲ 일단 공사를 중단하고 재검토하겠다 등이 바로 그것이다.

새누리당의 사실 왜곡은 안철수 후보에 대한 공세에서도 나타난다. 안 후보가 "절차상 문제가 없다면서도 정부와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고 비판했지만, 안 후보는 해군기지 추진에 절차상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여겨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한 것이기 때문이다.

말 바꾼 당사자는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자료사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자료사진)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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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실 해군기지에 대해 말 바꾼 당사자는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제주도당은 해군기지가 검토됐던 2002년 11월 12일 이런 입장을 발표했다.

"(제주) 화순항의 해군기지 계획은 필리핀과 오키나와 등지의 해군기지를 상실하게 될 미국이 동북아에 군사거점을 확보하기 위한 군사 패권주의에서 비롯됐다. 미국의 군사 패권주의 실현에 제주도가 이용물이 될 수는 없다."

이랬던 새누리당이 이제 와서는 제주해군기지 반대를 '종북·좌파'로 몰아붙이고 있다. 또 박근혜 후보는 2007년 6월 1일 제주를 방문했을 때 이렇게 말했다.

"지금 해군기지 문제로 첨예한 갈등이 있는 것으로 안다. 무엇보다 도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하나의 공감대를 형성한 후 추진해야 한다."

그가 5년 전에 주문한 '하나의 공감대'는 이미 나왔었다. 구럼비 발파가 임박했던 2012년 3월 5일 제주도청, 제주도 의회, 새누리당 제주도당, 민주통합당 제주도당은 한목소리로 제주해군기지 공사 중단을 요청했다. 도정과 의회, 여와 야를 막론하고 한목소리를 낸 것 이상의 '하나의 공감대'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는 자신의 입장 변화에 대해 단 한마디의 해명도 없이 '닥치고 공사'를 거들고 있다.

박 후보는 "제주 해군기지를 민군복합형으로 건설하고 특히 15만 톤 크루즈선이 자유롭게 입출하도록 잘 만든다면 하와이 못지않게 제주도 발전을 위해서도 큰 역할을 할 수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감귤 산업이 위축되고 있는 만큼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 제주도에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도 말했다.

해군기지를 제주의 성장 동력으로 만들겠다는 공약은 면밀한 검증을 요한다. 이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과 김황식 총리의 발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대통령은 "15만 톤 그걸 두 척을 동시에 댈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을 세웠다고" 하는데 "그 계획 자체는 잘못된 거다"고 말했다. 김 총리 역시 "15만 톤급 크루즈선은 세계에 6∼7척밖에 없고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것이 8만 톤급임을 고려하면 15만 톤급 크루즈선 2척이 동시에 들어오는 것은 사실상 상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내년도 해군기지 예산 전액 삭감을 요구하면서 내세우고 있는 근거 역시 이러한 문제를 검증해보자는 것이 핵심적인 취지다. 작년에도 마찬가지 문제가 있었다. 이에 따라 민주당과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제주해군기지 공사가 국회가 제시한 부대조건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며 예산을 사실상 전액 삭감했다.

그런데 당시 한나라당(새누리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은 박 후보였다. 그러나 박 후보는 대통령도, 총리도 올 리 없다는 15만 톤 크루즈 선박을 앞세워 해군기지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만들겠다는 황당한 공약을 내놓고 있다.

토론의 장으로 나와라

나는 '제주 해군기지가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하다'는 세 후보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수차례에 걸쳐 그 구체적인 근거를 밝힌 바 있고, 최근에는 <강정마을 해군기지의 가짜안보>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또한 해군기지 건설이 박 후보가 주장한 "새로운 성장 동력"이 아니라 제주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본다. 외국 관광객의 70%를 중국인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과의 갈등을 유발할 해군기지는 제주는 물론이고 대한민국 경제에도 시한폭탄과도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센카쿠-다오위다오를 둘러싼 갈등으로 일본이 수십조 원대의 경제 손실을 입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히려 이미 평화의 성지가 되고 있는 강정마을을 국가 차원에서 '세계생명평화마을'로 지정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남는 장사가 될 것이다. 이렇게 하면 강정마을을 비롯한 제주도는 세계적인 '생명평화의 관광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해군기지는 어떻게 하느냐고? 여러 차례 주장한 것처럼 제주항과 서귀포시 화순항에 확장·신설되고 있는 해경 부두를 해군이 '기항지'로 사용하면 된다고 본다. 이렇게 하면 국가안보상의 전략적 우려를 크게 줄이고, 해경과 해군이 원활한 협조 체제를 구축해 해양 안보 증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으며, 수조 원대의 예산도 절감할 수 있다. 또한 태풍만 오면 노심초사하는 강정기지에 비해 입지 조건도 제주항과 화순항이 월등히 뛰어나다.

끝으로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장외에서 비난전을 일삼을 것이 아니라 토론의 장으로 나오라는 것이다. 이는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자 대선 후보의 최소한의 '자격'이기도 하다.

제주 강정마을(자료사진).
 제주 강정마을(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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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http://blog.ohmynews.com/wooksik/)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문재인, #박근혜,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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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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