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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오중주 '대사증후군'. 유전, 비만, 운동부족, 과식, 스트레스 등이 원인으로 현대인의 불규칙한 생활습관에서 비롯된다. 대사증후군을 방치할 경우, 성인병 등 만성질환으로 이어져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여성환경연대는 '대사증후군 바로알기'를 통해 생활습관이나 근무환경, 사회문화 등을 공부하고, 대사증후군을 예방하고자 한다. [편집자말]
 외식과 야식의 주 메뉴는 삼겹살, 족발, 치킨 등이다(자료사진).
ⓒ 구슬이

삼겹살+소주, 막창+소주, 닭발+똥집+소주, 장어구이+소주, 회+소주, 족발+소주, 치킨+맥주, 소시지+야채볶음+맥주....  오늘 회식 메뉴로 뭐가 제일 좋을까?

회식 3시간 전 거의 매일 고민하게 되는 이 어려운 문제. 하지만 이중에서도 초박빙의 대결이라면 '소삼(소주+삼겹살)'과 '치맥(치킨+맥주)'의 경합이 아닐까. 수십 년 전통을 자랑하는 '소삼' 앞에 언제부터인가 치킨과 맥주의 환상 궁합을 지칭하는 '치맥'이 도전장을 내밀더니 이젠 음주문화의 한 주류로 자리 잡았다.

지글지글 익어가는 삼겹살을 따르자니 바삭바삭한 치킨이 울고, 톡 쏘는 소주를 따르자니 시원한 맥주가 먹고싶다. 이건 '짜장이냐 짬뽕이냐', '비냉이냐 물냉이냐', '족발이냐 보쌈이냐'에 견줄 만한 최고의 갈등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역시 주당들은 '회식에서 왜 이런 것을 고민해야 하느냐'고 오히려 반문한다. 팀원들의 혈액형이 모두 B형과 O형으로 이루어져 고비를 맞이할 만도 한데, 조직 내의 보이지 않는 갈등은 어느새 사라지고 통일된 메뉴로 똘똘 뭉친 팀원들.

"오늘 회식 메뉴는 뭐로 할까요?"
"그야 물론 1차 소삼, 2차 노래방, 3차는 치맥이지!"

1차는 삼겹살에 소주 먹고 2차로 노래방 가서 배를 잽싸게 꺼트리고 3차에서 치킨에 생맥주가 정석이란다. 하기야 열심히 일한 후 소주 한 잔에 삼겹살을 먹는 것 또한 삶의 기쁨 중에 하나 아니겠는가. 물론 최근 운동을 시작한 나도 지금 삼겹살이라는 생각만 해도 입안에 침이 가득 고이고 입맛을 다시고 있으니 말이다.

내가 그랬다. '아침은 신선이, 점심은 사람이, 저녁은 귀신이 먹는 것'이라고 했지만, 그런 말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아침은 축적된 포만감으로 굶고 점심은 대충 끼니만 때우다 저녁엔 또다시 폭식이나 과식하기 십상이었다. 특히 30대에 들어선 후에는 회식을 빙자해 기름지고 느끼하고 살찌는 것만 찾아다니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고칼로리 하이에나'였다.

4개월 전 받은 종합검진, 충격이었다

 건강검진 결과.
ⓒ 김학용

하지만 4개월 전 받은 종합검진에서 '설마' 했던 기대는 '역시나' 무너졌다. 검진 후 '식습관으로 인한 복부미만의 위험'에 대해 경고한 담당 의사의 소견은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충격적이었다. '복부비만의 경우 전신비만보다 위험해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뇌출혈, 뇌졸중 등 심혈관 계통의 장애나 당뇨의 원인이 될 수 있어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겁을 주지 않겠는가.

'그래, 결심했어! 현재의 고통은 내일의 즐거움 아니겠나? 그걸 아는 사람이 그래? 어느새 배불뚝이가 되어 버린 나를 가족들은 '아저씨'라 쓰고 '영감님'이라고 읽지 않았던가? 그래, 이제부터 헬스클럽에 등록하는 거야. 집에서 하는 운동으로는 어림없어. 집에서 자가 처방으로 혼자서 몸짱되면 헬스장 다 망할 일 있어? 헬스장 있는 수많은 운동기구들 괜히 있는 게 아니지...'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모습
ⓒ 김학용

나는 의사의 경고 후 본격적으로 '살기 위해' 몇 년 전 접었던 운동을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이런 굳건한 나의 맹세앞에 가족들은 서슴없이 독설을 날렸다.

"호호, 이번에는 또 어느 헬스클럽 기부천사일까? 어, 이번엔 진짜 아니라고? 그런데 당신 말이야, 몸보다 어떻게 얼굴 먼저 안 되겠어? 아니, 얼굴보다 키 먼저 어떻게 해보시지?"

이 수모를 반드시 되갚고 기필코 몸짱이 되리라 다짐했다. 담당 트레이너는 현재 체중의 10% 정도를 우선 감량 목표로 삼아 2~3개월 서서히 감량하자고 했다. 지방을 연소하는 빨리 걷기 등은 하루 30분~1시간 정도면 충분하다고 조언한다. 듣고 보니 그리 어렵지도 않은 것 같다.

아, 그런데 등록한 지 1주일도 안 돼 나의 굳은 맹세는 쉽게 무너지고 있었다. 헬스장 등록만 했다 하면 왜 이렇게 회식이 속출하는 건지 알다가다 모를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2주동안 헬스장 3번밖에 못갔는데, 오늘은 큰맘 먹고 가리라 했더니 신입사원 입사 축하 회식이라나?

1초도 망설이지 않고 "고! 코올…"을 외쳐버리느 나, 참으로 한심하다. 4개월이 지난 지금, 4개월간 바친 내 돈 36만 원이 겨우 1kg밖에 안 되는 것이었을까?

'삼겹살에 소주 한잔 오케이?' 대한민국 성인들이 인사치레로 가장 흔하게 쓰는 말 중 하나다. 하지만 이것이 대사증후군을 일으킬 수 있는 원인이 된다면 더이상 그들은 우리에게 친근한 대표 회식메뉴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사장님 뱃살?... 당신이 위험하다

 권장 표준식단
ⓒ 김학용

대사증후군은 대사 작용(영양소와 물질들을 스스로 만들어내고, 불필요한 물질은 몸 밖으로 배출)에 문제가 생겨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당뇨 등 심장과 뇌혈관을 공격하고 막아 심뇌혈관계의 중대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질환이 한 사람에게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그렇다면 대사증군후의 후보군은 누구일까? 전문가들에 의하면 대사증후군의 가장 큰 원인은 비만, 특히 복부비만이라고 입을 모은다. ▲복부비만이 있고 ▲고혈압이 있으며 ▲고혈당에 ▲고콜레스테롤 등의 증상이 있는 30대 이후의 남성이라면 거의 대사증후군의 후보군이라고 보면 무방하단다.

주로 이들의 식습관은 ▲고기 종류의 음식을 많이 섭취하며 ▲인스턴트 식품을 즐기고 ▲주로 물 대신 탄산음료를 마시며 ▲운동을 즐겨하지 않으며 ▲과식 폭식 또는 야식을 즐겨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6월 발표한 '2010년 건강검진 자료와 수검자의 진료기록'에 따르면 30세 이상 건강검진 수검자 1032만9207명 중 대사증후군 환자는 25.6%였다. 특히 대사증후군 주의군 환자까지 합치면 수검자 가운데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또 남성이 여성보다 심각해 여성 환자는 전체의 18%인데 반해 남성 환자는 31%에 달했다. 30대 남성 대사증후군 환자는 23.7%로 30대 여성 환자 3.4%의 7배에 달했다.

30대 이상 성인 4명 중 1명이 대사증후군 환자라는 이 통계결과는 이 나이대가 대부분 직장인이라는 사실과 무관치 않다. 대사증후군이 직장인의 회식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걸 반증하는 결과다.

일단 알코올은 그램당 7kcal나 되는 고열량 식품이다. 알코올은 자신이 먼저 대사되려는 속성이 있으므로 음식물을 통해 들어온 다른 영양소를 태워 없애는 작용을 방해한다. 따라서 술과 함께 기름진 고열량 안주를 먹는다면 고스란히 뱃살로 직행한다.

비교적 남자의 볼록 나온 배는 여자의 그것에 비해 관대한 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뱃살 있다고 어디 아픈 것도 아니고, 외모가 꼭 나쁜 것도 아니지 않는가. 아직도 일명 '나잇살'이나 '사장님 배'로 지칭된다.

하지만 복부비만이 위험한 이유는 각종 성인병의 원인인 종합선물세트이기 때문이다. 한참 일할 나이에 심장이나 뇌졸중, 심근경색 혈액투석, 절단 등 여러 가지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척도다.

직장생활의 기쁜 순간이나 힘든 순간 우리와 함께 해주었던 회식…. 그러나 직장인의 회식은 조직의 단합과 구성원의 건강을 겸해야 한다는 진리를 꼭 명심하라. 회식이라고 굳이 먹을 것에 '올인'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언제까지 다음날 아침에 먹을 양까지 다 먹고야 헤어지는 '고칼로리 하이에나'가 될 것인가. 회식을 언제까지나 '서로를 끈끈하게 이어주는 윤활유 역할'로 두고 싶다면, 부디 메뉴에 지배당하지 말기를 바란다.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회식에는 기름진 안주 말고도 즐길 거리가 무궁무진하다.

지금 삼겹살집에 회식 예약전화 하고 있는 당신. 거울에 비친 당신의 배를 좀 보시라.


태그:#대사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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