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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 이선이 학생 기자들의 질문에 환하게 웃으며 답하고 있다.
 성우 이선이 학생 기자들의 질문에 환하게 웃으며 답하고 있다.
ⓒ 김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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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부자 선생님께서 드라마 어느 장면에선가 막 우시면서 이렇게 말해요. '어마어마하게 넓은 우주에서 태양계. 태양계의 태양을 바라보며 사는 많은 행성 중에 지구. 그 지구의 넓은 땅덩어리 중에 또 쪼끄마해서 세계지도에서는 잘 보이지도 않는 대한민국. 그 나라에서도 반 딱 잘려 있는 그 쪼끄마한 남한. 갈라져 있는 그 안에 서울에서도 막 모여 사는 영등포, 또 KBS에 나.' 이렇게 했을 때 그게 너무 작은 거야.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이 일이 하나도 힘들지가 않고 굉장히 사소한, 먼지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선. 그녀는 당찼다. 지난 10월 13일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청소년 기자학교' 현장. 그녀는 같은 공간에 있는 40여 명의 사람을 목소리만으로 압도했다.

그녀는 KBS 23기 공채 성우다. 주요 출연작으로는 만화영화 <뽀롱뽀롱 뽀로로>(뽀로로 역), <포켓몬스터>(로사 역),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올리비아 핫세 역),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캐머런 디아즈 역), <식스티 세컨즈>(안젤리나 졸리 역) 등이 있다.

그는 어릴 때 라디오 스타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내가 더 잘할 수 있는데.'

그 소리를 사람들 앞에서 따라할 때면 칭찬이 만발했다. 그 칭찬을 듣고 자신에게 재능이 있음을 느끼고 성우를 꿈꿨다. 아버지를 비롯한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서울예술대학에 입학했다. 목에서 피가 나도록 연습했고, 입에 펜을 물고 끊임없이 연습해 한 번에 KBS 공채 성우가 되었다.

10월 13일 <오마이뉴스> 청소년기자단 학생들이 뽀로로 성우 이선씨를 인터뷰하고 있다.
 10월 13일 <오마이뉴스> 청소년기자단 학생들이 뽀로로 성우 이선씨를 인터뷰하고 있다.
ⓒ 이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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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만은 않았다. 하루는 아침에 일어나니 목소리가 아예 나오지 않았다. 병원에 갔는데 성대결절이라고 했다. 목소리가 생명인 성우에게 성대결절은 치명적이었다. 목소리를 잠깐 나오게 하는 약을 겨우 먹고 진행 중이던 배역의 녹음을 마쳤다. 한동안의 공백이 있었다. 이선이 다시 활동을 재개했을 때 처음 맡은 역은 과분했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에서 '하이디' 역을 맡은 것. 그녀는 하이디의 목소리를 내며 살아 있음을 느꼈다.

"목 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성우계의 최정상에 올라선 이선에게 어느 학생이 물었다. 그녀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저 같은 경우는 굉장히 심하게(?) 관리하는 편이에요. 성대결절 환자잖아요. 조금만 피곤하면 목이 제일 먼저 쉬어 버리기 때문에 아침저녁으로 소금 가글로 소독해 주고, 한여름에도 몹시 더울 때 빼곤 미지근한 물 마시고, 술이랑 담배 안 하고, 유흥업소 안 가고, 너무 심하게 맵고 짠 음식은 안 먹고, 탄산음료 안 마시고, 평소에 잠을 많이 자는 완전 청정, 무공해, 유기농 성우입니다(웃음)."

이선의 밝은 웃음에 질문한 학생도 환하게 웃었다. 학생은 자기관리가 철저한 이선을 보고 다시 한 번 놀랐다. 쉰 목에 최고인 개고기를 안 먹는다는 그녀에게 호감을 느꼈단다.

"꿈을 이룬 그때부터가 진짜 시작"

10월 13일 <오마이뉴스> 청소년기자단 학생들이 뽀로로 성우 이선씨를 인터뷰하고 있다.
 10월 13일 <오마이뉴스> 청소년기자단 학생들이 뽀로로 성우 이선씨를 인터뷰하고 있다.
ⓒ 이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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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 일을 하며 캐릭터에 대한 영감을 어떻게 얻을까? 이선은 캐릭터의 생김새와 성격을 염두에 두고 만든다고 말했다. 뽀로로의 목소리는 펭귄의 뒤뚱거리는 몸짓과 '깍깍'대는 소리에서 창안한 것이라고.

- '뽀로로'로 일인자에 올라선 이선씨, 앞으로 뭘 하시고 싶나요?
"제 꿈은 계속 진화하고 있습니다. 연기를 하고 싶어요. 성우는 목소리에 국한되어 있기 때문에 채워지지 않는 답답함이 있었어요. 화면에서 보여주는 것 이상도, 이하도 할 수 없었죠. 제 안에 있는 연기적, 예술적 감각을 총동원해서 끓어오는 영감으로 표현하고 싶어요."

- 성우가 아니라 연기자가 되는 것에 두려움도 있을 텐데요.
"두려움이 있겠죠. 여러분이 뭘 하고 싶은데 '못하면 어쩌지?'라는 두려움이 있잖아요. 하지만 그 두려움을 계속 가지고 있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어요. 내가 잘하는지 못하는지는 행해야만 알 수 있는 거거든요. 저는 성우로서 대접받을 수 있죠. 편하게 살 수 있어요. 그런데 내 꿈을 확장하는 이유는 진짜 연기가 하고 싶기 때문이에요."

그녀는 당당하게 자신의 꿈을 말하며 성우로서 부족할 수 있는 '인지도'의 욕심 때문에 연기자를 꿈꾸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런 이유는 조금도 없다고 밝혔다.

"제가 청소년 여러분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딱 하나 있는데요, 저는 꿈을 성우로 출발했잖아요, 근데 '꿈'이라는 것은 이룬다고 끝이 아니더라고요. 끝이 아니고 거기서부터 시작이에요. 저도 꿈을 이룬 후 피를 여러 번 쏟았어요, 훈련 때문에. 진짜 피나는 노력을 했어요(웃음).

꿈을 이룬 그때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는 거 꼭 명심하시고, 이왕이면 그 분야에서 빛나는 최고 자리에 올라가셔서 대한민국 우리 사회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벌써 9년째 녹음 중이라는 뽀로로. 자신을 일인자로 만들어준 작품인 만큼 애착도 커 다른 만화 캐릭터 녹음 제의가 들어오면 한사코 거절한단다. 자신이 맡은 역할에 충실한 이선. 연기자로서의 미래가 밝다. 그녀의 발걸음에 박수를 보낸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오마이뉴스 청소년 기자학교 학생입니다



태그:#이선, #성우이선, #성우, #뽀로로성우, #뽀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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