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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에서 온 수많은 인파로 넘쳐난다.
▲ 버킹엄 궁 구경인파 각국에서 온 수많은 인파로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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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나의 가족은 버킹엄 궁과 트라팔가 스퀘어(Trafalgar Square)를 잇는 붉은 아스팔트 대로인 더 몰(The Mall)을 걷고 있었다. 오전 11시에 펼쳐지는 버킹엄 궁(Buckingham Palace) 앞의 근위병 교대식을 보기 위해서였다. 교대식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도착했음에도 버킹엄 궁 앞 광장은 이미 전 세계에서 모여든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근위병이 나오는 출구 쪽의 자리는 이미 다른 여행자들이 점거한 상태.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근위병 교대식'이라는 유명세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주변에는 지구의 모든 인종이 모인 듯한 모습이다. 궁전 앞 광장의 빅토리아 여왕 동상 아래 계단에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다. 동상 아래에 있으면 궁전에서 출발하는 근위병을 정면 가까이에서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모든 인종이 모인 이곳... 역시 이름값 하는구나

많은 관광객들이 버킹엄 궁을 사진에 담고 있다.
▲ 버킹엄 궁 구경인파 많은 관광객들이 버킹엄 궁을 사진에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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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빅토리아 여왕(Queen Victoria) 동상 주변의 바리케이드 바로 앞에 자리 잡은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관광객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잘 생긴 명마를 타고 있는 기마 경찰들은 바리케이드를 통과하는 사람들을 막으며 관중의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버킹엄 궁 앞의 경찰들의 얼굴 표정이 밝고 친근하다. 경찰들은 노련하게 수많은 군중을 통제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있다.

교통을 통제하는 경찰들이 여유롭다.
▲ 버킹엄 궁 경찰 교통을 통제하는 경찰들이 여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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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마 경찰이 타고 있는 백마는 마치 조각상 같이 덩치가 크고 잘 생겼다. 조용히 멈춰 서 있는 백마는 아름답기까지 하다. 이 광장의 수많은 근위대 말들은 정말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품위가 있다. 그 옛날 왕의 근위병들이 저 말을 타고 달려오면 정말 경외감이 느껴졌을 것이다.

백마를 타고 있는 경찰들에게서 품위가 느껴진다.
▲ 기마경찰 백마를 타고 있는 경찰들에게서 품위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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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장한 백마를 타고 있는 경찰들도 많은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폼 나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멋지고 폼 난다'는 말은 영국의 기마경찰들에게 가장 어울리는 말일 것 같다. 관광객들 사이의 어린 아이들은 기마경찰이 타고 있는 늠름한 말들을 만지며 즐거워하고 있다.

어린이들에게 말은 만지고 싶은 친구이다.
▲ 말을 만지는 어린이 어린이들에게 말은 만지고 싶은 친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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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마 경찰들처럼 기마 경찰대의 말들도 행동이 자유롭다. 어떤 말은 기마 경찰을 태우고 가면서 대로변에 연신 똥을 싸고 있다. 원래 대자연의 초원에 똥을 싸는 말은 수많은 인간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똥을 싸고 있었다. 영국은 말이 대로변에 똥을 누는 광경을 보는 것이 익숙한 모양이다. 마치 우리 가족만 대로변의 말똥을 신기해하고 있는 것 같다.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이 살고 있는 거주지이다.
▲ 버킹엄 궁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이 살고 있는 거주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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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개가 넘는 방을 가진 버킹엄 궁은 영국 왕실이 실제 거주하는 왕궁으로 유명하지만 왕실만큼 유명한 것이 버킹엄 궁에서 하루나 이틀마다 열리는 근위병들의 교대식이다. 계속  반복되는 근위병 교대식에는 매번 수천 명의 사람이 몰리고 있다. 도대체 그 까닭은 무엇일까.

마치 신데렐라가 타고 가는 마차같다.
▲ 왕실 마차 마치 신데렐라가 타고 가는 마차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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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버킹엄 궁의 육중한 정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선봉에 선 군악대가 풍악을 울리며 인파 속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조금씩 가까워지던 근위대들의 퍼레이드가 우리 앞을 지나가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의 사진기 세례가 이어지기 시작했다. 뒤쪽에 자리를 잡은 사람들은 근위대가 잘 보이지 않자 머리 위로 사진기를 올려서 사진을 찍는다. 근위대에서 눈길을 돌려 관광객들을 보자 거의 모든 사람들이 사진기를 앞에 들고 추억에 담고 있었다. 사진기를 든 표정들이 어찌나 똑같던지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근위병들의 곰털 모자, 이런 역사가 있었네

곰털로 만들어진 모자와 빨간 제복이 전통을 느끼게 한다.
▲ 근위대의 행진 곰털로 만들어진 모자와 빨간 제복이 전통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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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곰털 모자에 붉은 제복의 근위대는 늠름하고 멋있다. 곰털을 눌러 쓴 근위대의 행진이 마치 커다란 병정 인형의 행진처럼 보인다. 곰털 아래로 겨우 나온 눈동자는 앞을 주시하고 있다. 그들은 정확히 72cm의 보폭을 유지한다고 한다. 저 절도 있는 행진을 위해 저들은 수많은 시간 동안 연습을 반복했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 앞을 지나는 근위대의 모습을 잠시도 놓치지 않고 눈을 떼지 않았다. 잠시 동안이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를 즐거운 이벤트다.

아무리 봐도 근위병들이 쓴 곰털 모자는 신기하게 생겼다. 이 곰털 모자는 수많은 캐나다 흑곰을 죽여서 만드는 것인데 영국의 동물보호단체는 곰털 모자를 만들기 위한 곰 살상행위를 중단하라는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곰털 모자는 1815년 워털루 전투 이후 적군에게 근위병들의 신장을 크게 보이고 위협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유구한 전통을 가지고 있다.

이 곰털 모자는 지난 200년 동안 영국 왕실 근위병의 상징이 돼 왔다. 아무리 날씨가 더운 여름 날에도 왕궁의 근위병들은 곰털 모자를 꾹꾹 눌러쓰면서 땀을 흘린다. 근위병들의 곰털 모자는 공기도 통하지 않아 무겁고 답답할 것만 같다. 하지만 영국은 이 곰털 모자의 전통을 절대 버리지 않고 있다. 옛것을 절대 버리지 않는 전통의 나라 영국에서 이 곰털 모자는 영국을 상징하는 전통이다.

근위대의 행진이 모두 지나가자 궁전 앞에 모인 사람들은 이제 왕궁을 배경으로 자신들의 사진을 남기기에 여념이 없다. 우아한 르네상스 양식의 버킹엄 궁은 멀리서 보면 건물이 단순하고 그리 커 보이지 않았는데 사진 촬영을 위해 궁 앞에 서자 규모가 상당히 거대해 보였다.

엘리자베스 여왕(Elizabeth II) 등 역대 영국 국왕들이 약 170여 년 동안 거주해온 이 궁전은 영국 여왕의 집이자 집무실이며 영국 왕가의 대소사를 처리하는 곳이다. 원래 이 궁전은 버킹엄 공작(Duke of Buckingham)의 사저였기 때문에 버킹엄 궁전이라는 이름이 전해 내려오게 됐다고.

우리는 모든 여행자들이 그렇듯 버킹엄 궁 앞에서 사진기를 꺼내 들었다. 위병 교대식이 끝나자 옆집 아저씨 같은 경찰들이 너무나 흔쾌히 관광객들과의 사진 촬영에 응해주고 있었다. 사진 모델이 돼주는 버킹엄 궁의 경찰들은 런던 최고의 관광 명소를 더욱 빛나게 하고 있다.

향수 맛볼 수 있는 근위병 교대식

영국의 황금시대를 이끌었던 여왕의 기념비이다.
▲ 빅토리아여왕 기념비 영국의 황금시대를 이끌었던 여왕의 기념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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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의 사진 배경에는 높이가 25m나 되는 빅토리아 여왕 기념비가 서 있다. 빅토리아 여왕은 이 버킹엄 궁에 최초로 거주했던 왕이자 영국의 풍요로운 최전성기를 이끌었던 왕이었다. 나는 석조 조각상의 어느 면에 빅토리아 여왕이 조각돼 있는지 모두 돌아봤다. 빅토리아 여왕은 '더 몰' 방향에 편안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상당히 높은 기단 위에 자리 잡은 여왕의 조각상은 머리 위로 올려보기 때문에 매우 웅장해 보인다. 빅토리아 여왕은 버킹엄 궁에 사는 왕족을 지키는 수호신과 같이 우뚝 서 있다.

빅토리아 여왕은 그녀의 재임 당시 성격이 느껴질 정도로 매우 사실적으로 조각돼 있다. 그녀는 젊고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라 얼굴과 가슴이 후덕한 인상을 주고 있다. 무려 64년 동안이나 해가 지지 않는 나라를 이끌었던 빅토리아 여왕의 임기 후반 모습을 기준으로 조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의 얼굴은 세상 풍파를 다 겪은 듯한 표정에 근엄함을 담고 있다.

석상의 위쪽 끝에는 금빛 찬란한 황금천사상이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있다. 새로 도금을 했는지 황금 천사상은 푸른 하늘과 어울려서 반짝거리고 있었다. 황금천사상은 고색창연함은 없었지만 참 '폼 나게' 화려했다.

나는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버킹엄 궁에 몰리는 이유를 생각해봤다. 전 세계적으로 연결되고 편리해진 현대사회에서 여왕과 궁전, 그리고 근위병들은 너무 매력적인 존재들이 아닐까. 이 매력적인 아이템들을 영화 속이 아니라 직접 현실세계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에서 많은 사람들은 동경심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향수는 오직 영국의 왕가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것이기에 사람들은 영국 왕가 근위병의 행진에 환호하는 것이리라.

나무들이 큼직큼직하여 마음이 시원하다.
▲ 그린 파크 나무들이 큼직큼직하여 마음이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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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차례 이벤트가 끝나자 버킹엄 궁 앞에 모여 있던 거대한 인파는 언제 그랬냐는 듯 조금씩 조금씩 사라져 가고 있다. 우리는 궁전 옆, 그린파크(Green Park)의 플라타너스 고목 행렬 속으로 들어섰다. 공원의 나무들은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큼직큼직하다.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공원에서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런던에서만큼 공원 산책이 멋진 곳은 없다. 나는 가족과 함께 손을 잡고 공원을 걸었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에만 송고합니다. 제 블로그인 http://blog.naver.com/prowriter에 지금까지의 추억이 담긴 세계 여행기 약 300편이 있습니다.



태그:#영국여행, #런던, #버킹엄 궁, #그린 파크, #근위병 교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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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외국을 여행하면서 생기는 한 지역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지식을 공유하고자 하며, 한 지역에 나타난 사회/문화 현상의 이면을 파헤쳐보고자 기자회원으로 가입합니다. 저는 세계 50개국의 문화유산을 답사하였고, '우리는 지금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로 간다(민서출판사)'를 출간하였으며, 근무 중인 회사의 사보에 10년 동안 세계기행을 연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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