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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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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김미화' 하면 어떤 이미지가 연상되는가. 코미디언? 투사?

지난 5년은 대한민국 대표 코디미언 김미화가 투사로 바뀌는 기간이었다. 2007년 <동아일보>와의 마찰부터 시작해서 한 인터넷 신문과의 소송, 일명 '출연금지 블랙리스트'를 둘러싼 KBS와의 소송, MBC 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하차를 둘러싼 싸움, 그리고 소위 '좌파 연예인' 사찰 논란까지. 참 험난한 과정이었다.

그런 김미화가 최근 책을 한 권 냈다. 제목은 <웃기고 자빠졌네>. 김미화씨 본인 표현에 의하면 "지난 수년간 언론, 국가기관 등과의 힘겨운 투쟁을 겪으며 내 나름대로 정리한 기록"이고,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씨의 표현으로는 "김미화의 이명박 생존기"다. 이 책의 최대 미덕은 참 슬프고 어이없는 이야기가 참 재밌고 쉽게 술술 읽힌다는 점이다.

으스스한 늦가을 비가 내리던 6일 오전 서울 목동 CBS에서 김미화씨를 만났다. 그는 책을 쓰게 된 동기를 묻는 질문에 "지금쯤이면 나에게 있었던 일들을 정리할 시점이고, 다시 새롭게 나아갈 시점이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5년 사이 굉장히 단단해지고 강해졌다"며 "내년이 데뷔 30주년"이라고 말했다.

30주년.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다. 그중 20년간 정통 코미디를, 거의 10년간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 사이 그가 산파 역할을 했던 <개그콘서트>는 대한민국 대표 개그 프로그램으로 인기 최정상을 달리고 있다.

- 만약 지금 <개그콘서트>로 돌아간다면 어떤 코너를 하고 싶은지?
"저요? 나름 있는데. 하하하."

- 이미 개그 아이템이 쫘아악?
"하하하. 사실 개그콘서트는 후배들이 너무 잘하고 있어서, 굳이 제가 비집고 들어가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지금처럼, 만들어놓고 흐믓하게 바라보고 이거지, 뭐 써준다면 못할 바는 아니지만 내 마음은 실제로 그래요."

또다른 도전, 고정관념을 깨고 다시 웃기기

그는 "나는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실험해보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내 인생도 마찬가지로 실험을 하고 있는 거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런 그가 데뷔한 지 30년이 지난 지금 도전하고 싶은 실험이 무엇일까? 웃기지만, '다시 사람들을 웃기기'다. 시사프로그램 10년에 어쨌든 투사 이미지까지 생겼는데 다시 코미디로 갈 수 있겠어?라는 고정관념, 이것이 그가 도전하고픈 실험 대상이다.

"돌아보면 제가 처음 코미디언이 됐을 때, 80년대 초반, 그때는 여자 탤런트가 연애를 하다 들키면 방송생활 완전 '쫑'이었요. 결혼하면 더더욱 안 써줬죠. 웃기죠? 코미디언도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제가 뭐 얼굴이 예뻤던 것도 아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얻고 각종 MC를 하게 된 것은 스스로 마음 속으로 잡초라고 선언했기 때문이에요. 잡초처럼 강하게 살아남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각종 불공평하다고 생각되는 인식들과 싸워야 했어요."

- 생각해놓은 아이템이나 장르가 있나요?
"정치코미디나 정치토크쇼를 해보고 싶어요. 이제 나이가 좀 들었기 때문에, 이제 쓴소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제가 이걸 기다렸어요, 나이 드는 것을. 하하하."

대학원 공부를 하고 있다는 말에 무슨 공부를 하고 있는지 물었다. 대답은 동양철학. 그중에서도 예술철학. 의외다 싶어 왜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답이 더 의외였다.

"한자 잘하려고. 하하하. 그것조차도 정치코미디 할 때 폼 나 보이려고 하는 거에요. 진짜로. 정치인이나 알려진 사람들이 때 되면, 감방 들어가면서도 사자성어 쓰지 않아요? 그게 웃기더라고요. 그래서 사자성어 잘하면 폼 나 보이나 해서.(웃음)"

"왜 그러셨어요, 대통령 오빠? 흐흐"

지난 5년은 김미화씨를 개그우먼에서 투사로 변화시켰다. 지난 2010년 KBS와의 일명 '블랙리스트 소송'은 대표적이다. 사진은 당시 KBS로부터 고소당한 김미화씨가 2010년 7월 19일 오전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이다.
 지난 5년은 김미화씨를 개그우먼에서 투사로 변화시켰다. 지난 2010년 KBS와의 일명 '블랙리스트 소송'은 대표적이다. 사진은 당시 KBS로부터 고소당한 김미화씨가 2010년 7월 19일 오전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이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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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화씨를 인터뷰 하는데 이런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가 없다.

-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명박 정권이 끝나갑니다. 소감은?
"속 시원하죠 뭐. 안 갈 줄 알았더니 세월이 가더라구요. 왜 그랬는지, 정권이 끝나기 전에 만나뵙고 싶어요.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독대를 하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왜 그러셨어요, 오빠? 물어보고 싶어. 흐흐."

-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이런 생각해본적 있죠?
"그럼요."

- 그래서 내린 결론은?
"결론은, 할 수 없다. 지나간 일이니까. 저는 그래요. 살아생전에 평가받으려고 노력한다는 게 사실 우스운 일이죠. 누구나 다 죽잖아요. 죽었을 때 사람들이 저를 잘 평가해줬으면 좋겠어요. 전 어릴 때부터 꿈 하나, 난 진짜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대장 코미디언이 될 거야, 그 꿈 하나 있었어요. 6살 때부터 서영춘, 배삼용 선생님이 우상이었어요. 책가방 벗어던지고 그분들 코미디 구경하던 게 가장 행복했던 기억이니까요. 그래서 그 꿈대로 이루었고, 저는 사실 제 인생을 제가 그림 그려놓은 대로 잘 살고 있어요.

살다보면 어떤 욕심이 날 수 있잖아요. 유명해지다보니 정치권에서도 욕심을 내고, 어떤 자리 제안이 오고, 이런 것들이 있지 않겠어요? 이것은 여야를 떠나서입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저 사람은 성향이 이러니까 여권에서는 아닐 거야, 그것은 또 아니더라고요. 정치권에서는 유명한 사람들의 유명세가 반드시 필요하고, 그렇기 때문에 여야를 넘나드는 것 같아요.

만약 제가 그런 욕심이 있어서 자리를 탐했다면? 모르겠어요. 지금, 나를 괴롭혔던 방송사 사장들, 임원들, 그런 사람들 위에서 군림할 수 있었던 자리 제안을 얼마든지 받았어요. 그런 자리에 앉아서, 당신 이리 와봐, 나한테 왜 그랬어? 그렇게 제 한풀이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손짓이 있었단 말이죠. 시사 프로그램을 한 이후에는 더더욱 그런 손짓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그런 게 하나도 부럽지 않았어요.

그런 유혹을 제가 다 뿌리친 것은 제 스스로 재미있는 일이 이거고, 제가 정해놓은 기준대로 가는 게 가장 행복했기 때문이에요. 그게 PD들로부터, 방송쟁이들로부터 인정받았다고 생각해요.

저는 디지털 세상에 살지만 아나로그적인 삶을 추구하는 사람입니다. 사람의 정이 느껴지고, 조그맣게 행복을 느끼고, 따뜻하게 옆에서 손잡아주고, 옆에서 툭툭 등 쳐주는. 그렇다고 해서 작은 사람일까요?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작게 평가할까요? 아닌 것 같아요. 그냥 제가 이렇게 살았던 것, 저의 진심, 제가 어디에 휩쓸리지 않았던 것, 이런 것들을 김미화 사후에, 아, 저 아줌마가 저렇게 살고 싶다고 늘 외쳤는데 저렇게 살다 갔네, 또는 코미디 발전을 위해서 저렇게 애를 썼네, 후배들을 저렇게 사랑했네, 코미디를 사랑했네, 뭐 이런 정도 평가를 들었으면 좋겠어요."

이런 걸 보고 노련하다고 하는 거다. 다음 질문이 뭐가 나올지 이미 알고, 그 이야기라면 명확하니 묻지 말라며 미리 답을 해버리는 거다. 원래 다음 질문은 '정말 정치에 뜻이 없나'였다. 그래도 질 수 없지.

- 그러면 이렇게 한 번 물어볼께요. 그럼 정치는 어떤 사람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정치를 하고 싶은 사람. 그래서 정치를 발전시켜야 되겠다는 확실한 소신이 있는 사람. 저는 정치 발전 보다는 코미디 발전이 더 재밌어요."

웃음이 눈물을 능가한다

김미화. 그는 이 시대의 대표적인 소셜테이너다. 그는 자신의 끼가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갔다. 지난 5월 4일 김미화씨가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방송사 공동파업 시민문화제 '여의도의 눈물'에서 파업중인 언론노동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김미화. 그는 이 시대의 대표적인 소셜테이너다. 그는 자신의 끼가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갔다. 지난 5월 4일 김미화씨가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방송사 공동파업 시민문화제 '여의도의 눈물'에서 파업중인 언론노동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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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가 때이니까 하는 질문입니다. 같은 여성으로서, 박근혜 후보의 여성 대통령론,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건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까, 노코멘트.(웃음)"

- 문재인과 안철수 후보가 만납니다. 기대감이 있습니까?
"있죠."

- 어떤 기대감?
"단일화가 됐으면 좋겠고, 그래서…. 이건 두 분에게만 말하는 것이 아니고, 대통령을 꿈꾸는 분들에게 모두, 정말 사람 값이 더 높은 세상을 만들어주십사 합니다. 그런 세상을 꿈꾸는 거죠."

슬슬 인터뷰를 마무리할 시간이 다가왔다. 김미화씨에게 방송작가로부터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화제를 돌려 다시 코미디 이야기로 돌아왔다.

- 코미디언을 안했으면 무엇을 했을 것 같으세요?
"전혀 상상을 못해봤어요. 저는 한 번도 제가 코미디언이 안 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고요, 그 다음 코미디언이 돼서도 제가 성공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이건 약간 건방진 소리로 들릴 수도 있지만, 그게 바로 저를 이끈 힘이에요. 긍정의 힘."

- 책을 보면 눈물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그것도 숨어서 운. 어찌보면 웃음과 눈물이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도 드는데요. 웃음에 대한 철학이 있다면?
"웃음은 눈물을 능가한다. 그래서 코미디언이 사람들을 울리면, 더 깊어요. 저는 희극이 비극을 능가한다고 생각해요. 희극이라는 장르가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후 인터뷰] '버럭 전화' 주인공은 한선교

 김미화의 새 책 <웃기고 자빠졌네>. 코미디언 전유성씨는 이 책을 "시원한 속풀이 해장국 같은 이야기"라고 표현했다.
▲ '버럭 전화' 주인공은? = <웃기고 자빠졌네>를 보면 김미화씨가 KBS와의 소송으로 한참 힘들 때 갑자기 전화해서 "그러니까 당신이 정치적이라는 거야!"라고 고함치는 국회의원이 등장한다. ◯◯◯ 의원, 그는 누구일까?

인터뷰 후 점심 식사를 하면서 넌지시 물었다. 답이 없다. 그렇다고 넘어갈소냐. 나는 이미 인터넷 검색을 하고 왔다. 2002년 12월 SBS 대선 개표방송 때 김미화, 남희석씨와 함께 노무현 당선자에게 하회탈을 전해준 진행자는? 요즘 '문자 사고'로 SNS에서 한창 뜨거운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이다.
- 한선교 의원이 맞죠?
역시 웃기만 할 뿐 답이 없었다.

▲ 김미화가 말하는 나꼼수 멤버들 = 매주 '1%가 아닌 99% 국민을 위한 편파방송' <나는 꼽사리다>를 진행하는 그에게 나꼼수 멤버들에 대해 물었다.
- 김미화가 보는 우석훈, 선대인은?
"너무 괜찮은 친구들. 돈에 욕심 안내고, 생각이 바르고, 사명감 있는."
- 김미화가 보는 주진우는?
"늘 실실 웃고 다니지만, 아주 저력있는 친구. 누나팬들이 많고, 또 잘하고. 늘 스킨십."
- 김미화가 보는 김용민은?
"정말 착한 아이. 마음도 여리고, 기도도 많이 하고. 우리가 따라갈 수 없는 따뜻한 마음이 있다."
여기까지 물었는데 음식이 나왔다. 아, 배고프니까 '나꼼수 대장' 김어준은 생략!




태그:#김미화, #웃기고 자빠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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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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