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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1학년 등 다음세대까지 자발적으로 참여한 수원시 지동 벽화마을입니다.
 고 1학년 등 다음세대까지 자발적으로 참여한 수원시 지동 벽화마을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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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게 찍어주세요."

벽화 그리는 여학생(고 1)들에게 "사진 찍어도 돼?"라고 넌지시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진지하던 얼굴이 환하게 바뀌면서 곧바로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꽃다운 나이에 자원봉사로 벽화까지 그릴 줄 아는 젊은 청춘을 예쁘게 찍는 건 당연한 도리.

지난 3~4일 수원시가 주최하고 미디어 '다음'이 주관한 파워소셜러 1박 2일 수원여행에 다녀왔습니다. 취지는 '스쳐 가는 관광지를, 자고 가는 관광지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였습니다. 꾸준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거 아실 겁니다. 좋은 성과 있길 기대합니다.

프로그램은 아버지 사도 세자를 기리는 정조의 효심이 녹아 있는 세계문화유산 수원 화성, 활쏘기 체험, 해넘이와 야경 구경, 지동 벽화마을 탐방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여기에는 염태영 수원시장까지 동행했습니다. 진정성이 읽히는 대목입니다.

그러고 보니 대학을 수원에서 다녔으니 23년 만에 다시 찾은 셈입니다. 당시에는 수원화성이 지금처럼 정비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멋있는 문화유적 도시로 가꿨더군요. 수원 지킴이들의 노력에 감탄했습니다. 그럼, 행복이 가득한 지동 벽화마을로 가 볼까요.

수원 지동 벽화마을에서 인상적이었던 세 가지

지동 벽화마을에도 단풍이 곱게 물들었습니다.
 지동 벽화마을에도 단풍이 곱게 물들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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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에 나와 총감김치를 버무리는 남자 모습은 압권이었습니다.
 골목에 나와 총감김치를 버무리는 남자 모습은 압권이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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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동 벽화마을 사람들을 뒤에서 돕는 기노헌 팀장(좌)과 유순혜 작가입니다.
 지동 벽화마을 사람들을 뒤에서 돕는 기노헌 팀장(좌)과 유순혜 작가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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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수원시 지동 벽화마을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다음 세대와 함께한다는 점입니다. "벽화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소리에 직접 신청해 벽화를 그리는" 여학생들이었습니다. 아마추어와 프로가 함께 벽화 그리기에 동참하는 다양한 시도 속에 자발적으로 희망 만들기에 동참한 어린 소녀들의 모습에서 새로운 희망을 보았습니다.

둘째, 그림도 그림이지만 사람 사는 냄새가 풀풀 풍겼다는 겁니다. 특히나 골목에서 김치 담는 모습은 압권이었습니다. 집에서 김치 담는 건 흔한 일상입니다. 하지만 골목으로 나와 김치 담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것도 여자 아닌 남자가 총각김치를 버무리며 맛보길 원하는 이에게 나눠주는 미덕까지 녹아 있었습니다.

김치 담는 광경을 보며 퍼뜩 떠오른 생각이 있었습니다. 이런 모양새를 간직한 골목으로 특화시키면 괜찮겠다는 싶었습니다. 벽화뿐만 아니라 '골목에서 우리네 일상사 재현을 접목하면 어떨까?' 하는 의견입니다. 사는 맛은 여러 사람이 어울려야 제맛이고, 거기에서 사는 냄새를 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 사람이 희망이었습니다. 지동 마을 만들기 사업의 주체는 물론 동네사람입니다. 하지만 뒷받침도 매우 중요합니다. 편한 자리 마다하고 주민 속으로 뛰어든 수원시 마을만들기추진단 기노헌 팀장, 벽화길 조성 총 책임자인 유순혜 작가, 종탑을 노을빛 전망대로 개조해 일반에 개방한 지동 제일교회(담임목사 이규왕) 등이 그들이었습니다. 마을과 하나 되려는 마음이 충분했습니다.

시대의 과제, 경제 민주화 통한 '희망 찾기'

지동 벽화마을 그림 속에는 문태준 시인의 시도 들어 있었습니다. 시 속에는 사람 사는 냄새를 풍기는 '우리 함께'가 들어 있었습니다.
 지동 벽화마을 그림 속에는 문태준 시인의 시도 들어 있었습니다. 시 속에는 사람 사는 냄새를 풍기는 '우리 함께'가 들어 있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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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동 제일교회 종탑인 '노을빛 전망대'에서 본 수원 화성 야경입니다.
 지동 제일교회 종탑인 '노을빛 전망대'에서 본 수원 화성 야경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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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순혜 작가 등 프로가 꾸미는 지동 벽화 골목의 밑그림입니다.
 유순혜 작가 등 프로가 꾸미는 지동 벽화 골목의 밑그림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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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똑같이 벽화마을 사업을 진행하는 지자체에 발전적 쓴소리 좀 하겠습니다. 마을 만들기 사업으로 진행되는 벽화마을은 전국에 널렸습니다. 벽화마을의 대명사로 꼽히는 경남 통영 동피랑에서부터 대구 마비정, 제주 남성, 울산 신화, 강원 동해, 충북 청주 수암, 충남 대전 세동, 부산 해운대, 여수 고소동까지 넘쳐납니다.

문제는 벽화마을이 대부분 거기서 거기라는 겁니다. 왜냐하면 선진지 견학 등을 통한 벤치마킹으로 노하우를 전수(?)받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그 지역만의 색다름을 넣는다고 하나, 또 다시 벤치마킹에 의해 닮은꼴로 베껴지기 때문입니다. 하여,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다른 시초 사업을 찾는 게 우선입니다.

그렇다고 좋은 마을 만들기 사업을 집어치우자는 소리가 아닙니다. 지속 되어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사람이 떠나는 낙후된 마을에 변화를 줘 주민들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긍정의 효과가 크니까. 다만, 지역 특색을 나타내는 차별화 전략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또한 기노헌 팀장의 마을 만들기 철학은 참고할 만합니다.

"수원시 마을 만들기는 시민이 주도하고 행정이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시민 공동체 회복 운동이다. 여기에 지역기업, 종교단체 등 다양한 추진주체가 참여하여 지속가능한 시민운동으로 정착되는 중이다."

부자만 배부른 암울한(?) 이 시대에 부여된 첫 번째 과제는 '더불어 함께'라는 경제 민주화를 통한 나눔의 희망 찾기일 것입니다. 부디 수원시의 희망 찾기가 결실을 맺길 바랍니다.

지동 벽화마을에 놓인 접이식 평상에 앉은 할머니들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아서 좋다"고 하십니다.
 지동 벽화마을에 놓인 접이식 평상에 앉은 할머니들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아서 좋다"고 하십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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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동 벽화마을에 그려진 '고양이와 생선' 그림입니다. 넘치는 해학이 웃음짓게 합니다.
 지동 벽화마을에 그려진 '고양이와 생선' 그림입니다. 넘치는 해학이 웃음짓게 합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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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동 벽화마을에는 마을에 있는 슈퍼를 그려 넣었습니다. 철학이 담긴 겁니다. 주인은 "덕분에 장사가 잘 돼 신난다"고 합니다.
 지동 벽화마을에는 마을에 있는 슈퍼를 그려 넣었습니다. 철학이 담긴 겁니다. 주인은 "덕분에 장사가 잘 돼 신난다"고 합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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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태그:#수원 지동 벽화마을, #수원 화성 야경, #경제민주화, #희망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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