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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 공동선언 준비와 후보단일화 논의가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문재인 대선후보 측 진성준 대변인)
"공동선언 협의가 우선이고 단일화 협상팀은 그 후에 순차적으로 구성한다.(안철수 대선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

지난 6일 2시간 동안의 첫 단독 회동을 끝낸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는 웃으면서 회담장을 빠져나왔지만, 곧바로 양측 캠프의 치열한 신경전이 시작됐다. 후보들이 도출해낸 합의문에 대한 양 캠프의 해석이 엇갈린 탓이었다.

새정치 공동선언 작성을 위해 구성하기로 한 실무팀의 성격과 역할이 문제였다. 문 후보 측 진성준 대변인은 "후보 단일화 방식과 경로를 함께 협의해 나갈 기구"라며 "공동선언을 우선적으로 발표한다고 한 것은 정치혁신을 강조해 왔던 안철수 후보 측 입장을 존중한 것"이라고 밝혔다.

험한 말 오간 양측 신경전... 문 후보 측 입장 수정으로 일단락

야권 대선주자인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지난 6일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만나 후보등록 전 단일화에 합의했다.
 야권 대선주자인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지난 6일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만나 후보등록 전 단일화에 합의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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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대변인의 이야기가 전해지자 안철수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실무팀은 새정치 공동선언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고 단일화 협상팀은 그 후에 순차적으로 구성한다"고 밝혔다. 문 후보 측은 원래 주장해왔던 대로 정치혁신안 협의와 단일화 방식을 두 트랙으로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고 안 후보 측은 선 정치혁신 논의 후 단일화 논의라는 기존 입장 유지하면서 팽팽히 맞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진 대변인은) 회동 현장에 없지 않았느냐"(유민영 대변인), "안 후보 측이 합의에 어긋나는 브리핑을 한다"(진성준 대변인)는 험한 말도 오갔다.

진 대변인은 재차 "실무팀에서 단일화 과정도 함께 논의하면 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며 "실무적으로 공동선언을 먼저 논의해서 발표하고 단일화로 넘어가자고 할 수는 있지만, 공동선언이 전제가 돼야 단일화 논의로 넘어간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입장을 밝혔다.

결국 안 후보 측 조광희 비서실장이 문 후보 측 노영민 비서실장에 전화를 걸어 문제 제기를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단일화 협상이 후보들의 첫 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삐걱거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양 캠프 간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던 오후 11시께 진성준 대변인이 "공동선언 실무팀이 단일화 협상을 진행한다고 했는데 명백한 오해였다"고 한발 물러서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진 대변인은 "공동선언 논의는 2~3일 내에 종결될 수 있으니 우선 협의하고 만약 그 기간 동안 마무리하지 못하면 별도의 팀을 꾸려 단일화 협상을 하기로 한 것"이라며 "공동선언 실무팀과 단일화 협상팀을 따로 꾸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르면 내주 단일화 협상 시작... 가능한 방식은 여론조사?

이로써 양측 공방은 일단락 됐지만 후보단일화 협상 개시 시점을 둘러싼 양측의 신경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 측은 후보등록 마감일인 26일 전까지 단일후보를 선출하기 위해서는 지금 협상을 시작해도 빠듯하다는 입장이지만 안 후보 측은 정치쇄신안 및 가치연합 논의와 단일화 논의가 함께 진행되면 사실상 단일화에만 관심이 집중돼 단일화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며 느긋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단일화 협상을 늦출수록 안 후보 측에 유리한 여론조사 방식을 관철하는 데 유리하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후보등록까지 20일도 남지 않았는데 선거인단을 구성해 투표하는 국민참여경선을 치르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단일화를 추진하는 데 있어 유리함과 불리함을 따지지 않겠다"는 합의사항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단일화 방식에 관한 문구 하나를 둘러싸고도 교착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큰 게 단일화 협상이라는 것이다. 특히 새정치 공동선언을 마련하는데 2~3일밖에 걸리지 않는다 해도 본격적인 단일화 협상은 다음 주(11월 셋째 주)에나 가능하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경선을 하기 위해서는 룰이 정해진 후 실무 준비에만 최소 일주일이 걸린다"며 "사실상 경선 방식의 단일화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문 후보 선거대책위에서는 "우리 후보가 너무 많은 양보를 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물론 문 후보가 단일화 원칙 중 하나로 제기했던 '후보 등록 전 단일화'를 관철시킨 것은 성과로 꼽힌다. 선대위 고위 관계자는 "안 후보가 회담장에 초안이 담긴 종이를 한 장 들고 왔는데 거기에는 후보등록 전 단일화가 포함돼 있지 않았다"며 "문 후보의 설득으로 합의문에 들어가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진성준 대변인은 이날 회동이 끝난 후 "이날 회동에서 단일화를 한다는 합의만 이끌어내도 성공이라고 봤는데 시기까지 못 박은 것은 최선의 결과"라고 말했다.

하지만 단일화 협상 시기를 늦출 빌미를 주게 된 점, 정치 혁신에 있어 안 후보에게 주도권을 내준 듯한 모습으로 비치는 점은 아쉽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합의문 7개 항 중 2~3번째인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새 정치와 정치 혁신이 필요하고, 정치 혁신의 첫걸음은 정치권이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과 "단일화는 대선 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한 단일화, 가치와 철학이 하나되는 단일화, 미래를 바꾸는 단일화"는 평상시 안 후보가 해왔던 말을 그대로 반영했다.

선대위 관계자는 "안 후보는 정치혁신을 자신만의 브랜드로 더 강화할 수 있게 됐고, 민주당은 단일화 과정에서 끊임 없이 안 후보의 쇄신 압박을 받게 됐다"고 우려했다.

문재인, 여러 논란에 "맏형처럼 통 크게 가자"

야권 대선주자인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지난 6일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만나 후보 단일화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야권 대선주자인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지난 6일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만나 후보 단일화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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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낙관론도 있다. 선대위 고위관계자는 "원래 회동에서 문 후보가 핵심적으로 제기하려 했던 의제는 후보등록 전 단일화와 정치쇄신·정책연합·단일화를 동시에 협의하자는 것이었는데 둘 다 반영된 것 아니냐"며 "새정치 공동선언문 협의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동시에 단일화 협상을 하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동 후 문 후보가 선대위원장과 본부장들과 함께한 자리에서는 "문 후보가 참 잘하셨다"는 격려와 함께 박수도 터져나왔다고 한다.

문 후보는 양측 대변인들간의 공방, 합의안이 누구에게 유리하냐는 논란에 대해 "작은 부분에 얽매이지 말고 큰집의 맏형처럼 통 크게 가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안철수 후보 양측은 당장 7일부터 새정치 공동선언 마련을 위한 협의에 돌입한다. 이를 위한 실무팀은 각 후보 쪽에서 3명씩 참여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문 후보 쪽에서는 정해구 새로운정치위원회 간사·김기식 미래캠프 지원단장·김민영 시민캠프 공동대표 등이, 안철수 후보 측에서는 김호기 정치혁신포럼 대표·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고원 서울과기대 교수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태그:#문재인, #안철수, #단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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