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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던 2008년 2월 2일 부인 김윤옥씨와 함께 서울 용산구 후암동 중증장애인 요양시설 '영락 애니아의 집'을 방문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던 2008년 2월 2일 부인 김윤옥씨와 함께 서울 용산구 후암동 중증장애인 요양시설 '영락 애니아의 집'을 방문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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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딱 열흘 남았다. 하지만 녹록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땅 매입 의혹을 수사 중인 이광범 특별검사팀의 수사기한은 11월 14일까지다. 한 차례 15일간 연기할 수 있지만,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과 현재 특검팀과 청와대측의 불편한 기류를 감안하면 쉽지 않은 문제다.

그 열흘 중 닷새는 이 대통령 내외가 국내에 없다. 이 대통령은 오는 7~11일 인도네시아와 태국 순방 일정이 잡혀있다. 인도네시아 방문은 포럼 참석차, 태국 방문은 지난 태국 총리 방한에 대한 답방 성격이라는 것이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이번 순방에는 대통령 부인 김윤옥씨도 동행한다.

현재 특검팀은 어디까지 왔고 남은 사안은 무엇일까.

▲ 대통령 아들 소환했던 특검 "김윤옥 조사한다"  = 특검팀은 5일 김윤옥씨에 대한 조사 방침을 명확히 밝혔다. 다만 조사 방법에 대해서는 열어놨다. 이창훈 특검보는 이날 오전 "(김윤옥씨를) 조사할 방침이라는 부분은 결정된 상태"라며 "다만 조사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는 현재 청와대측과 조율중에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내외분이 해외 순방 일정이 잡혀있기 때문에, 해외 순방에 앞서서 조사 이야기가 나오는 게 국가 원수인 대통령에 대한 예우나 국가 품위와 관련해서 고려할 때 적절치는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면서 "결국 오늘(5일)이나 내일(6일) 사이에 조사가 이루어지기는 힘들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남는 것은 귀국(11일)과 종료일(14일) 사이인 12~13일 뿐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조사 방법도 서면조사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실 김씨가 이번 사건에 관여한 정황은 제한적이다. 반면 이 대통령은 훨씬 직접적으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헌법상 재임중 불소추 특권이 있기는 하지만, 그 부인까지 조사하는 마당에 훨씬 혐의가 짙은 이 대통령은 조사도 하지 않는다? 특검이 처한 딜레마다.

이명박 정부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의혹사건을 수사중인 이광범 특검이 지난 10월 25일 오전 서초동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의혹사건을 수사중인 이광범 특검이 지난 10월 25일 오전 서초동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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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밝혀진 사실과 밝혀야할 의혹들 =
이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가 사저 땅 매입자금 중 일부인 6억 원을 큰아버지 이상은 (주)다스 회장으로부터 차용증을 쓰고 현금으로 빌렸다는 것이 지난 검찰 수사와 이번 특검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차용증은 지난해 5월 20일 이시형씨가 컴퓨터로 출력해 이상은씨에게 가져갔으며, 돈이 오간 날은 지난해 5월 23일이 아니라 24일이라는 것이 특검 수사를 통해 새롭게 밝혀진 사실이다. 또한 지난 검찰 조사 때 이시형씨 서면 진술서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것이 아니라 청와대 행정관이 대신 썼다는 것도 새롭게 나왔다.

이명박 대통령 아들 이시형씨가 지난 10월 25일 서울 서초동 이광범 특검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
 이명박 대통령 아들 이시형씨가 지난 10월 25일 서울 서초동 이광범 특검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
ⓒ 조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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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두 사람의 서명이 되어있는 이 차용증을 과연 믿을 수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특검도 차용증이 사후에 작성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컴퓨터 원본 파일을 확보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입수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검찰에 제출했던 이시형씨의 서면 진술서를 청와대 행정관이 대신 작성했다는 점도 의문이다. 어떤 경위로 대신 작성하게 됐는지, 누가 작성했는지, 과연 대신 작성했다는 말이 맞는지, 모두 검증이 필요한 대목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청와대 깊숙한 곳에서 일어난 일이다. 현재 청와대측은 차용증 원본 파일에 대해서도, 서면진술서 작성자에 대해서도 모른다는 입장으로 알려져 있다.

이시형씨가 내야 할 부동산 중개료 1100만 원도 청와대 경호처가 대납했다가 문제가 불거진 후에야 받았다는 것도 새롭게 밝혀졌다. 또한 내곡동 사저 땅 부지에 있던 건물 철거업체와의 계약이 이 대통령 이름으로 이루어진 것도 특검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 사법처리는 어디까지 =
현재까지 특검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한 사람은 모두 4명이다. 이시형씨를 비롯해 사저 땅 매입 실무를 담당했던 김태환 전 청와대 경호처 행정관, 그리고 그 책임자인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 마지막으로 '대통령의 집사'로 불리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다.

이들은 이번 특검 수사에서 사법처리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동산실명제 위반과 배임 혐의 외에도 이시형씨가 내야 할 부동산중개 수수료를 경호처가 대납한 부분에 대해서는 횡령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이들이 기소될 경우 당초 지난해 10월 민주당이 이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고발했던 피고발인 중 임태희 전 청와대 대통령실장을 제외한 모두가 사법처리를 받게 된다.

임 전 실장은 특검의 칼날을 피해갈 것으로 보인다. 이창훈 특검보는 5일 임 전 실장에 대한 조사 여부를 묻는 질문에 "조사는 하는데, 굳이 불러서 할지 서면조사로 마무리 할지 그것만 남은 상태"라며 "(수사 결과) 임 실장 이야기는 거의 안 나오고 있기 때문에"라고 말했다.

지난 6월 검찰 수사 때는 관련자들이 전원 무혐의 처리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큰형인 이상은 다스 회장이 내곡동 사저부지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참고인 자격으로 1일 오전 서울 서초동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는 동안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큰형인 이상은 다스 회장이 내곡동 사저부지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참고인 자격으로 1일 오전 서울 서초동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는 동안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조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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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대통령 조사할까 = 이번 사건의 많은 정황 증거들이 이 대통령을 가리키고 있음은 명백하다. 물론 주요 피의자들이 적극 이 대통령과의 연관성에 방어막을 치고 있다. 당초 "아버지가 시킨 대로 했을 뿐"이라고 밝혔던 이시형씨는 특검 조사에서 진술을 번복해 자신이 소유할 생각으로 땅을 구입했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김인종 전 경호처장과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도 이 대통령은 관련 사항을 전혀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살 집도 아닌 대통령 본인이 퇴임 후 살 집과 관련된 사건에, 대통령의 아들과 부인, 경호처장, '대통령의 집사'까지 연루되어 있는 행위에 대해 이 대통령 본인은 전혀 관련이 없었다? 이건 상식의 문제다.

특히 이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씨가 이시형씨에게 빌려준 6억 원의 출처가 이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 도곡동 땅을 판 자금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렇게 되면 사실은 빌려준 것이 아니라 이 대통령이 자기 돈을 빼 쓴게 된다.

이창훈 특검보는 대통령 조사 여부를 묻는 질문에 "(청와대측과) 조율이 끝나면 말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지금 알려진 사실로 보기에 김 여사보다는 이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더 절실하고 필요한 것 같은데'라는 질문에 "모든 사항을 다 고려해서 생각중"이라며 "그런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다"고 답했다.

헌법상 현직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 불소추 특권이 있지만, 그렇다고 조사까지 받지 못한다고 명시되어 있지는 않다.


태그:#특검, #내곡동 사저, #이명박, #김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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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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