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라잇 온 미> 포스터

영화 <라잇 온 미> 포스터 ⓒ (주)레인보투 팩토리

흔히 동성애 영화라고 하면 성 정체성 혼란, 주위의 반대, 따가운 시선 등을 다룬 이야기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하지만 <라잇 온 미>는 금지된 사랑을 나누는 주인공이 동성애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세상의 편견과 맞서 싸우는 장면이 공식처럼 정형화된 영화가 아니다. 보통 남녀가 사랑하고 싸우고 자연스레 이별하는 것처럼 남남 커플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 여느 연애 이야기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사랑 영화다.

새 영화 프로젝트를 위해 뉴욕으로 온 재능 있는 영화감독 에릭(투레 린드하르트)은  전화 데이트를 통해 출판사 변호사로 일하는 폴(재커리 부스)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일찍이 남다른 성 정체성을 파악한 에릭과 달리 뒤늦게 커밍아웃한 폴은 에릭을 만나 사랑을 나누는 일이 행여 남들에게 들킬까 두렵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폴은 공개적으로 에릭의 생일 파티를 주최하고, 에릭과 폴은 공식적으로 동거에 들어간다.

아직 동성애에 우호적이지 않은 대다수 한국 사람들의 정서와 달리, 누나, 친구 등 에릭의 주변 인물은 두 사람의 사랑을 지지하고 응원한다. 에릭과 폴의 사이를 금가게 하는 것은 주변의 반대나 사회적 편견이 아닌 폴의 약물 중독이다. 에릭과 처음 만날 때부터 폴은 약물을 복용해왔고 두 남자의 관계가 무르익었을 즈음에는 격리 수용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으로 번진다.

폴의 미래를 위해서 눈물을 머금고 잠시 이별을 택한 에릭은 "그럼에도 넌 네게 최고의 남자야"라고 변치 않은 사랑을 다짐한다. 하지만 에릭의 헌신적인 기다림에도 폴의 오랜 약물 중독은 고쳐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만남과 이별. 재회를 반복하면서 10년 동안 연인 관계를 지속한 두 남자는 정작 에릭과 폴을 오랜 기간 갈라놓았던 장애물이 완전히 제거될 때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리게 된다.

 영화 <라잇 온 미> 스틸 사진

영화 <라잇 온 미> 스틸 사진 ⓒ (주)레인보우 팩토리


동성애가 아니라 오직 '사랑' 그 자체에 집중한 <라잇 온 미>는 동성애자이기도 한 아이라 잭스 감독의 자전적 경험이 묻어난 이야기다. 극 영화와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활동하는 잭스 감독은 극 중 에릭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특히나 잭스 감독의 실제 애인인 보리스 토레스의 그림은 오프닝에 삽입되어 영화를 한층 빛나게 한다.

동성애자를 둘러싼 사회적 편견이 아닌, 다른 라이프스타일과 성격 차이를 이기지 못하고 이별을 반복하는 두 남자는 서로 사랑하고 있음에도 사랑해서 헤어지는 그런 사이다. 두 남자의 애틋한 사랑을 섬세하게 그려낸 연출도 일품이지만, 소수만이 공감할 법한 동성애 이야기를 '보통의 연애'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퀴어 영화'가 아닌 '멜로'로 받아들여도 무방할 법하다. 2012년 베를린 국제 영화제 테디 베어상 수상. 11월 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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