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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0일, 대구 시내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이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유아 무상교육', '공사립 차별 철폐' 등이 주장의 핵심.
 10월 30일, 대구 시내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이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유아 무상교육', '공사립 차별 철폐' 등이 주장의 핵심.
ⓒ 정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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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가 지난 28일 '전국 8370개 국공립 및 사립 유치원 공시'를 통해 발표한 공사립간 교육비 격차 통계가 사립 유치원 측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교과부는 월 평균 7만1810원의 교육비를 받는 국공립 유치원에 비해 사립 유치원은 그 5.97배나 되는 42만8793원을 학부모에게 부담시킨다고 공시했다.

사립유치원 측은 '의도적인 통계의 오류'라고 즉각 반발, 30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 16개 시도별로 동시다발 집회를 열었다. 대구시교육청 앞 집회에서 사립유치원 관계자는 "공립은 운영비가 학생 1인당 70만 원 든다. 그런데 교육청은 사립에 20만 원만 지원한다. 사립 유치원이 학부모에게 받는 교육비는 월 30∼40만 원 수준인데, 그 돈에는 교육청 지원비도 포함되어 있다. 어떻게 사립유치원이 공립의 5.97배를 받는다고 할 수 있느냐"며 분개했다.

사립유치원이 국공립의 5.97배 교육비를 받는다고?

'국공립은 건축비, 시설비, 인건비 등을 모두 국가예산으로 부담한다. 사립은 모든 투자가 개인 출연이다. 하지만 지금도 국공립 유치원은 정원을 채우지 못한 곳이 수두룩하다. 게다가 저출산 사회 분위기 탓에 장차 유치원 취학 아동의 수는 계속 줄어들 전망이다. 그런데도 대선을 앞두고 국공립 유치원 증설로 학부모들의 유치원 교육비를 낮추겠다는 식의 발표를 하고 있다. 예산 낭비다. 사립 유치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면 문제는 모두 해소된다.'

집회에서 사립 유치원 측은 "국가가 책임지는 유아 무상교육, 전국 사립 유치원의 공립 전환, 사립 유치원에 임대료 지급, 정부의 임대형 민자사업(BTL)에 사립 유치원 포함, 사립 유치원 경영자의 법적 지위 보장, 개인재산으로 설립한 사립 유치원의 투자비 보장" 등을 주장했다.

유치원 지원도 공·사립 차별 철폐 시급

예로부터 국공립 학교와 사립 학교는 병존해 왔다. 고구려의 태학과 경당, 조선의 향교와 서원이 그 대표적 사례다. 그렇게 함으로써 국가는 적은 예산을 들이면서도 큰 교육적 효과를 얻을 수 있었고, 개인은 나라와 겨레를 위해 교육사업을 한다는 자부심을 느꼈다.

지금 중등 학교에서는 국공립과 사립 사이에 재정적, 행정적 차별이 많이 없어졌다. 평준화 덕분이다. 하지만 사립 초등학교와 자사고 계열의 사립고교에는 국가예산이 지원되지 않는다. 학부모로부터 고액의 교육비를 받아서 운영되기 때문이다.

사립 초등학교는 전국에 76개교 있다. 이 76개 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전국 초등학생 313만2477명의 1.37% 수준 밖에 안 된다. 사립 초등학교에 국가예산이 지원되지 않는 데 대해 별 이론이 없는 까닭이 저절로 헤아려진다.

초등학생에 맞먹는 수의 유치원생들, 78%가 사립 출신

하지만 사립유치원은 다르다. 전국의 유치원생 56만4834명 가운데 43만8739명이 사립 유치원에 다닌다. 무려 77.68%가 사립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쯤 되면 사립유치원을 '개인 재산'으로 볼 시대는 지났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하면서 설립별 차별을 하지 않듯이, 유치원에도 그렇게 해야 한다. 해법은 간단하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처럼 무상교육을 하면 된다. 자사고처럼 운영하겠다는 사립유치원은 제외하면 중등과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지 않는다.

유치원 진학률이 초등학교에 비해 낮기 때문에 그렇게 하면 부잣집 아이들만 혜택을 받는다고? 현재 전국 초등학교의 1개 학년 학생 수는 약 52만279명이고, 유치원 학생수는 56만 4834명이니 낮은 것도 아니다. 그리고 무상교육으로 전환하면 자연스레 진학률 100%가 될 것이니 '기우'를 근거로 유치원 무상교육을 반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

대구 시내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이 대구시 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대구 시내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이 대구시 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 정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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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망국' 해결할 '교육 대통령'을 기다린다

유아 무상교육을 주장하는 사립유치원연합회의 인식은 옳다. 설립별 차별 철폐 주장도 옳다. 기존의 사립 유치원을 '차별 없이' 지원하는 것만으로도 학부모의 부담은 충분히 줄일 수 있는데, 그 노력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국공립 유치원 증설' 카드로 '정치적 선심'을 사겠다는 교과부와 교육청의 태도는 옳지 않다. 비효율적일 뿐더러 비교육적이다.

대통령 선거가 '코앞'이다. 유아 무상교육, 설립별 지역별 교육 차별과 격차, 무상 급식, '우골탑'을 넘어 '집 있는 거지'를 양산하는 대학 등록금, 초중등교육을 수렁으로 빠뜨려온 잘못된 대학입시 제도 등등, 산적한 교육문제를 해결할 의지와 능력을 갖춘 후보는 누구인가? '교육 입국'이며 '교육 국가백년지대계'라고 했으니, 이번이야말로 '교육 대통령'을 뽑아야겠다.


태그:#사립유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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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한인애국단><의열단><대한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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