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이 50주년 기념작 '007 스카이폴'로 되돌아 왔다. '아메리칸 뷰티'를 만든 샘 멤데스가 메가폰을 잡고, 6대 제임스 본드 다니엘 크레그가 코드명 007로 귀환했다.

 공포에 질린 표정연기가 좋았고 섹시한 아름다움을 보여준 베레니스 말로히.

공포에 질린 표정연기가 좋았고 섹시한 아름다움을 보여준 베레니스 말로히. ⓒ 소니픽쳐스릴리징월트디즈니스튜디오코리아(주)


대부분의 매체들이 007시리즈 가운데 가장 잘 만든 작품이라고 호평 일색이다. 포탈의 전문가 평점이 올해 개봉된 영화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네이버가 8.6이고 다음이 8.3이다. 그러나 네티즌들의 평점은 그다지 높은 수준이 아니다. 다음은 6.6이고 네이버는 7.5이다. 이유가 뭘까? 전문가들은 007시리즈만 가지고 영화를 평가하고 있고, 네티즌들은 다른 액션영화나 첩보영화들과 비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평점을 근거로 영화를 보러 간 나에게도 기대 이하였다. 긴장감이 너무나 느슨해 상영시간 143분이 길게 느껴졌다. 사실 중간 중간 지루해서 자연스레 딴 생각이 머리를 채우기도 했다.

먼저 액션과 플롯들이 대부분 클리셰들로 이뤄져 있다. 차로 추격을 벌이는 장면들, 기차 액션, 몸싸움과 총질들 모두가 대부분 다른 곳에서 나왔던 것이다. 조금 새롭다 할 수 있는 것은 엘리베이터에 양손으로 매달려 올라가는 것과 몸싸움하다 총이 난사돼 저수지 얼음이 꺼지면서 빠지는 장면, 지하철이 폭탄으로 구멍 난 지하로 쳐박이는 장면 정도다.

자동차 추격장면은 지붕위를 달리는 새로움도 있었으나, 길거리 좌판들을 쳐박는 필요 이상으로 난폭한 운전 때문에 오히려 진부했다. 엘리베이터 액션도 사실 헬리콥터에 매달리거나 건물 난간에 매달리는 장면의 변용일 뿐이다.

 배신당한 정보요원으로서 국가의 적이 되어 나타난 실바의 역을 인상적이게 연기한  하비에르 베르뎀.

배신당한 정보요원으로서 국가의 적이 되어 나타난 실바의 역을 인상적이게 연기한 하비에르 베르뎀. ⓒ 소니픽쳐스릴리징월트디즈니스튜디오코리아(주)


한국 첩보드라마 '아이리스'와 비교해도, 긴장감이나 이야기 구성의 짜임새가 한참 밑에 있다. 그리고 디테일의 세련됨이 없었다. 액션도 '아저씨'나 '악마를 보았다' 보다 못했다.

제작비가 1억 5천만 달러라고 하는데, 10월 26일의 환율로 계산하면 우리 돈으로 1천 6백47억 원이 들어갔다. 그런데 관람 도중 잡념이 생길 정도니, 그 돈을 좀 더 나은 곳에 쓰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프리카의 굶주리는 주민이나 하루를 힘들게 살아가는 노인들에게 기부하거나, 날로 심각해지는 지구온난화 해결을 위해 쓴다던지 말이다. 나온 차도 그렇게 색다르지 않다. 애스턴 마틴의 DB5 빼고는 길거리 나가면 볼 수 있는 재규어, 아우디, 랜드로버가 고작이다.

마음에 드는 부분은 자신의 몸과 다른 요원 6명의 몸으로 교환하는 조건으로 국가로부터 배신당하여 적이 된 실바의 역을 맡은 하비에르 베르뎀의 연기와 본드 걸 두 명의 섹시함과 아름다운 외모였다.

 섹시함을 보여준 이브역의 나오미 해리스.

섹시함을 보여준 이브역의 나오미 해리스. ⓒ 소니픽쳐스릴리징월트디즈니스튜디오코리아(주)


이 영화의 유익한 면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적은 국가가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것이다. 영국 정보국 MI6의 적은 다른 국가가 아니라 국가로부터 배신당한 정보요원이다.

다른 하나는 정보국장 M은 청문회에서 정보국과 정보요원이 존재해야하는 이유는 적대적 국가가 아니라 국가에 적대적인 위험한 개인들 때문이라고 설명하듯, 국가의 적에는 바로 개인들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누구든 국가에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국가의 적이 될 수 있다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투자한 자본에 비해 영화 완성도의 많은 부분이 이름(skyfall)처럼 추락했지만, 흥행에는 성공할 것 같다. 개봉 이틀째 57만 명이 봤다. 50주년 기념작이라는 홍보와 007시리즈의 골수팬들의 활약 그리고 본드걸들의 섹시함을 이용해 에로틱한 장면을 연출하지만 베드씬은 없는 '15세 관람가'라는 부분이 관객을 많이 모을 수 있을 것이다.

007스카이폴 샘 멤데스 다니엘 크레그 하이에르바르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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