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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현장에 도착했다. 촬영 스튜디오는 안성의 한 시민단체(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 사무실. 방송 촬영 직전이지만, 긴장감이라곤 찾기 힘들다. 패널들은 마실 나온 기분이다. 스튜디오 옆 부엌에선 맛있는 요리냄새가 진동을 한다. 물론 초청된 게스트와 MC는 약간 긴장을 한다. 카메라는 삼각대에 얹혀있는 소형카메라다.

스튜디오 촬영 스튜디오는 안성의 한 시민단체 사무실. 촬영감독은 안성 소통과연대 사무국장. 게스트와 MC, 그리고 패널 들은 모두 안성시민이다. 소형 카메라가 돌아가는 소박한 촬영현장이다.
▲ 스튜디오 촬영 스튜디오는 안성의 한 시민단체 사무실. 촬영감독은 안성 소통과연대 사무국장. 게스트와 MC, 그리고 패널 들은 모두 안성시민이다. 소형 카메라가 돌아가는 소박한 촬영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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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촬영현장 분위기

드디어 'ON AIR'다. "스탠바이~~ 큐"란 비장한 신호대신 "시작 하겠습니다"란 촬영감독이자 PD인 김낙빈씨의 목소리가 들린다. MC 박세준씨가 낭랑한 목소리로 인사를 한다. 그의 특유의 명랑한 진행이 스튜디오를 유쾌하게 한다.

게스트가 소개 된다. 그는 윤진국(전국금속노조 두원정공 지회장)씨다. MC가 "노조위원장이라 하셔서 무시무시한 분인 줄 알았는데, 만나 뵈니 푸근하고 좋으신 분 같다"며 너스레를 떤다. 순간 스튜디오는 웃음바다가 된다.

MC가 자신을 "안성에서 45번째 잘 생긴 남자"라고 소개한다. 그러자 게스트는 머리를 긁적긁적하면서 "글쎄요. 아마 100번째 정도는…" 스튜디오에 웃음 폭탄이 터진다.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아내와 결혼하시겠습니까"란 MC의 짓궂은 질문에 게스트가 뜸을 들이자 "네~~ 알겠습니다"라고 마무리하는 센스까지. 곧이어 게스트가 "당연히 해야죠"라고 수습해보지만, 카메라는 계속 돌아가고. 스튜디오의 웃음 온도는 한껏 올라가고.

촬영 도중 방송사고(?)가 났다. 웬 방송사고? 그건 부엌에서 음식 하다가 그릇이 떨어졌는지 "우당탕탕" 소리가 들린다. 스튜디오 바로 옆이 부엌이다. 이 프로그램의 제목이 "위대한 밥상"이니 촬영 내내 음식을 준비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거기에 있는 사람들에겐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아무도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참 자유로운 방송이다.

오늘의 촬영 방식은 이렇다. 게스트 1명과 MC 1명, 안성시민 패널 10명이 참여한다. MC가 먼저 준비된 원고를 통해 게스트와 대화한다.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패널들이 자유롭게 질문하며 대화하는 형식이다.

노조활동 중 요즘이 제일 힘들다는 윤진국씨. 그 이유는 "고용에 대한 불안"이라고. 쌍용자동차 사태의 '대량 해고'에 대한 불안을 반영한다고 했다.

촬영 중 지금은 방송 중이다. MC 박세준 씨가 게스트 윤진국 씨의 말을 진지하게 경청하고 있다. 살아온 방식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이 이 방송을 통해 소통하고 있다.
▲ 촬영 중 지금은 방송 중이다. MC 박세준 씨가 게스트 윤진국 씨의 말을 진지하게 경청하고 있다. 살아온 방식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이 이 방송을 통해 소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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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노조 간부들을 소위 '귀족노조'라고 보는 시각이 힘들다"고 말했다. 그에 대한 그의 대답은 명료했다.

"OECD 회원국 평균에도 못 미치는 임금수준을 귀족노조라고 매도하는 건 아니다. 그건 그만큼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들의 환경이 열악하다는 걸 반증해준다. 비정규직이 많고, 임금수준이 형편없다는 말이다."

평소 취미 생활을 묻자 "아내와 산행을 한다"는 이 남자. 꿈을 묻자 '사회변혁'이라 할 줄 알았는데, "아내와 함께 편안한 노후생활"이라는 이 남자. "노조활동 잘하려면 가정이 우선"이라는 이 남자. 말하다보니 누구 입에서 나왔는지 "애처가"란 말이 잘 어울리는 이 남자. 이 남자를 누가 투사라 했던가.

전혀 다른 두 남자도 소통하게 하는 방송

잠깐, 그러고 보니 오늘 MC와 게스트. 이 두 사람, 참 비교 된다. 한 사람은 아름다운가게 안성점 매니저이고, 또 다른 사람은 금속노조 지회장이다. 그들이 지금 걷고 있는 길만큼이나 색깔도 다양하다.

MC 박세준씨는 신세대 남자다. '폼생폼사'의 남자다. 평소 연예인처럼 입고 다니는 게 소문이 나서 텔레비전 방송(KBS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에 출연했다. 그의 아내가 "우리 남편 좀 말려 달라"고 사연을 보냈을 정도다.

반면 게스트 윤진국씨는 노조 하고도 금속노조의 중심에서 투쟁하던 노조활동가다. 때론 전투경찰과 몸싸움도 해왔다. 투쟁하던 동료들이 회사로부터 해직당하는 고통의 현장에도 있었다. 살벌한 노사협정 자리에서 두뇌싸움도 했다.

'달라도 너~~~무 다른' 이 두 남자가 한 자리에 앉았다. 오죽하면 MC가 "무시무시한 분인 줄 알았다"고 표현했을까. 이런 마당이 아니라면 서로 삶을 나눌 수 있을까. 방송이 끝나갈 무렵, 이 두 사람은 다음 만남을 약속하는 지인이 되고 있었다. 아하, 그래서 '소통과 연대http://cafe.daum.net/asuni'는 이 방식을 택했나 보다.

촬영현장 이 곳은 방송 촬영 현장이라기보다 흡사 회식자리인 듯 보인다. 이것이 이 방송만의 매력이다. 자유스럽고, 유쾌하고, 입이 즐겁고, 신명나고. 다음 초대 손님이 기대 되는 방송이다.
▲ 촬영현장 이 곳은 방송 촬영 현장이라기보다 흡사 회식자리인 듯 보인다. 이것이 이 방송만의 매력이다. 자유스럽고, 유쾌하고, 입이 즐겁고, 신명나고. 다음 초대 손님이 기대 되는 방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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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의 방송 그리고........

이 방송 프로그램명은 '위(WE)대한 밥상'. 김낙빈(소통과연대 사무국장)씨가 기획 감독하고 촬영한다. 한 번 방송할 때마다 제작비 20여만 원. 그건 순전히 음식 값이다. 올해 6월 첫 촬영 이후로 3번째 촬영이다. 그동안 초대한 게스트는 이렇다. 아름다운가게 박세준 매니저, 안성 최연소 당선자이자 미모의 아가씨인 김지수 시의원, 그리고 오늘 윤진국 지회장까지. 

오늘 촬영 분은 다음 주 중으로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알려질 예정이다. 촬영방식도 소박하고 다양하다. 때론 게스트와 함께 요리하면서 대화하기도 하고, 식사를 나누며 대화하기도 하고, 대화하면서 촬영하고 그 후 식사하기도 하는 등 좀 더 나은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안성시민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취재 내내 떠오르는 이미지, 그건 바로 '힐링캠프'였다. 그렇다. SBS 방송국에 '힐링캠프'가 있다면, 안성엔 '안성표 힐링캠프'가 있다. 앞으로 안성시민들의 폭넓은 소통의 장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더불어 다음 출연자가 기대되는 방송이다.

덧붙이는 글 | 이 방송은 안성의 '소통과연대'라는 시민 모임에서 안성 시민들의 소통의 마당으로 만든 방송 프로그램이다. 두 달에 한 번 촬영되고,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방송된다.



#인터넷방송#소통과연대#위대한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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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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