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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났던 청소기. 고객 감동 서비스를 받고 다시 사용 중이다.
 고장났던 청소기. 고객 감동 서비스를 받고 다시 사용 중이다.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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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토) 집 안 청소를 하는 도중에 청소기의 작동이 중단됐다. 내 깜냥으로 고쳐보겠다고 드라이버를 들고 나섰다. 나사를 풀어서 분해했는데 불길한 예감은 기어코 적중했다.

이번에도 분해에는 성공했지만, 수리와 조립에서는 실패한 것이다. 사용자를 잘못 만난 A전자 '둥글이' 청소기는 운명의 기로에 서게 됐다. 버릴 것인가? 고쳐서 다시 쓸 것인가?

물건이 고장 나면 기를 쓰고서라도 고쳐서 다시 사용하던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물산장려운동 시대는 진즉 가버렸다. 수리비에다 수리의 불편까지 감안하면 고장 난 물건을 버리고 새로 사서 쓰는 시대다. 그러나 나는 고쳐 쓰기로 했다. 아침을 점심 겸해서 먹은 아내와 나는 A전자서비스센터를 찾아갔다.

A전자서비스센터를 방문한 시간 오전 11시 무렵이었다. 토요일이라 이용객들이 많았다. 이용객들은 서비스를 받는 동안 소파에 몸을 기대어 TV를 시청하거나 설치된 컴퓨터를 사용하면서 센터가 제공한 차를 마시고 있었다. 아내와 나는 느긋하게 차를 마시면서 TV를 시청했다. 청소기 수리 담당자가 호출했다. 그는 고장 난 부분과 원인을 확인시켜주면서 수리비용과 대기시간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접수부터 수리까지 완벽한 서비스 시스템이다. 이날도 어김없이 감동적인 서비스를 받았다.

서비스 내용과 질은 과히 세계 수준이었다. 접수부터 대기시간까지 30분 정도 걸렸다. 고객 감동 시스템은 자연스럽고 능동적이었다. 접수 담당자부터 수리 담당자, 부품 판매 담당자까지 일체가 되어서 고객의 필요를 충분하게 제공해주었다. 고객 감동 서비스는 마케팅의 일환일 것이다. 감동을 한 소비자는 그 기업의 제품을 다시 선택하게 마련이다. 나 또한 A전자의 서비스에 감동해서 이 회사의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애플의 막장 서비스? 당해보니 정말로 사실이네!

아이폰 단자에 박혔던 이어폰 잭 끄트머리. 이로 인해 냉장고 한대 값인 아이폰이 날아갔다.
 아이폰 단자에 박혔던 이어폰 잭 끄트머리. 이로 인해 냉장고 한대 값인 아이폰이 날아갔다.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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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막장 서비스를 경험했다. 최악의 서비스를 제공한 기업은 세계적인 기업 애플이다. 뉴스와 인터넷을 통해서 애플의 오만한 서비스 정책을 듣긴 했지만, 직접 당해보니 과히 막장 수준이다. 참고로 '막장 서비스'란 말은 모바일 블로거 '피라냔'이 올린 글의 제목에서 빌린 것이다.

지난 9월 8일 '피라냔'은 자신의 블로그 '빈즈 모바일'에 "애플코리아의 저질 막장 A/S를 규탄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피라냔이 제기한 가장 큰 문제는 '리퍼비쉬'(Refurbished)'다. 삼성과 LG는 모바일을 접수한 당일에 AS해서 준다. 반면 애플은 다른 소비자의 고장 난 아이폰을 수리한(재생부품 20~30% 사용) 대체폰을 유상 판매하는데 이를 '리퍼비쉬' 폰이라고 한다. '리퍼비쉬'는 애플의 오래된 서비스 정책이다. 

피라냔은 지인이 겪은 경험을 통해 애플의 서비스를 지적했다. 지인이 유상으로 구입한 리퍼비쉬 폰이 1시간 만에 먹통이 됐는데 애플 측은 책임 회피에 급급했고, 이에 항의하자 고객에게 불리한 정책을 강조하며 서비스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피라냔은 "그 지인은 이후에 휴대폰은 안드로이드를 쓰겠다고 한다"면서 "(애플의) 말도 안 되는 정책에 또 하나의 충성스러운 고객을 잃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가 당한 사실을 말해보자. 나는 지난해 7월 '아이폰4'를 샀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제공받은 것이다. KT 올레의 55,000요금제를 2년 약정하면 아이폰4를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했다. 사실은 무료가 아닌데 소비자를 그렇게 현혹했다. 2년 약정기간 동안 기기값을 할부로 갚아야 하는 조건에서 현재 15개월 기기 값을 갚았다. 그런데 9월의 할부가 남은 상태에서 휴대폰에 문제가 발생했다. 

이어폰을 꽂아서 음악을 들으며 출·퇴근을 한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이어폰 잭이 부러지면서 그 끄트머리가 아이폰 단자에 박혀버렸다. 그로인해 음악을 듣는 재미는 고사하고 벨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잭이 이어폰에 꽂히면서 발생한 오작동인 것이다. 불편하긴 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는 않았다. 이 정도의 문제는 서비스센터에 가면 쉽게 해결해 줄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 휴대폰 회사들은 그 이상의 문제도 해결해주기 때문에 갖게 된 상식적 믿음이었다.

서울의 B서비스센터를 일찌감치 찾아갔다. 문을 열기도 전에 찾아간 것은 서비스를 빨리 받아서 그 불편함을 없애고 싶어서였다. 첫 번째 서비스 고객이었다. 애플 티셔츠를 입은 서비스 요원이 문제의 아이폰을 가지고 수리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5분 만에 금방 나왔다. 서비스 요원과 주고받은 대화를 복기하면 이렇다.

"고객님, 수리가 불가능합니다."
"아니, 왜 그렇습니까?"
"단자에 박힌 잭이 빠지지 않습니다."
"분해해서 빼면 되지 않습니까?"
"애플 제품은 분해 할 수 없습니다."
"아니, 잭만 빼내면 되는데 그것도 못 해준단 말입니까?"
"고객님, 죄송합니다. 애플 서비스 정책이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네, 고객님! 19만9000원에 제품(리퍼비쉬)을 구입하셔서 사용해야 됩니다."
"아니, 잭만 빼내면 사용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는데 새 제품을 사라는 말입니까?"
"고객님, 죄송합니다. 애플의 서비스정책상 더이상 도와드릴 수가 없습니다."

공정위와 애플은 지난해 9월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되어 있는 애플의 A/S 정책을 소비자에게 유리하도록 시정하기로 합의했다. 리퍼비쉬 폰 유상 교환과 무상수리 가운데 일방적인 리퍼비쉬 폰 교환 등을 개선하기로 했다. 하지만 직접 당해보니 소비자 피해를 야기하는 애플의 서비스 정책은 그대로였다. 애플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자 이를 피하기 위한 임시방편이었던 것 같다.

애플 안티? 짓밟힌 권리를 되찾는 소비자운동!

서비스 불허조치에 해당된 나의 아이폰4. 세계적인 기업 애플? 피해를 당한 나의 입장에선 세계적인 악덕 기업이다.
 서비스 불허조치에 해당된 나의 아이폰4. 세계적인 기업 애플? 피해를 당한 나의 입장에선 세계적인 악덕 기업이다.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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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한국 기업의 서비스 정책과 매우 달랐다. 애플은 직영이 아닌 위탁으로 서비스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위탁이라 소극적인가 하고 애플고객지원센터 직원과 2시간 넘도록 항의성 상담을 했는데 애플의 오만함을 새삼 확인했을 뿐이다.

애플이 제공한 서비스는 '수리 불가 통보'→ '제품 분해 금지 정책 고지' →'리퍼비시 폰 구매 안내'가 전부다. 나는 애플의 서비스정책의 문제를 ▲ 애플의 분해금지 정책이 타당해지려면 분해하지 않고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있어야 한다. ▲ 단자에 박힌 잭만 빼내는 방식을 외면한 채 리퍼비시 폰을 사라는 것은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불합리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단자에 박힌 이어폰 잭을 빼내는 게 정말 불가능한가? 냉장고값에 준하는 스마트폰을 폐기할 수 없어서 자구책을 찾았다. 주변 사람이 아이폰을 분해해서 단자에 박힌 잭을 빼내주었다. 기술자가 아닌 시민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 자구적으로 문제를 해결했더니 애플 측은 "분해금지 정책을 위반한 제품은 애플의 어떤 서비스 지원도 받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스마트폰과 청소기라는 차이가 있지만 한번 비교해보자. 청소기가 고장 나서 직접 고쳐보려고 시도→ 제품의 일부를 분해한 상태로 서비스센터 방문→ A전자는 친절한 상담과 신속한 유상 수리를 해주었다. 고객 감동은 덤이었다. A전자를 비롯한 국내 대기업의 서비스 정책은 소비자 우선이다. 반면 애플은 기업 우선 정책이다. 소비자가 정책의 불합리함을 지적하고 항의해도 소용이 없다. 애플이 '갑'의 위치에서 막장 서비스 정책을 고수하는 것은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기 때문이다.

요즘 애플을 보면 기술 향상보다는 특허소송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삼성뿐 아니라 HTC나 모토로라 등을 상대로 소송을 벌였거나 벌이고 있다. 애플은 둥근 모서리 침해 소송에서 삼성에게 판정승을 거두었다. 하지만 미국 언론조차도 애국심에 치우친 배심원과 판사의 불공정한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애플은 2009년 아이폰을 국내에 보급하면서 소비자의 권리를 무시했다. 제품 불량의 경우 14일 이내에 교환이나 환불하도록 한 국내 법률을 무시하고 불량 제품은 당일만 교환 가능했다. 애플의 황당한 서비스정책은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국감에서 문제가 될 정도였으니 시정됐을까? 아니란다. 하루가 지난 후에 불량이 발견되면 리퍼비시 폰으로 교환 받거나 아니면 개통 취소의 불이익이 발생하고 있다.

애플 피해자는 매우 많다. 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집단소송으로 비난 여론이 들끓어도 애플은 요지부동이다. 피해자들이 불매운동으로 애플을 응징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피해자의 한 사람인 나는 애플 불매운동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동참할 것이다. 이것은 '안티'가 아니라 짓밟힌 소비자의 권리를 회복시키기 위한 소비자 운동이다.


태그:#애플, #아이폰, #막장 서비스, #국정감사, #소비자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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