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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에서 일하다 힘이 들면 마주하는 해금강을 보며 휴식을 취하곤 한다.
▲ 해금강 밭에서 일하다 힘이 들면 마주하는 해금강을 보며 휴식을 취하곤 한다.
ⓒ 정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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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은 무얼까? 간혹 이런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을 내 놓는다. 아마도 그것은 구체적인 어떤 '일'이 아니라 '남들 하는 일'이라고.

최근 잘 알고 지내는 형의 밭에 농사를 지어 보기로 했다. 말이 농사지, 손바닥만한 서너 평의 땅에 가을 작물을 심어보기로 했다. 거창하게도 작물이라 말하지만 상추, 시금치, 겨울배추 그리고 쑥갓 등 네 가지 채소류다.

텃밭을 가꾸기 전의 잡초가 무성한 밭.
▲ 잡초 텃밭을 가꾸기 전의 잡초가 무성한 밭.
ⓒ 정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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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잡초가 무성한 밭을 일구기 위해 도구를 장만했다. 삽, 괭이 그리고 호미는 새로 구입했고, 낫 등을 챙겨서 밭으로 나섰다. 최근 비가 내리지 않은 탓에 땅은 메말랐고, 단단히 굳은 땅에 삽질을 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한동안 삽질과 괭이질을 번갈아 가면서 작업을 하는데, 괭이자루가 힘없이 부서지고 만다. 너무 힘만 믿고 세게 하다보니 제 힘에 부러진 모양이다. 적절한 힘을 배분해서 일을 해야만, 일하는 사람도, 도구도 온전할 텐데. 힘만 가지고 섣부를 작업을 하려니 무엇하나 제대로 될까하는 생각이 인다. 다행히 삽은 자루가 쇠로 된 것을 샀다. 아마 나무자루로 샀으면 이 또한 부러졌을 터.

밭일을 하다 부러진 장비.
▲ 장비 밭일을 하다 부러진 장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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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배할 채소씨앗.
▲ 씨앗 재배할 채소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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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두어 시간의 노력 끝에, 서너 평의 땅에 내 농사를 짓게 된 기초를 마련한 셈이 됐다. 평탄작업도 마치고, 기념으로 사진도 찍었다. 얼굴과 등에 땀이 배어났지만, 그래도 뿌듯하다. 이제 씨앗을 뿌려야 되는데, 무엇을 심을지 몰라 씨앗뿌리기는 다음으로 미뤄야만 했다.

10일. 아침 일찍 밭으로 가서 씨를 뿌렸다. 밭은 집에서 자동차로 10분 정도로, 그리 멀지 않은 거리. 지난 2005년도에는 경남 고성으로 주말농사를 지으러 다닌 일이 있다. 그때 직장 동료들이 하던 말이 떠오른다.

"고성까지 왔다 갔다하는 경비 가지고, 차라리 상추나 과일을 사 먹는 게 훨씬 싸게 친다고."

분명, 맞는 말이다. 그 비용이면 몇 배나 사 먹고 남을 수 있는 돈이라는 걸. 그래도 여행 삼아, 운동 삼아, 다니는 즐거움은 돈으로도 살 수 없었다는 생각이다. 이제 작은 땅을 마련하여 채소를 직접 가꾸는 재미에 빠졌다. 더욱 좋은 것은 무공해 농산물을 먹고, 건강도 좋아지지 않을까 기대심도 높아진다.

지난 21일 텃밭 모습. 새싹이 파릇파릇 솓아올랐다.
▲ 새싹 지난 21일 텃밭 모습. 새싹이 파릇파릇 솓아올랐다.
ⓒ 정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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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성담 스님의 강연 말씀이 생각난다. 모든 일을 함에 있어 '믿음'을 가지라고. 농부가 씨를 뿌리고 그냥 돌아서는 것도, 씨앗이 싹을 틔울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작은 농사이건만, 믿음을 가지고 농사를 지어보려 한다. 추운 계절이 다가올 그 때쯤, '믿음'이라는 파릇파릇한 채소를 보며 그 맛 또한 진한 '믿음'을 느끼지 않을까.

어제(21일). 오후에 밭으로 가 물을 주었는데, 오늘 비가 내린다. 많은 비가 온다면 땅이 파 헤쳐져, 아직 뿌리가 내리지 않은 채소가 파 헤쳐질까 내심 걱정이다. 그래도 믿음으로 한번 지켜볼까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남 거제지역신문인 <거제타임즈>, <뉴스앤거제>, 블로그 <안개 속에 산은 있었네>에도 싣습니다.



태그:#텃밭, #농사,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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