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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18일 오전 강원도 원주시 흥업면 첨단의료기기 테크노타워를 방문해 의료기기 사업 현황을 둘러본 뒤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18일 오전 강원도 원주시 흥업면 첨단의료기기 테크노타워를 방문해 의료기기 사업 현황을 둘러본 뒤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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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국민들이 원하셔서 단일화 과정이 생긴다면 거기서도 저는 이겨서 끝까지 갈 것이고 아니면 아닌 데로. 정치권에 쇄신이 필요하다는 국민들의 생각 그리고 이 정도면 정치쇄신이 됐다, 또는 이거 확실히 될 것 같다는 희망들까지 다 포함해서 판단할 수 있겠죠."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가 19일 강원도 평창에서 기자들과 만나 "끝까지 가겠다"며 대선 완주 의사를 강력히 피력했다. 안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된 자신의 입장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자들이 단일화 입장을 물을 때마다 줄곧 모호성을 취해왔던 기존의 태도와는 정반대 기류다.

대선을 60일 앞두고 안철수 캠프 전체가 공세 모드로 전환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 한 달간 이어진 혹독한 검증에 제법 맷집이 생겼다고 판단한 탓일까. 후보는 물론 캠프 관계자들까지도 무엇이든(단일화, 본선 둘 다) 이겨 완주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내친김에 진도를 확실히 빼겠다는 분위기다. 이것은 민주당이 계속 입당을 전제로 한 단일화를 주장하는 데 대해 찬물을 끼얹는 태도이기도 하다.

지난 18일 박선숙 안철수캠프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은 출마선언 1개월에 즈음한 본부장브리핑 자리에서 "다음 30일을 기대해 달라"며 포문을 열었다. 같은 날 오후 강원도 속초시의 한 식당에서 시민번개에 나섰던 안 후보는 "앞으로 두 달은 더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그 다음 날에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단일화 과정이 생긴다면 거기서도 이겨 끝까지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그의 발언이 독자완주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언론의 분석이 이어지자,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진화에 나섰다. 문 후보는 20일 "저도 당원 행사에 가면 당원들을 격려하고 자신감을 느끼게 하는 말을 자연스레 하게 된다"며 "언론에서 그런 부분을 민감하게 다룰 일은 아니"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안 후보 측의 공세적인 기류는 어제오늘 판단해서 내린 결정 같지 않다. 그 근거는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안철수-문재인-박근혜 1 : 1 : 1의 삼각구도로?

김성식 안철수캠프 공동선대본부장
 김성식 안철수캠프 공동선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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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출마선언 당시 '3자 회동'을 제안했던 안 후보 측은 최근 '3자 TV토론'을 제안했다. 김성식 안철수캠프 공동선대본부장은 19일 "TV토론이야말로 세 후보 간의 비전과 리더십을 가장 잘 비교분석할 수 있는 기회"라며 "다음 주부터라도 세 후보 진영이 의논을 해서 3자 국민토론을 진행해나갈 것을 정식으로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본부장은 "TV토론은 저비용 선거라는 취지에도 맞다"며 "▲ 정치개혁 ▲ 경제-민생-복지 ▲ 외교-안보-평화 등 분야별로 나눠 토론을 열자"고 주장했다. 김 본부장은 또 "우리 후보는 TV토론 경험이 없지만, 나름대로 철학과 비전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잘 성사됐으면 좋겠다"며 "생산적인 대선경쟁이 되기 위해서라도 국민이 원하는 것을 (각 캠프가) 안 받을 이유가 없다"고 복선을 깔았다. 정당 소속으로 경선을 통해 수차례 TV토론에 나섰던 박근혜·문재인 후보가 TV토론 경험 없는 안철수 후보의 제안을 받지 않으면 굉장히 비겁한 정치인이 되는 것처럼 구도를 짰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받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뻔히 알면서도 이 제안을 공세적으로 던진 것은 어떻게 됐든 이번 대선의 구도를 3자 대결구도로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일단 민주당이 친 단일화 프레임을 걷어내고, 정당 없이도 시민의 힘만으로 '자력 완주'가 가능하다는 점을 피력하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안철수캠프의 김 본부장이 TV토론을 던진 것은 두 가지 맥락에서 공세적이다. 첫째, 민주당이 줄곧 주장해온 입당론의 싹을 자르겠다는 태도다. 둘째, 대선의 구도를 정당 소속 대 무소속으로 가르고 정당불신의 대표주자로 안철수 후보를 돋보이게 하겠다는 욕심도 드러낸 것이다.

무엇보다 이해찬 대표의 발언으로 촉발된 무소속 대통령 불가론이 논쟁이 되면서 이번 대선 구도가 박근혜 VS 문재인-안철수 복식조 구도로 굳어지는 것에 확실히 브레이크를 걸겠다는 태도로도 보인다. 정책적 이슈와 맞물린 민심의 반향과 관계없이 오로지 게임이론에 따른 정치공학 논리만 활개치는 정치논리에 일정한 선을 긋겠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실제 안철수 후보는 사회 전반에 퍼진 정당불신론에 입각해 대선후보로 나섰는데, 구악 정치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민주통합당과 오버랩 되면 결과적으로 안 후보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민주당의 이미지는 문재인 후보가 갖고 있는 청렴한 이미지와는 별개다. 낡은 정당 이미지가 안철수 후보에게 덧칠됐을 때 플러스는 없다는 게 캠프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따라서 민주당과는 최대한 거리 두기를 하면서 단일화의 조건을 살피고, 결과적으로 단일화하게 되더라도 그 시점까지는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를 1 : 1 : 1의 삼각 구도로 가져가겠다는 태도인 게다.

박선숙 본부장은 왜 12번이나 국민을 거론했을까

박선숙 안철수캠프 공동선대본부장
 박선숙 안철수캠프 공동선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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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캠프가 공세적으로 팔을 걷어붙인 두 번째 이유는 호남 여론에 대한 자신감이다. 야권단일화의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호남 여론이 문재인과 안철수의 격차를 크게 벌려 놓았다. 언론의 집중검증이 제기됐던 지난 추석 직후 문재인 후보가 안 후보를 바짝 따라잡았던 것에 비하면 최근 그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것도 공세의 한 포인트로 해석할 수 있다.

<리서치뷰>가 지난 19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안철수 60.2%, 문재인 35.2%로 25%P나 차이를 벌렸다(18~19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천 명 대상, 휴대전화 자동응답, 표본오차 95% ±3.1%P).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안 후보 50.5%, 문 후보 35.2%(8~12일 전국 19세 성인남녀 3700명, 유선전화RDD, 표본오차 95% ±1.6%P)로 나타났다.

실제 안철수캠프 핵심관계자들은 이 같은 여론의 추이를 기성언론과 정치권의 공격보다 훨씬 더 중요한 지표로 보는 분위기다. 박선숙 안철수캠프 공동선대본부장의 말에서도 그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한 달간 국민이 안철수를 지키고 단단하게 만들었다. 근거 없는 의혹제기나 흑색선전, 캠프나 후보와 무관하게 지적된 문제들이 과연 온당한 비판인가 토론하면서 지낸 지난 한 달, 결국 후보를 지킨 건 국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박선숙 본부장은 지난 18일 본부장브리핑을 통해 안 후보의 대선행보 1개월을 평가하면서 '국민'이라는 단어를 무려 12번이나 썼다. 별도의 자료 없이 말로만 진행된 30분 미만의 짤막한 브리핑이었지만 그가 그토록 국민을 강조한 이유는 있어 보인다. 지난 한 달간 언론의 검증이 매우 치열하게 전개됐지만 지지율 급락 없이 잘 버틴 이유가 '국민적 지지' 때문이라고 본 게다. 

박 본부장은 이날 "이 숙제(정치혁신)를 피하지 않겠다는 결심 하나로 정치라는 새로운 삶을 시작한 그(안철수)의 진심을 국민들이 알아준 게 아닌가 싶다"며 "지난 한달 저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국민들의 문제제기로 배운 게 많았고, 더 이상 국민들이 낡은 상처내기나 흠집 내기에 속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적극적으로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그런 게 없었다면 너무 억울하고 황당하게 상처를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30일을 기대해 달라"며 "정치를 바꿔 민생을 돌보는 정치를 하기 위해 우리 캠프와 후보가 진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안철수캠프 관계자들은 "언론과 정치권이 싸잡아 안철수를 공격해도 지지율이 빠지지 않고 버티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안철수캠프의 핵심 관계자는 19일 "대중 속에는 이미 정당과 기성 언론에 대한 불신이 만연해 있기 때문에 그들이 아무리 공세해도 그 주장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는다는 것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언론과 정치권이 민심과는 완전히 별개로 돌아간다"고 꼬집었다.


태그:#안철수, #문재인,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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