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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김대중기념사업회 주최로 열린 '김대중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대한민국의 미래 토론회'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김대중기념사업회 주최로 열린 '김대중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대한민국의 미래 토론회'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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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은 1971년 대선 출마 이래 목숨을 위협당하고, 투옥과 연금, 납치의 고난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런 고난 속에서도 그 분은 결코 희망을 버리지 않고, 무릎 꿇지 않았습니다. 지금 제게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굴하지 않겠습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발언에 청중 사이에서 박수가 터졌다. 맞은 편에 앉아 있던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표정이 일순간 굳어졌다. 두 사람은 17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대한민국의 미래 토론회'에서 다섯 번째로 조우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람'들이 두 사람을 안내했다. 박 후보는 김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 새누리당 국민대통합위 수석 부위원장의 안내를 받아 행사장에 입장했다. 안 후보는 김대중 정부 당시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과 함께 행사에 참석했다. 나란히 앉게 된 두 사람은 반갑게 악수를 한 뒤, 간간이 대화를 나누었다. 박 후보의 얘기에 안 후보가 미소를 짓기도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축사는 상대방의 아픈 부분을 날카롭게 찌르고 있었다.

박근혜 "DJ의 '동서화합' 부탁에 보답할 때... 대통합으로 위기 극복할 것"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대한민국의 미래 토론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대한민국의 미래 토론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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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후보는 지난 2004년 당대표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예방했던 일을 회고하며 '동서화합의 적임자'로 자신을 꼽았다. 박 후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찾아뵀을 때가 기억난다, '아버지 시절에 고생하신 것에 대해 딸로서 사과드린다'고 했을 때 김 전 대통령께서 '그런 말 해줘서 고맙다, 아버지가 우리 국민에게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하셨다"며 "그 말씀을 들으며 감회가 깊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때 김 전 대통령께서 '동서화합이 가장 중요하고 실패하면 다른 것도 성공하지 못한다고 하시면서 내가 못한 일을 박 대표에게 하라고 해 미안하지만 수고해달라'고 하셨다"며 "이제 제가 그 말씀에 보답할 때"라고 강조했다.

또 "김 전 대통령은 민주화의 상징이었지만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의 화해에도 많은 노력을 하셨고 지역 동서 대립을 국민통합으로 승화시키고자 많은 노력을 하셨다"며 "이 시대에 꼭 해야 하는 과제도 국민통합이라 생각한다, 저의 이런 생각에 한광옥 전 비서실장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동참해주셨다"고 덧붙였다.

'국정운영 능력을 갖춘 지도자'를 강조하며 '무소속'인 안 후보를 겨냥하기도 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은 온 나라가 IMF 사태로 혼란스럽고 국민이 힘들어할 때 힘을 모아 위기를 이겨내는 지도력을 발휘하셨다"며 "우리 국민이 기다리고 있는 지도자도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사람, 식견과 국정운영 능력을 갖춘 사람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김 전 대통령이 국민통합의 리더십으로 위기를 극복했듯, 저도 국민대통합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안철수 "사형선고 내리고 납치 살해하려던 상대까지 용서한 DJ 배워야"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대한민국의 미래 토론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대한민국의 미래 토론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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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후보에 이어 연단에 오른 안철수 후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보였던) 다른 이들의 말을 경청하는 열려 있는 자세는 새로운 시대의 리더십이 갖춰야 할 필수적인 덕목"이라며 맞받았다.

안 후보는 특히 "2012년에 1997년의 새로운 변화가 재현되길 바란다"며 "낡은 체제를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로 가야 한다"고 '정권교체'를 역설하기도 했다. 그는 앞서 방명록에 "정권교체와 정치혁신을 반드시 이루겠습니다"라고 적기도 했다.

박 후보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연상케 하는 발언도 했다. 안 후보는 "네거티브의 벽도 높다, 저도 새롭지 않다, 새로운 변화는 가짜라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흑색선전이 계속된다"며 김 전 대통령이 생전 받았던 정치적 음해를 자신의 경우와 일치시켰다.

그는 "1971년 대선에 출마한 이래 김 전 대통령은 수십 년간 이념적인 공격과 온갖 종류의 터무니없는 흑색 선전에 고통받아야 했고 목숨을 위협당하고, 투옥과 연금, 납치의 고난을 겪어야 했다"면서 "그런 고난 속에서도 그 분은 결코 희망을 버리지 않고 무릎 꿇지 않았다, 마침내 승리해 평생 꿈꾸셨던 민주주의와 민생, 평화의 길을 여셨다"고 말했다.

이어, "그 분이 어떤 고난에도 굴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역사와 국민에 대한 믿음이 있으셨기 때문이다"며 "저는 그 깊은 신념과 의지, 통찰력에서 배운다, 지금 제게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굴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김대중 대통령은 용서의 사람이었다, 자신에게 사형선고를 내리고 납치, 살해하려 했던 그 상대까지도 용서하셨다"며 김 전 대통령에 대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탄압을 직접적으로 거론하기도 했다. '유신의 딸' 이미지를 국민대통합 행보로 풀고자 하는 박 후보에게 불편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다.

안 후보는 아울러, 자신의 북방횡단 열차 공약을 김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계승한 것이라고 밝히며 "김 전 대통령께서 남기신 꿈, 이제 저희들이 실천할 때다, 제가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과거사 논란' 재점화 시킨 정수장학회 문제 입장 선회?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김대중기념사업회 주최로 열린 '김대중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대한민국의 미래 토론회'에 참석해 축사를 마친뒤 연대에서 내려와 제자리로 향하자,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자리를 비켜주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김대중기념사업회 주최로 열린 '김대중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대한민국의 미래 토론회'에 참석해 축사를 마친뒤 연대에서 내려와 제자리로 향하자,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자리를 비켜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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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후보는 안 후보의 축사가 끝난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날 오후 예정된 제주도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자리를 떠나기 전 과거사 논란을 재점화시킨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해 "조만간 입장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정수장학회와 자신은 관계가 없다"는 입장에서 선회한 셈이다.

그는 지난 15일 경남 선대위 발대식에서 "정수장학회는 저도 관계가 없다, 야당이나 저나 이래라 저래라 할 권한이 없다"며 '불개입 원칙'을 밝힌 바 있다. 지난 16일 세계한상대회 참석 후에도 "이런저런 개인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저는 입장을 다 말씀드렸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박 후보는 이날 "정수장학회 문제와 관련해 더 이상 입장 변화는 없나"는 질문을 받은 뒤 이 같이 말했다. 또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에게 어떻게 (사퇴를) 요구하나"란 질문에도 "조만간 제 입장을 밝히겠다"고 같은 답변을 되풀이했다.

다만, 박 후보가 입장을 다시 밝히겠다고 밝히면서 그간 '불개입 원칙'으로 임했던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해 '최필립 이사장 퇴진 요구' 등의 결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박 후보는 지난달 13일 <동아일보>와 9개 지방지와 한 공동인터뷰에서 "(최 이사장의 사퇴에 대해) 이사진이 잘 판단해 주셨으면 하는 게 제 개인적인 바람"이라며 간접적으로 최필립 이사의 사퇴를 요구한 바 있다.

한편,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이날 지방 일정 때문에 동영상으로 축사를 대신했다. 그는 축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의 절반이었다"며 "김대중이 있었기에 그 어둠의 시절, 험난한 길에서 우리는 길을 잃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김 전 대통령이 남긴 발자국, 제가 따라 밟으려 한다"며 "그 분이 흩트리지 않고 걸어가셨던 길, 제가 또박또박 앞만 보고 따라 걸으려 한다"고 덧붙였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김대중기념사업회 주최로 열린 '김대중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대한민국의 미래 토론회'에 참석하며 방명록에 '정권 교체와 정치혁신 반드시 이루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김대중기념사업회 주최로 열린 '김대중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대한민국의 미래 토론회'에 참석하며 방명록에 '정권 교체와 정치혁신 반드시 이루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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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박근혜, #안철수 , #문재인, #김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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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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